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급망 ESG’ 태풍 온다…기업 단위 넘어선 생태계 간 경쟁 시대”

‘공급망 ESG’ 전문가 4인 대담…EU 공급망 실사법의 영향과 한국 기업들의 대응 방안

[ESG 리뷰]

(왼쪽부터) 이재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이형희 SK SV위원장, 김동수 김앤장 ESG경영연구소장, 김민석 지속가능경영연구소장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범위가 글로벌 공급망 관리로 확대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기업 지속 가능성 실사법(Directive on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을 2월 23일 발표하면서 앞으로 협력 업체를 선정하고 유지하는 데 ESG가 주요 고려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수출 비율이 높은 대기업들은 공급망 ESG가 ‘발등의 불’이 됐다.

5월 3일 오전 ‘공급망 ESG 이슈 및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김동수 김앤장 ESG경영연구소장, 김민석 지속가능경영연구소장, 이재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이형희 SK그룹 SV위원장(가나다순)이 한자리에 모였다. 각각 컨설팅·학계·산업계에서 ESG 최전선에 있는 4인의 전문가는 공급망 이슈가 부상한 배경부터 EU 공급망 실사법의 영향, 기업의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좌담회는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됐고 장승규 한경ESG 편집장이 사회를 맡았다.

-공급망 ESG가 부상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이재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이하 이재혁): “전략적 관점에서 과거에는 개별 기업의 경쟁 우위가 중요했다면 ESG가 대두되면서 특정 기업이 포함된 생태계의 경쟁 우위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가치 사슬(밸류 체인)상에서 원료 조달, 노동 관행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고 모든 공급망 참여자에게 ESG의 실현을 요구하고 있어요. 이제 원청 업체의 ESG 기준에 맞지 않는 중소·중견기업은 자연스럽게 도태되기 시작할 겁니다. 전 과정 평가(LCA) 기법이 도입되면서 원료 수급부터 제품 수명 주기에서의 모든 탄소 배출량이 측정되기 때문에 어느 협력 업체에서 조달받고 제조했느냐가 중요해집니다. ESG가 개별 기업에서 공급망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이형희 SK그룹 SV위원장(이하 이형희):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면서 게임의 법칙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에서 과거에는 개인전을 치렀다면 지금은 단체전인 셈이죠. 100m 달리기를 할 때 뛰는 선수뿐만 아니라 선수를 중심으로 스태프와 팀을 얼마나 잘 구성했는지로 게임이 판가름 나는 양상입니다.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탈탄소를 해야 하는데 탄소를 제대로 줄이기 위해서는 기업 단위로 관리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전 과정을 살펴봐야 진실을 알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요. 또 국제 사회에서는 ESG를 기준으로 오엑스(OX)를 매기기 시작했고 특히 유럽 등 선진국에서 기준을 잘 지키는 팀이 승리하도록 먼저 룰 세팅에 나선 거죠.”

김민석 지속가능경영연구소장(이하 김민석): “20여 년 전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공급망 관리를 담당해 왔습니다. 제가 1999년 입사했는데 당시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이름으로 공급망 관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범위와 깊이, 목적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과거에도 협력 업체의 건강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이 전개됐지만 기업이 비즈니스를 잘하기 위해 철저한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한 겁니다. 가격·품질·납기 등 항목이 있고 물론 환경 부문도 포함됐죠. ESG라는 단어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관리해 왔어요. 최근 공급망 ESG는 협력 업체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평가 항목이나 가중치도 달라졌죠. 예전에는 가격이나 품질이 월등히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면 이제는 ESG 관련 항목으로 패스·페일(pass·fail)을 평가하고 거래 여부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공급망의 ESG를 함께 챙겨야 장기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관점으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김동수 김앤장 ESG경영연구소장(이하 김동수): “글로벌 공급망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ESG가 재편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신냉전 체제와 함께 전 세계 경제가 블록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불확실성을 감소시키기 위해 생산을 해외에서 국내로 되돌리는 리쇼어링(re-shoring)이 가속화되고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고 있죠. 다른 한 축에는 연성 규제(soft regulation) 관점에서의 시장 재편이 있어요. 글로벌 공급망 시장에서 일부 선진국과 ESG 체계를 도입한 개발도상국은 국가 경쟁 요인으로 ESG를 활용하기 시작했죠.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공정 거래 이슈가 불거진 겁니다. 탄소를 저감하면서 생산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만큼 보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관세로 부과하면 동등한 경쟁이 된다는 거죠. 이러한 과정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가치 사슬 구조가 흔들리고 또 재편됩니다.”

