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직장’ 아마존의 반전, 혁신 문화 민낯 드러낸 물류 창고

1994년 차고에서 시작, 전 세계 가장 파괴적인 기업으로
평균 근속 연수 1년 6개월에 불과
30년 고수한 무노조 경영도 무너져
업무 강도·경쟁 치열한 검투사 문화탓

[스페셜 리포트] 2022년 기업 문화 3.0시대 열린다

미국 뉴욕시 스태튼아일랜드의 아마존 물류 창고 JFK8 전경. 사진=AFP


‘호칭·직급 파괴, 리버스 멘토링, 재택근무, 성과급 제도….’

좋은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시도되고 있지만 모든 조직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강한 조직 문화가 반드시 높은 성과를 가져온다는 보장도 없다. 문화적 통제가 너무 지나치면 구성원들의 저항이 야기되고 결국 성과가 떨어질 수도 있다.

아마존은 강력한 기업 문화를 갖고 있다. 인재 영입을 위해 최근 사무직 직원의 기본급 상한선을 35만 달러(약 4억1890만원)로 인상하는 등 업계 최고 대우를 보장한다. 하지만 미국 기업 리뷰 사이트 글래스도어가 선정하는 ‘최고 기업 문화를 가진 글로벌 기업’에서 2021년과 2022년 연속으로 10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아마존이 100위권 밖에서 자존심을 구기고 있을 때 엔비디아는 1위, 구글은 7위였다. 아마존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배달 노동자들이 화장실에 갈 수 없어 트럭 안에서 음료수 병에 소변을 본다는 폭로가 나오는 등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질타를 받고 부인했지만 소셜 미디어에서 소변 페트병 사진이 잇달아 올라오자 공식 사과했다.

최악의 기업을 평가하는 지표의 하나로 이직률을 들 수 있다. 아마존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연간 이직률은 150% 이상으로 유통 산업의 평균 이직률보다 2배 이상 높다. 133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아마존은 월마트에 이어 미국 내 둘째로 많은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이다.

사무직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도 1년 6개월이 채 되지 않는다. 업무 강도가 높고 경쟁이 치열한 검투사 문화(글래디에이터 문화)가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전미산업안전보건협회는 아마존을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고용주 목록인 더티더즌(Dirty Dozen)에 포함시켰다. 이는 아마존의 기업 문화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1994년 설립 이후 28년간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던 아마존에서 올해 사상 처음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마존 물류센터 직원들은 10시간 근무하는 동안 30분씩 두 번의 휴식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물류센터가 너무 넓어 화장실 가는 데만 10분이 걸리기 때문에 화장실을 한 번만 다녀와도 30분이 지난다. 화장실을 가는 등 작업을 잠시 멈추면 작업 속도를 측정하는 추적 시스템이 작업 중단 시간을 체크한다. 아마존에서 노조 설립을 최초로 추진한 한 직원은 “돈 때문이 아니라 열악한 노동 환경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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