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 자금은 현재도 꾸준히 유입 중…‘시장 붕괴’하기엔 이미 덩치 너무 커져
가상 자산 시장이 고전하고 있다. 5월 10일 오후 한때 가상 자산 전체 시가 총액은 1조5000억 달러(약 1915조5000억원)로 전고점 대비 50% 이상 폭락했다. 비트코인은 6만9000달러를 돌파했다가 한때 3만 달러가 붕괴됐다. 가상 자산은 ‘시즌 종료’인 것일까. 여러 가지 현상들을 진단해 보고 앞으로의 대응을 고민해 보자.
나스닥 커플링 심화된 가상 자산 2021년 11월 이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 자산과 나스닥의 동조 현상이 두드러지며 동반 하락을 경험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과 같은 악재가 위험 회피(risk-off) 현상을 야기했고 위험 자산인 가상 자산은 하락했다.
혹자는 금리 인상과 가상 자산 시장이 무관하다고 주장하는데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2020년 들어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고 연기금 포트폴리오에 포함되는 등 기관 투자 자산(institutional asset)으로 격상되면서 나스닥과의 커플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거시 경제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현재의 상황에서 러시아는 전쟁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이고 미국 중앙은행(Fed) 역시 금리 인상을 늦출 유인이 없어 보인다. 전반적으로 매크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유동성이 줄어드는 상황은 가상 자산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UST이번 하락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루나 생태계의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UST다. UST의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다. 1달러어치의 루나(Luna)는 1UST의 가치와 동일하고 1UST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1루나가 소각돼야 한다.
만약 UST 가격이 0.98달러라면 차익 거래자는 1UST를 1달러어치의 루나로 바꾸고 0.02달러를 얻는다. 이 과정에서 UST에 대한 수요가 올라가고 UST 가격은 1달러에 수렴한다. 반대로 UST 가격이 1.02달러라면 차익 거래자는 1달러어치의 루나를 1UST로 바꾸고 0.02달러를 얻는다. UST 공급이 증가하고 UST 가격은 1달러에 수렴한다.
이번 하락장에서 이 같은 페깅이 깨지면서 1UST는 한때 0.61센트까지 곤두박질쳤다. 다행히 5월 10일 오후 0.93센트까지 회복됐다.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의 페깅이 깨진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베이시스(Basis)·페이(Fei)·USDN 등 과거에 페깅이 깨지면서 자취를 감췄거나 위세가 줄어든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이번 UST 폭락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과거의 사례와는 비교할 수 없다. 왜냐하면 UST는 DAI를 제치고 탈중앙화 스테이블 코인 1위로 올라섰고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는 UST의 준비 자산으로 조 단위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집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또 수많은 탈중앙화 금융인 디파이(Defi) 생태계에서 UST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UST의 붕괴는 디파이의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루나·UST가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앞으로 가상 자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의 깊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테슬라 3만1700달러, 넥슨은 5만8300달러에 샀다 비트코인을 매수했다가 손해를 봤다면 너무 슬퍼하지 말자. 당신만 물린 것이 아니라 기관도 물렸다. 비트코인 매집 세력의 대표적인 큰손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평균 매입가는 3만200달러다.
또 테슬라의 비트코인 평균 매입가는 3만1700달러다. 넥슨의 비트코인 평균 매입가는 5만8300달러다. 블록의 비트코인 평균 매입가는 2만7407달러다. 이 밖에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투자 신탁 상품 GBTC, 비트코인 ETF 등과 같은 기관투자가 전용 상품의 머니 플로를 고려할 때 기관투자가의 비트코인 매입 수준은 대략 3만 달러 전후 수준으로 파악된다.
가상 자산 제도화가 진행되고 투자 상품이 다변화되며 규제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점을 고려할 때 기관 투자 자금의 유입은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흥미로운 점은, 벤처 투자로의 자금 유입이 견조하다는 것이다. 코인텔레그래프 연구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가상 자산·블록체인 관련 벤처 투자에 몰린 돈은 146억 달러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29% 성장한 수준이다. 전년도 연간 전체 투자금 대비 약 4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 평균 딜 밸류는 약 3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0% 성장한 수준이다. 딜 개수는 514개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다. 가상 자산 시장이 폭락하는 것과는 별개로 벤처 투자 시장이 활황을 띤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이다. 벤처 투자 시장에 뿌려진 씨앗 중 일부는 다음 강세장에서 투자자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가상 자산은 시즌 종료일까.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이것이 저점일 수 있고 아니면 기나긴 ‘크립토 윈터’의 시작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시장이 완전히 붕괴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커져 버렸고 일정 부분 제도권에 편입됐다는 점이다. 2024년 다음 비트코인 반감기가 실현된 이후 우리는 오늘을 어떻게 기억할까.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남들이 공포에 빠졌을 때 탐욕스러워야 하고 탐욕스러울 때 공포를 느껴야 한다.”
한중섭 ‘비트코인 제국주의’, ‘넥스트 파이낸스’, ‘친절한 독재자, 디지털 빅브라더가 온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