-공급망 ESG가 실제 기업 현장에서 어느 정도 강도로 밀어닥치고 있습니까.

이재혁: “기업 규모, 해외 진출 여부에 따라 고민이 다를 것 같습니다. 대기업들은 오랜 기간 준비해 왔기 때문에 공급망 관리 개념도 새로운 것은 아니죠. 그런데 지난 2월 EU에서 기업 지속 가능성 실사법을 발표했습니다. 현재 법인 설립 대기업은 물론 EU 기업에 수출하는 중견·중소기업까지 ESG 준수 사항을 인증하고 보고해야 해요. 종업원 500명 이상, 매출액 약 2000억원 규모의 대기업은 공급망 실사 의무화 대상이 됩니다. 2년의 유예 기간이 지나면 종업원 250명, 매출액 500억원 규모의 기업도 공급망 실사의 적용 대상이 됩니다. 준비되지 않은 기업에는 유럽이 기회의 땅이 아닌 위협의 땅이 되는 거죠. 지금 한국에서 조용한 것은 폭풍 전야의 상황인 듯합니다. 특히 글로벌 무대에서 뛰는 주요 대기업은 당장 실사 대상이 됩니다. 네덜란드는 아동 노동을 비롯해 공급망 관련 법규를 위반하는 기업에 벌금이나 징역 등 법적인 제재를 가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기업의 ‘탈한국’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대기업에 한국의 중소·중견기업이 새로운 공급망 리스크로 부각된다면 잘 준비된 공급망을 찾아 해외로 떠나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 이미 준비된 기업만 가치 사슬에 포함할 수 있는 거죠. 한국 중소·중견기업이 새로운 게임의 장에서 대기업들의 파트너가 되도록 준비해야 하는데 아직은 시급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긍정적인 것은 준비된 기업에는 유럽이 새로운 황금의 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이형희: “SK그룹에서 공급망 실사에 대응하기 위해 각 사별로 실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해 봤습니다.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협력사에서 시범적으로 해 보자고 했어요. 그런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어요. 설문 이후 어떤 요구를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어서입니다. 체크리스트에서 엑스(X)가 많이 나오면 저탄소 구조로의 전환을 요구할 것 같고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고 추측하는 거죠. 그래서 일단 유보하는 곳이 많아 현상 파악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하지 않으면 거래를 끊을 수 있다는 식으로 강제적 방법을 쓰기에는 굉장히 부담스럽죠. 2024년부터 적용되는 페널티 조항도 거래 정지·벌금·징역 등으로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아직 확실하지는 않아요. EU 각국에서 자국 법을 계속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니까요. 분명한 것은 리스크가 크고 적용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지금부터 움직여야 한다는 겁니다.”

김동수: 태풍이 다가오는데 왜 잘 못 느끼는지, 3가지 관점에서 접근하면 좋을 듯합니다. 먼저 기준이 다양해서입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EU의 기업 지속 가능성 보고 지침(CSRD)이 있습니다. 상장사뿐만 아니라 비상장사에도 적용하는 ESG 보고 기준이죠. 민간 차원에서는 에코바디스(EcoVadis) 기준이 있고 또 책임있는비즈니스연합(RBA)과 같이 산업 연합체 규약도 있습니다. 여러 개의 작은 태풍이 동시에 감지되기 때문에 특히 중소기업으로서는 집중하기 어려운 거죠. 또 적용 대상의 이슈가 있습니다. 2023년부터 대기업에서 먼저 시작하고 중소기업은 그다음 단계에 적용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는 2027년을 전후로 중소기업에도 적용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착각일 수 있는 게, 대기업이 글로벌 공급망 시스템에서 기준을 충족하려면 대기업의 협력 업체 정보가 필요해요. 한국의 중소·중견기업은 사실상 2023년부터 간접 규제 대상이라고 보는 게 타당한 거죠. 마지막으로 시점이 2023년부터지만 계도 기간이 설정돼 있다 보니 그때 빠르게 따라잡으면 된다는 한국 기업 특유의 경험 효과가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김민석: “2011년 무렵 전자업계는 공급망의 지속 가능성 문제로 언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주요 기업에서 다국적 기업의 가이드라인을 기준 삼아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협력 업체를 설득했어요. 이 과정에 3년이 걸렸습니다. 회사의 환경·인권·노동을 잘 챙겨야 한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모두 단가 상승이 보전되는지에 대해서만 궁금해 했죠. 그런데 지속적으로 설명회를 열고 방법론을 전달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하다 보니 3년 정도 지나 안정됐습니다. 만약 ESG 평가가 나쁘다는 이유로 우수 협력 업체와 거래를 종료하면 대기업에도 손해겠죠. 함께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파트너를 만드는 게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지금도 변화를 체감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이 구체적인 것에까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아직까지는 주로 해외에 수출하거나 한국 대기업의 협력 업체로서 ESG를 요구받는 기업이 주로 문의하고 있습니다.”

