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가정용 혈압계’로 확보한 데이터, 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이죠”
입력 2022-05-23 06:00:22
수정 2022-05-23 06:00:22
엔도 타카유키 한국오므론헬스케어 대표…혈압과 심전도 동시 측정하는 신제품, 한국 시장 곧 출시
[인터뷰]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올해 1월 열린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2’에서 새로운 주역으로 ‘디지털 헬스케어’가 등장했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디지털 헬스케어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해 일시적으로 비대면 치료가 허용되는 등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상황이다.
1973년 가정용 혈압계를 세계 최초로 출시한 오므론 헬스케어는 이번 CES에서 혈압과 심전도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오므론 컴플리트’를 선보이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므론 컴플리트는 하나의 기기로 혈압과 심전도를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가정용 의료 기기다.
엔도 타카유키 한국 오므론 헬스케어 대표는 올해를 한국 헬스케어의 원년으로 보고 있다. 가정용 의료 기기 시장의 최강자로서 개인의 건강 데이터와 전문의를 연결하는 데 오므론 헬스케어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므론 헬스케어의 가정용 혈압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우선 일본 본사와 글로벌 지사들이 연계해 만들어 낸 양질의 제품 경쟁력을 꼽을 수 있습니다. 혈압계의 제품력은 ‘정확성’에 좌우됩니다. 오므론 헬스케어의 혈압계는 전 세계 의학 임상 시험에도 널리 사용되면서 다른 경쟁사들보다 안정적인 제품으로 알려져 있어요.
가정용 의료 기기를 판매하려면 오므론 헬스케어가 진출해 있는 110여 개 국가에서 판매 인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세계 각국의 기준을 모두 맞출 수 있는 노하우를 갖고 있죠.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설계한 네트워크도 중요합니다. 오므론 헬스케어는 110여 개 국가에서 고객들에게 닿을 수 있는 판매망을 갖추고 있습니다.”
-혈압이나 심장 질환 환자들에게 가정용 혈압기를 통한 체크는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혈압은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혈당과 콜레스테롤은 식사 후 수치가 증가하지만 혈압은 시시각각 변하죠. 게다가 평상시에는 혈압 수치가 정상이지만 의사 앞에서는 일시적으로 혈압이 상승하는 백의 고혈압과 이와 반대로 집에서는 고혈압이지만 병원에서는 정상으로 나오는 가면 고혈압도 있어요.
이 때문에 혈압은 평소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매우 중요해요. 최근 의학계에서는 수면 중에도 혈압을 측정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어요. 오므론 헬스케어도 야간에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를 갖고 있고 현재 유럽의 의료진과 연구를 지속 중입니다.”
-2022년 CES에서 ‘디지털 헬스케어’가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오므론도 CES에서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선보였죠.
“오므론은 2022년 CES에서 심전도와 혈압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오므론 컴플리트’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습니다. 또 원격 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오므론 커넥트 2.0’ 애플리케이션(앱)도 공개했어요. 환자의 평상시 혈압 판독 값과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개인에게 심혈관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사용자의 데이터는 앱 내에 저장되고 의료진과 공유할 수 있어 원격 진료가 가능해요.
또 환자의 건강 수치를 의료진에게 공유해 의사에게 약의 처방 계획을 제안하는 영국의 ‘하이퍼텐션 플러스’, 원격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인 미국의 ‘바이털사이트’는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 오므론의 혁신적인 기술력과 환자의 건강한 삶을 위한 노력이 모두 인정받은 겁니다.”
-CES에서 공개된 기술 중 한국 시장에 도입할 계획인 것이 있나요.
"앞서 언급했던 오므론 컴플리트의 도입을 준비 중입니다. 2023년에는 한국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건강 관리 차원에서 오므론 컴플리트의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심전도와 혈압을 함께 측정하면 환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부정맥과 같은 증상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뇌질환과 같은 중병을 예측하는 것에도 도움이 되죠.”
-일본과 한국에서의 시장 전략에 차이가 있나요.
“한국과 일본의 시장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한국 시장에서는 가정용 혈압계의 보급률을 넓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기존 사업이 이미 자리 잡았어요. 예를 들면 가정용 혈압계의 보급률은 한국이 일본의 절반 수준이에요. 따라서 일본에서는 가정용 심전도계와 같은 신규 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오므론 헬스케어는 그간 하드웨어의 판매로 성장했지만 앞으로는 소프트웨어 서비스에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어떤 상황인가요.
“한 단어로 말하자면 ‘여명기’입니다. 큰 파도를 눈앞에 두고 있죠. 특히 경영자로서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투자를 결정했다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규모를 불문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어요.
오므론 헬스케어는 오랜 기간 쌓아 온 ‘센싱 테크놀로지’에 강점이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웨어러블 혈압기를 만들어 낸 기업이죠. 50년이 넘는 시간 쌓아 온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근간이 되는 게 곧 데이터죠. 따라서 오므론 헬스케어가 향후 한국 헬스케어 시장의 진화에 크게 공헌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 같습니까.
“우선 데이터의 폭이 넓어지고 데이터를 해석하는 AI 기술도 진화할 겁니다. 두 가지 기술이 융합하면 질병 발병을 사전에 예측하거나 방지할 수 있죠.
의료비가 국가 재정을 압박하는 문제에 직면한 선진국은 디지털 헬스케어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요. 특히 압도적으로 의료비 부담이 큰 분야가 뇌졸중과 심장 질환 등 순환계인데 일본에서는 전체 의료비의 30%가 순환계 관련 비용입니다. 세계 각국에서는 이처럼 의료비를 감축하기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를 도입할 겁니다. 민간 기업의 참여도 독려하겠죠.”
-하지만 아직 규제에 묶여 있는 한국의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한국은 아직까지 의료계와의 시각차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원격 진료가 스며든 것은 다른 나라와 차이가 없어요. 속도는 느리지만 디지털 헬스케어가 필요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오므론 헬스케어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오므론 헬스케어의 주력 제품인 혈압계 보급률을 추후 3년간 110% 성장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한국에서는 매년 고혈압 환자들이 3%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3년간 보급률을 110% 높이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목표입니다.
오므론은 고혈압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을 0에 가깝게 줄인다는 ‘고잉 포 제로(Going For Zero)’라는 비전을 세우고 가정 혈압 측정의 중요성을 환자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한국 고혈압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진행할 겁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