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가 코로나19 속 ‘위기를 기회’로 바꾼 방법

워케이션 등 ‘미래 여행 트렌드’ 반영해 서비스 혁신…2022년 1분기 매출 70% 뜀박질

[비즈니스 포커스]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가 최근 업그레이드한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에어비앤비 제공

에어비앤비는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업체 중 하나다. 2020년 2분기 에어비앤비의 매출은 3억3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으로 위기를 맞았던 에어비앤비가 화려한 반전에 성공했다. 2022년 1분기 매출은 15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0% 뛰었다. 숙박 예약 또한 1억210만 건을 기록했다. 2019년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뛰어넘은 기록이다.

에어비앤비의 이 같은 호실적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 여행 수요가 되살아난 영향이 크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에어비앤비의 회복력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에어비앤비의 실적이 서서히 반등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 역시 2020년 3분기부터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혁신과 실험을 시도한 결과다.
코로나19 위기에서 찾은 ‘여행의 미래’
2008년 설립된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400만 명의 호스트가 게스트를 맞이하고 있는 세계 최대 숙박 공유 사이트다. 누구나 자신의 방을 빌려 주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여행자들 또한 현지인들의 실제 삶의 공간을 가깝게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어비앤비는 등장과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어느 곳이든 그저 관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살아보는 여행’이라는 콘셉트를 앞세웠다.

하지만 개인의 집을 빌리는 에어비앤비의 특성을 감안할 때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예상하지 못한 재난에는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초기, 8주 만에 숙박 예약의 80%가 날아가는 등 여행 수요가 급감했다. 2020년 1분기 영업 3억2548만 달러의 손실을 본 데 이어 2분기에는 5억8321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종합 여행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추진 중이던 호텔, 럭셔리 숙박, 교통, 미디어 사업은 모두 중단했다. 임직원 임금 삭감과 마케팅 비용 절감 등에 나섰지만 비용 압박은 커져 갔다. 에어비앤비는 2020년 5월 직원의 25%를 해고하는 구조 조정을 했다. 전 세계 7500여 명의 직원 중 1900여 명을 내보내야 했다. 실적이 악화되면서 2020년 4월로 예정돼 있던 기업공개(IPO) 역시 차질을 빚었다. 에어비앤비는 예정된 날짜보다 8개월 정도 늦은 2020년 12월 IPO에 성공했다.

공유 경제의 대표적인 모델로 손꼽히던 에어비앤비의 성공 신화는 끝나가는 듯 보였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에어비앤비는 타개책이 절실했다. 2020년 4월 에어비앤비는 온라인 체험을 론칭했다. 여행의 본질은 ‘새로운 문화의 체험’이다. 대면 여행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비대면 채널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문화를 체험하는 것을 확장하기 위한 시도였다. 온라인 체험은 ‘방구석 여행’을 가능하게 했지만 분명한 한계가 존재했다. 모든 프로그램이 영어로 진행됐던 데다 ‘체험’이라는 측면에서 제한이 컸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는 ‘고객들이 원하는 여행’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보는 작업부터 다시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변화하고 있는 ‘여행의 방식’을 먼저 관찰하고 트렌드를 파악함으로써 어쩔 수 없는 재난 상황에 휩쓸리기보다 에어비앤비가 먼저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디자인하고 선도해 나가는 승부를 택한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2021년 2월 ‘2021년 여행 트렌드’ 보고서를 선보여 앞으로의 여행 트렌드를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에도 여행을 원하는 고객들의 수요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여행의 형태가 바뀌었을 뿐이다. 코로나19 이전 여행은 휴가철 이국적인 장소로 멀리 떠나는 여행이거나 혹은 비즈니스를 위해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장소로 향하는 여행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여행객들은 자신의 집에서 운전 가능한 거리에 있는 장소에서 지내길 원한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집을 벗어난 새로운 장소에서 편하게 일도 하고 휴식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찾는 여행도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행의 미래는 ‘일과 주거, 여행의 경계가 혼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어비앤비 CEO가 ‘에어비앤비살이’에 나선 이유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최고경영자(CEO)는 2022년 1월 미국 애틀랜타 주에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지내는 중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도 그는 에어비앤비의 숙소들에서 장기간 근무하며 일과 생활을 지속하는 삶을 한동안 살아 볼 계획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그 역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에어비앤비 본사에 매일 출근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체스키 CEO는 4월 29일 전 직원들에게 e메일을 통해 “어디서든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는 원격 근무를 영구적으로 허용할 것”이라며 새로운 근무 방식을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체스키 CEO의 이 같은 결정에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워케이션(워크+베케이션)’ 트렌드가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그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이 근무지와 근무 일정을 선택하는 데 유연함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 간의 ‘인재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워케이션’과 같은 유연한 근무 환경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에어비앤비는 2021년 5월 100가지 업그레이드를 내놓은 데 이어 11월에도 50가지 업그레이드를 선보였다. 최근 5월에도 대규모 업그레이드를 단행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에어비앤비의 혁신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키워드는 ‘유연한 여행’이다. 출장이나 휴가처럼 ‘날짜가 정해진 여행’이 아니라 언제 어디에서나 일과 생활을 같이할 수 있는 공간으로의 여행, 즉 워케이션 수요를 잡기 위한 변화다.