- EU 공급망 실사법이 유럽을 넘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것이라고 봅니까.

이재혁: “바스프를 비롯해 독일 화학 업체들이 TfS(Together for Sustainability)를 만드는 것을 보면서 마치 우수반 학생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역량을 확보했기 때문에 대외적 소통을 시작한 것이죠. 혹자는 유럽발 그린 딜이 제조업 기반의 국가에 대한 견제라는 음모론도 제기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반대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의명분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건을 갖춘 기업이 선점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높아요. 애플이나 바스프 등 공급망 관리를 잘하는 기업은 이제 생태계 차원에서 경쟁력을 갖는 거죠. 애플은 지금 약 80%의 협력 업체가 애플의 기준을 충족한다고 합니다. 그런 기업들이 전 세계에 자신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죠. 좋은 생태계에 들어갈 수 있는지 여부가 일류 기업을 판가름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형희: “공급망 실사 항목으로 ESG 전반을 다 봐야 합니다. 언뜻 보면 한국에서 아동 노동을 시키는 협력 업체가 있을 것 같지는 않죠. 하지만 1차, 2차 협력사로 내려갈수록 해외 이주 노동자에 대한 인권 이슈는 있을 것 같기도 해요. 공급망 실사와 바로 연계되는 것 중 택소노미가 있습니다. 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무관하다고 보지 않아요. 이제 LCA를 하면 제품 제조에서 총탄소가 얼마나 배출됐는지, 각 부품의 탄소 배출량은 어느 정도인지 계산할 수 있어요. 그러면 애플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SK하이닉스와 삼성은 또 그들의 협력 업체에 요구할 겁니다. 그게 공급망 실사법의 기본이죠. 한 협력 업체가 한 기업에만 오롯이 납품하면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같이 무언가를 만들 수 있겠죠. 그런데 협력 업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10% 정도라면 모든 것을 지원하는 게 굉장히 힘들어요. 모든 거래 대기업이 눈치를 보겠죠. 그렇게 되면 대응하기가 점점 늦어질 겁니다. 정부도 나서기 쉽지 않아 보여요. 그러면 현실적으로 좋은 협력 업체를 찾아다니게 될 거예요. 좋은 협력 업체가 한국에 있으면 한국에서 찾을 것이고 외국에 있으면 외국에서 찾을 겁니다. EU에서 이 법을 만든 이유는 그들 나라에 준비된 업체가 많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일 수 있어요. 그런 식의 대응 방법이 비용과 시간도 가장 적게 들겠죠. 그런데 그 방법이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모습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아닐 수도 있다는 겁니다.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견·중소기업에 과연 강요할 수 있느냐의 문제도 있습니다. 관리해야 하는 업체 수는 SK그룹 안에서도 수천 개에 이릅니다. 정보기술(IT)과 결합해 플랫폼에 데이터를 기입하게 하고 평가하는 방법도 있겠죠. 그래도 검증은 필요합니다. 평가·진단 업체의 생태계도 빨리 갖춰야 할 겁니다. 6개월 정도 공급망 실사에 대응하면서 딜레마가 생겼습니다. 지금은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당근 정책을 많이 펴지만 모두가 여기에 반응하는 것도 아닙니다.”

