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상황에서 리더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강함수의 레드 티밍]

혼란 통제하고 대응 체계 정립
‘내 책임’ 인식하에 갈등 봉합 나서야 신뢰 얻어

[강함수의 레드 티밍]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위기 상황에 리더는 어느 정도 공중 앞에 나서야 하고 미디어와 접촉할 것인지를 놓고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기업 리더는 자신의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면 대중 앞에 나설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한다.

동시에 비난을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리더는 위기 상황을 악화시킬지 모른다는 생각에 공개적으로 위기 상황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주저하기도 한다.

위기관리 실무자들도 최고책임자가 직접 나서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할 때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위기 때마다 리더가 직접 대변인이 되고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 전략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다.

위기에 대한 조직의 책임 정도, 위기의 영향 정도, 이해관계인의 행동 반응, 사회·경제적 맥락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 발생 시 리더십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첫째, 리더는 위기 상황에서 질서와 통제를 통해 혼란을 감소시키고 대응 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다시 말해 위기 대응 과정을 감독하면서 대응 주체들이 위기 상황을 이해하고 적절한 방향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사례를 보자. 미국 정부는 2014년 9월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사태 국면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아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주요 언론은 “에볼라 바이러스는 미국에서 확산된 건강 위기가 아닌 또 다른 종류의 위기를 만들어 냈다. 그것은 미국 연방 정부의 역량에 대한 자신감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초기 진단과 대응 실패 이후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당시 한 달 남은 총선 관련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공격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미국 본토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사회 전역에 퍼지기 시작한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 확산을 방어하고 통제하기 위해 위기 상황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초기 혼란스러웠던 관련 주체의 대응을 재정립하면서 모든 위기관리 주체를 하나의 팀으로 묶어 정부가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을 통제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렸다.

둘째, 위기 대응의 경계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의 균형감을 준다는 의미다. 위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규정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에 따라 조직 내부의 위기관리 실무팀의 대응 수준과 정도, 조치의 기준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리더가 현재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규정하고 어느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그에 부합한 위기 대응 범위가 설정되고 실제 행동에 반영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위기 시 리더는 갈등을 봉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책임이다”라는 인식하에 대응해야 믿음을 얻을 수 있다. 평소 위기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위기가 발생한 후 대응 과정은 복잡하고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인이 형성되고 그들의 관점에 따라 위기관리도 더욱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는 조직이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 대응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위기는 불확실성을 먹고 자란다. 불확실성의 일부는 신뢰에 의해 통제된다. 신뢰는 결과상의 성공 여부보다 과정상의 투명성과 일관성에 의해 얻을 수 있다. 위기 시 리더십의 역할은 결국 신뢰를 얻기 위한 장치다.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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