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눈앞에 다가온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정책 조정 과정에서 고통은 따라올 수밖에”…통화 정책 변화와 인플레이션 안정이 터닝 포인트

[머니 인사이트]

<YONHAP PHOTO-3693> FILE PHOTO: Federal Reserve Chair Jerome Powell testifies during the Senate Banking Committee hearing titled "The Semiannual Monetary Policy Report to the Congress", in Washington, U.S., March 3, 2022. Tom Williams/Pool via REUTERS/File Photo/2022-05-13 06:51:35/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전 세계 금융 시장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지수는 3월 말 이후 23% 급락하며 5월 하순 약세장에 진입했고 시가 총액 상위 기업인 아마존·테슬라·메타플랫폼(구 페이스북)은 모두 고점 대비 50% 가까이 급락했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의 수혜주로 각광받던 넷플릭스는 고점 대비 73% 폭락했다.

코스피는 작년 고점 대비 20% 하락했지만 3월 말 이후로는 4% 하락에 그쳐 상대적으로 오히려 선방한 느낌이다. 외환 시장의 변동성도 두드러진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20년 만에 최고치까지 상승했고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던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20년 만에 최저치까지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다시 달러당 1250원대로 다소 진정됐지만 5월 중 2020년 3월 팬데믹 당시 고점인 1285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13년 만의 최고치다.
인플레이션의 부정적 영향 가시화인플레이션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전 세계 금융 시장을 흔들고 있다. 팬데믹에 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심화되고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3월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8.5%까지 상승하며 40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저물가가 골칫거리였던 2020년 8월 미국 중앙은행(Fed)은 잭슨홀에서 인플레이션 오버슈팅 정책인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웃돌더라도 일정 부분 이를 용인한다는 정책이다. Fed가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인플레이션 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이유다.

인플레이션이 연초부터 당국의 통제를 벗어나는 조짐이 보이자 이를 제어하기 위해 Fed는 뒤늦게 허둥지둥 유동성 흡수에 나서기 시작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제어하려면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늘어남에 따라 그 여파로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졌다.

5월 중순 월마트와 타깃 등 미국의 대형 유통 업체들이 예상보다 비용이 크게 높아졌다는 이유로 향후 실적 전망을 낮추면서 높은 인플레이션의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휘발유와 식품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꼭 필요하지 않은 다른 지출을 줄이고 있는 모습이다. 휘발유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미국 모든 주에서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다. 그동안 관성에 의해 유지되던 강한 소비는 유가 급등 이후 3~4개월이 흐른 5~6월 지표부터 점차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판매 수량 감소 폭보다 제품 가격 오름폭이 커 매출액이 증가했지만 수요가 약해지면 가격을 더 올리기 어려워 순이익뿐만 아니라 매출액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유통 업체에서 시작된 실적 부진은 향후 유통 업체에 상품을 공급하는 제조 업체들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 긴축 효과도 점점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4월 기존 주택 매매 건수는 2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화 긴축은 이제 시작 단계지만 통화 긴축이 예고되면서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모기지 금리가 주택 수요를 약화시키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 Fed의 통화 긴축 기조가 완화로 변경될 가능성은 아직 낮아 보인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5월 17일 “인플레이션이 분명하고 확실하게 낮아지는 것을 봐야 한다”면서 처음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과정에서 고통이 수반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3.6%로 팬데믹 이전 3.5%를 거의 회복했고 Fed가 추정하는 자연 실업률 4.0%도 크게 밑돌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감안하면 인플레이션을 잡는 과정에서 경기가 나빠지더라도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인플레이션 통제는 이미 모든 나라에서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위험 자산 투자에 나설 긍정 조건하지만 지금의 인플레이션 문제가 어려운 것은 강한 수요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공급 문제가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미·중 무역 분쟁, 2020년 팬데믹,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이 와해되면서 비용 부담이 한 단계 높아졌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높아진 임금 상승과 복지 확대도 인플레이션의 하단을 높였다. 미·중 무역 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과 유럽이 중국이나 러시아와 대립하는 진영 간 대결 구도도 선명해졌다.

비용이 낮은 해외에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이 마무리되고 신뢰가 쌓인 나라들 안에서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의 필요성도 비용 부담을 높이는 중이다. 경기 둔화 우려가 생기면 원자재 가격과 금리가 충분히 낮아지면서 경제의 부담을 낮춰야 하지만 지금은 그런 연결 고리가 작동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향후 어떤 신호를 기다리면서 다시 위험 자산 투자를 준비해야 할까.

첫째, 통화 정책 기조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만약 수요 둔화가 큰 폭으로 나타난다면 Fed는 통화 긴축 감속을 예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공급 문제 완화 가능성이다. 중국은 올가을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할 수 있고 러시아는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고 유럽 수출이 막히면 휴전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셋째, 인플레이션 안정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곡물 수출이 재개되면 식품 물가가 안정될 것이다. 모기지 금리 상승은 하반기 내내 주택 시장을 빠르게 냉각시키겠지만 시차를 두고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부터 주거 물가가 안정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도 진정될 수 있다. 넷째,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시점이다. 11월 미국의 중간 선거 이후부터 대통령 임기 3년 차에 주가 성과가 좋았던 경험은 시장의 기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 팬데믹 수준을 넘어선 원화 약세의 배경

최근 원화 약세의 배경은 네 가지다. 대외 요인으로는 첫째, 미국 중앙은행(Fed)의 빠른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반영되면서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가 진행 중이다. 현재 금리 파생 상품 시장에서는 향후 6개월간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폭을 각각 약 1.5%포인트, 1.2%포인트 반영하고 있다. 연초 미국보다 1.0%포인트 높았던 한국의 기준금리가 6개월 뒤면 0.6%포인트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후 속도를 고려하면 역전 가능성도 있다.

둘째, 중국 경제의 상대적인 부진이다. 상하이 봉쇄 등의 영향으로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기준선인 50 이하로 하락했다. 위안화 약세가 원화 약세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대내 요인으로는 셋째, 한국의 무역 수지 흑자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한국의 무역 수지는 2021년 12월 이후 적자로 전환됐는데(2022년 2월 제외)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명품 등 해외 직구 확대가 원인이다. 국제 유가가 올해 내내 100달러 이상에서 유지되면 2022년 연간 무역 수지는 14년 만에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넷째, 급증한 해외 주식 투자도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1년 해외 주식 투자액은 686억 달러로 같은 해 무역 흑자액인 293억 달러를 2배 이상 웃돈다. 해외 주식 투자 증가는 달러 매입 수요로 이어져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수출 기업에 원화 약세는 가격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수요 측면에서의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 전 세계 경제가 좋을 때 교역과 함께 수출 규모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위험 선호 증가로 외국인들의 신흥 시장과 한국 투자가 증가하면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상승한다. 최근 원화 약세는 원자재 가격 급등과 맞물려 기업의 수익성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수입 물가가 상승하며 기업의 비용 부담을 높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도 경상 수지 적자가 엔화를 더 약세로 만드는 악순환에 빠지며 엔·달러 환율은 20년 만에 최고치까지 상승했다(엔화 가치 하락). 한국도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과 무역 수지 적자 전환,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 확대 등이 원화를 약세로 이끌고 있다.

신동준 KB증권 WM솔루션총괄본부장
*동 의견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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