여성 이사 후보, 전년 대비 50% 증가한 78명
다양성에만 치중 말고 전문성 확보 필요
올해 주주총회에서 기업 이사회 다양성 확보 비율은 81%를 기록했다. 올 8월 적용 예정인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기업이 이사회 다양성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배경으로 분석된다. 개정 자본시장법은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 대기업은 이사회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일성(性)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성 이사 후보 78명
한국ESG연구소가 지난 4월 발표한 ‘2022 정기주주총회 임원선임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 성별 다양성은 81%로 법 적용 대상인 167개사 중 136개사의 성별 다양성이 확보됐다. 167개사 중 72개사에서 78명의 여성 이사 후보를 냈고 전원 선임됐다. 여성 이사 후보 수는 지난해 52명 대비 50% 증가했다. 성별 다양성이 확보된 기업은 지난해 대비 54개사가 추가된 136개사다.
하지만 연구소는 글로벌 국가를 비교 대상으로 보면 여전히 국내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은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서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 이사회의 여성 비율은 8.7%로 2020년 4.9% 대비 2배가량 상승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미국(29.7%), 독일(34.1%), 중국(13.8%), 일본(12.6%) 등 글로벌 국가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해외 주요 거래소, 의결권 자문사, 기관 투자자 등의 요구강화 역시 이번 다양성 확장의 배경이다. ISS, 글래스 루이스, 블랙록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한국에 대한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 기업이 이사회 내에 1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선임하지 않는 경우 해당 기업의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 또는 이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는 이사에 대한 재선임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미국은 성별 다양성을 넘어 인종, 연령, 전문적 특성까지도 이사회 내 다양성으로 고려하며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나스닥 상장 기업의 경우 여성이사 1명과 인종적 다양성, 혹은 성소수자(LGBTQ+)에 해당하는 이사 1명을 선임해 다양성 기준을 충족하는 이사를 2명 확보해야 한다. 이에 기업들은 이사회 역량지표(Board Skills Matrix) 제공, 이사회 구성 공시 강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양성과 동시에 전문성도 확보해야
연구소는 성별 다양성이 기업 성과와 중대 ESG 리스크 감소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고 평가했다. ISS의 분석에 따르면 이사회 다양성을 통해 확보된 고유 역량의 수가 많은 기업일수록 환경·사회·지배구조 모든 영역에서 중대 리스크를 지닌 비율이 적다.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이지만 이번 정기주총에서 여성 이사를 선임하지 않은 37개사는 법 적용 시기인 8월 5일 이전에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연구소는 “이사회 다양성 관련 제도 도입 초기인만큼 초점이 여성 이사 할당제로 적용이 되어 있다. 이후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및 기관투자자의 요구에 발 맞춰 다양성 관련 기준이 확장,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여성 이사 비율 증대에 걸맞은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산업, 경험 등 전문 분야와 같은 역량 다양성도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단순 여성 이사 비율 증대는 실효성이 제한적일 수 있으며 이사회 다양성의 포괄적인 측정을 위해 이사회 역량지표를 포함한 공시 수준 확대를 위한 노력도 동반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