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성적표 ‘낙제’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아파트 38.3%↑·전세 20.2%↑
지역별·가격대별 양극화도 심화
넘치는 유동성 관리 못한 ‘정책 실패’가 원인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잠실주공5단지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5년이 끝났다. 이 기간 많은 일이 있었지만 특히 부동산 시장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17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38.3%다. 김대중 정부의 38.5%에 이어 역대 둘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사실상 집값 상승률 최고

김대중 정부가 시작된 1998년 2월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가 기승을 부렸던 시기로, 이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문재인 정부 때의 상승률이 더 높았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진보 정권이던 노무현 정부의 매매가 상승률보다 높은 수준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셋값 상승률이다. 노무현 정부 대비 두 배 정도 높다. 지난 5년간 매매가도 많이 오르고 전셋값도 많이 올랐다는 얘기다.

역대급 부동산 상승을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로만 볼 수는 없다. 집값이 크게 오른 이유 중 하나는 2020년 이후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적으로도 늘어난 유동성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옳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돈 가치 하락의 영향을 같이 받는 주식 시장은 주택 시장만큼 상승하지는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던 2017년 5월 10일의 코스피지수는 2270.12였다. 퇴임한 올해 5월 10일의 지수는 2595.56이다. 5년간 14.4% 상승한 셈이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 38.3%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 상승률이다.

주식보다 주택 시장의 상승률이 높다는 뜻은 부동산으로 시중 자금이 더 몰렸다는 의미다. 물론 주식 시장은 공매도 재개나 일부 상장사의 물적 분할 등의 영향으로 저조한 면도 있지만 이 또한 문재인 정부에서 허가한 것이어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높은 집값 상승률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가격대별 차별화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56.9%다. 반면 기타 지방의 상승률은 11.6%에 그쳤다.

그나마 기타 지방 통계에는 57.3% 오른 세종도 포함돼 11.6%가 된 것이다. 경북(5.01%)이나 경남(5.04%) 등과 같은 지역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50개 지역 중 46곳이 수도권에 있다. 지방에선 △대전 서구 24위 △세종시 32위 △대전 유성구 40위 △부산 해운대구 49위뿐이다. 지역별로 극심한 양극화가 나타났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고가 아파트 122.4%·저가 아파트 4.0%

가격대별 차별화는 더욱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기준 저가 아파트(하위 20%)의 평균 매매가는 1억1837만원이었다, 고가 아파트(상위 20%)의 평균 매매가는 5억6078만원으로 고가 아파트 한 채를 팔아도 저가 아파트 5채를 사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는 고가 아파트(12억4707만원)를 팔면 저가 아파트(1억2313만원) 10채를 사고도 남는다. 지난 5년간 저가 아파트가 4.0% 오르는 동안 고가 아파트는 122.4%나 올랐기 때문이다.

역대급 유동성 증가로 인한 돈 가치 하락은 고가 아파트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양극화가 심해진 원인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정권 초기부터 다주택자를 적폐 세력으로 몰아붙이며 세금 부과를 늘리자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이들은 정부의 의도대로 주택 숫자를 줄이는 방향을 선택했다. 문제는 여러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주택 수를 줄이라고 하면 당연히 입지가 좋은 주택보다 입지가 떨어지는 주택을 처분한다는 점이다.

이는 저가 주택의 매물 출회가 고가 주택보다 많아져 저가 주택 집값의 약세 현상을 초래했다. 나아가 여러 채의 집을 처분한 사람은 이 돈을 모두 소비하지 않는다. 노후 대비 등을 위해 아껴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도 자금을 주식 등 다른 자산 시장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했어야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부족했다. 집을 팔게 하는 것만이 목표였다. 다음을 고민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저가 주택 매매 대금은 또다시 고가 주택을 사기 위한 돈으로 흘러들어 갔다. 똘똘한 한 채 열풍으로 고가 주택이 122.4%나 오르도록 방치한 셈이다. 고가 주택이 상대적으로 많은 수도권 집값이 저가 주택이 많은 지방 집값보다 더 많이 오른 이유다.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집을 가진 이들의 불만도 역대급으로 치솟았다. 집값 상승률 이상으로 세금이 증가해서다. 집을 살 때 내는 취득세와 보유할 때 내는 보유세, 팔 때 내는 양도세가 모두 역대 최고의 세율로 인상됐다.

주택 시장의 활황이 부정적인 영향만을 끼친 것은 아니다. 미분양 물량 해소로 건설업계의 자금난 해소에 도움을 준 적도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 4월 말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6만313채다. 반면 가장 최근 자료인 올해 3월 말에는 2만7974채로 줄었다. 5년이라는 기간 동안 3만2339채나 줄어든 것이다.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같은 기간 9587채에서 7061채로 26% 줄었다. 시장이 활황을 보이자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분양되지 못했던 물량도 팔려 나간 것이다.

이념이란 잣대로 시장을 재단하면 어떠한 성적표를 받는지 문재인 정부의 5년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권의 성적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어떠한 정책을 발표해야 할지 고민해야만 한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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