김민석: “2월 23일 공급망 실사법, 정확히는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법이 발표됐죠. 지침(directive)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이 법안을 기초로 각 나라에서 산업·경제계의 의견을 수렴해 세부적인 법을 만들 겁니다. 특히 고위험 산업군(섬유, 가죽 제조, 의류, 농업, 임업, 어업, 농산물 및 목재 도매, 축산, 음식료업, 광물 추출 및 제련, 중간 광물 제품의 도매 등)은 좀 더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결국 ESG 관점에서 기업 공급망에 리스크가 있느냐, 없느냐를 확인하라는 겁니다. 협력 업체들이 100점을 받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대한 개선을 돕고 건강한 생태계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어요.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적당한 챌린지도 분명 자극이 된다고 봅니다.”

-ESG 공급망 관리를 협력사 어디까지 해야 할까요.

이재혁: 1970~1980년대 공급망 관리는 필요한 소재를 적시에 조달받는, 소위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 : 적기 생산 방식)부터 시작했죠. 중국이 전 세계의 제조업 공장이 되면서부터 그때 공급망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전 세계에서 누가 더 저가로 공급할 것인가였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안정적 공급망이 포인트가 됐습니다. 그런데 ESG 시대에는 공급망 관리의 주어가 바뀌는 겁니다. 업스트림·다운스트림에서 자신의 파트너가 누구인지 문제 같기도 해요. 그래서 LCA 관점에서 정확한 방법론으로 결정되면 스코프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겁니다. 과학적 기반에서 한국 기업이 생각하는 파트너의 범위는 어디까지일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김동수: “현장에선 1차 협력 업체는 의무적이고 2차까지도 포함하는 단계까지 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3차까지는 무리라는 시각이 있는 것 같아요. 3차 협력 업체까지 내려가면 관리 범위가 지구 반대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협력 업체의 범위를 이야기할 때 추적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됐느냐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예컨대 노트북 한 대에 들어간 모든 부품이 어디에서 왔는지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야 하는 거죠.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1차 협력 업체를 넘어선 시스템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급망 이슈가 현안이 되면서 2차 협력 업체까지는 시도하는 단계인 것 같아요. 3차 협력 업체까지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은 상당한 노력과 관심,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김민석: “기업에 N차 협력 업체까지 모두 추적해 관리하라고 하는 것은 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RBA 기준에 따르면 최소 1차 협력 업체까지는 관리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이 공급망에 대해 최소 1차까지는 책임을 지고 2차 협력 업체는 1차가 관리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현실적입니다. 일종의 캐스케이드(cascade) 방식이죠. 대기업은 1차 협력 업체 수만 몇 천 개에 이릅니다. 그래서 RBA는 1차 협력 업체 가운데 구매 금액의 상위 80%에 해당하는 기업까지 관리할 것을 권고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맹점이 있습니다. 리스크가 꼭 규모의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작은 데서 더 큰 리스크가 생기기도 합니다. 또 예외적 케이스가 몇 가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분쟁 광물이에요. 코발트 같은 분쟁 광물은 완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N차 협력 업체까지 조사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동석: “공급망 실사법 기준은 또 다릅니다. 아무래도 국가 차원의 기준과 산업계 차원의 기준은 조금 결이 다를 겁니다. 산업계 기준은 적극적인 면도 있지만 또 선을 그어 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참여하는 기업을 보호하는 차원도 있습니다. 반면 공급망 실사는 전반적으로 적용하기를 기대하는 거죠.”

- 일본에선 공급망 ESG 대응을 업계가 함께하기도 합니다. 에코바디스에서는 일종의 플랫폼을 만들기도 했어요. 이렇게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요.

이재혁: “정부 주도로 ESG에 관련 규제나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공유하는 겁니다. 또 여기에 개별 기업들은 한국적 사안을 정부나 해외 평가사에 강하게 어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다양성 이슈만 해도 미국과 한국에서의 주요 관심이 다릅니다. 이러한 소통의 장에서 정보 공유와 새로운 정책 제안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형희: “기업이 할 일과 정부가 할 일이 다를 것 같습니다. 공급망 실사에 대응하는 데 인프라도 필요합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해결 방안을 함께 고민하면 좋을 듯합니다.”

김민석: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ESG 평가 툴을 만들었습니다. 중소기업에서는 활용해볼 만합니다. 스스로 점수를 매겨 보는 거죠. 현재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후 그러한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좀 더 안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동수: “한국 기업도 자체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개별 기업 단위를 넘어 산업·업종별로 그러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각 경제 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산업·업종별 리더십을 구현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381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

진행=장승규 <한경ESG> 편집장
정리=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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