먼저 여행자가 정확한 날짜나 목적지를 입력하지 않아도 융통성 있고 자유롭게 여행 일정을 조정할 수 있도록 검색 기능을 조정했다. 숙박 장소를 검색할 때 검색 범위를 살짝 벗어나는 집도 같이 소개해 준다거나 날짜 역시 검색 날짜를 전후해 숙박이 가능한 집들을 같이 보여주는 식이다. 최근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를 더욱 강화했다. ‘언제든’, ‘어디서나’ 기능을 추가해 여행자가 정확한 일정을 지정하지 않아도 숙박 검색이 가능하다.

둘째, 여행지의 다변화다. 기존에는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처럼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대도시를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이를 고객들이 살고 있는 인근 지역의 숙소를 더욱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와 함께 전 세계 10만 개 이상의 도시에 있는 숙박 장소를 분석해 ‘디자인이 특별한 집’, ‘국립 공원’, ‘호수가 있는 집’ 등의 카테고리를 묶어 그에 맞는 숙소들을 추천해 주도록 했다. 여행의 목적이 되는 ‘특별한 숙소’를 전면에 내세운 개편이다. 여행 장소가 단지 휴식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일’을 하는 데도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 ‘와이파이 속도 검증’을 강화한 것 역시 호평을 얻었다.

셋째, 장기 숙박에 방점을 둔 것 또한 눈에 띈다. 주말·1주일 혹은 한 달 단위로 숙박 일정을 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지난 5월 업그레이드 이후에는 특히 1주일 이상, 혹은 한 달 이상의 장기 숙박을 원할 경우 그 기간에 맞는 단 하나의 숙소를 추천해 주는 것이 아니라 두 개 이상의 숙소를 추천해 주는 ‘나눠서 숙박 기능’이 더해졌다. 장기 여행의 경우 한 장소에 머무르기보다 여러 숙소에서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수요를 붙잡기 위한 것이다.

이 밖에 최근 업그레이드를 통해 예약 지원 보장, 24시간 안전 지원 라인 등 여행 전반에 걸쳐 고객들에 대한 보호를 대폭 강화한 ‘에어커버’도 눈길을 끈다.

에어비앤비의 혁신은 적중했다. 에어비앤비 측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9월 사이 에어비앤비에 예약된 숙소의 20%는 ‘한 달 이상’ 숙박으로 채워졌다. ‘1주일 이상’ 한 숙소에서 숙박한 경우 또한 45%에 달했다. 특히 미국의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같은 경우 숙소 예약의 절반 이상이 최소 1주일 이상의 장기 숙박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적으로도 나타난다. 에어비앤비의 매출은 2020년 34억 달러에서 2021년 60억 달러로 증가했다. 특히 3분기는 순이익만 8억3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0% 급증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2022년 1분기의 ‘어닝서프라이즈’는 이와 같은 혁신이 바탕이 된 결과인 셈이다.

체스키 CEO는 지난 1분기 주주 서한을 통해 “팬데믹이 시작된 지 2년 만에 새로운 여행의 세계가 나타났다”며 “에어비앤비의 적응력과 끊임없는 혁신을 바탕으로 팬데믹 2년이 지난 지금 에어비앤비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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