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삼성동 아파트 ‘마이너스 7억’ 거래, 왜?[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입력 2022-06-18 06:00:03
수정 2022-06-18 06:00:03
특수 거래·고가 거래 등에 심한 호가 등락…결론은 꾸준한 시장 관찰이 필수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서울 강남 삼성동에서 최근 직전가 대비 7억원 정도 하락한 거래가 이뤄져 화제가 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삼성힐스테이트 1단지 전용 면적 84㎡ 아파트는 5월 24일 20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해 4월 30일 27억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불과 한 달 만에 6억9000만원이 빠진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강남권에서도 본격적인 집값 하락이 시작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1물1가’ 천차만별 집값
급매물이 나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비교 대상의 오류 때문이다. 부동산은 똑같은 조건의 매물이 있을 수 없다. 같은 단지라도 동의 위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대단지는 역 가까이에 있는 동은 비싸고 역에서 먼 동은 싸다. 강남권 한강변에 자리한 단지는 한강 조망이 가능한 동과 그렇지 않은 곳의 시세 차이는 1억~2억원이다.
같은 동, 같은 평형이라도 층이 다르거나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같은 층의 같은 방향이더라도 조망이 다른 경우도 비일비재다. 구축 아파트는 수리 여부도 중요한 요소다. 분양 당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도 수리 한 번 하지 않은 집이 있는 경우도 있고 최신 유행의 인테리어로 수리한 매물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사례가 존재해 어떤 비교 대상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통계가 왜곡될 수 있다. 똑같은 매물이 존재하지 않아 객관적 비교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셈이다. 더욱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은 층과 가격만 공개돼 나머지 조건을 알기 어렵다.
직전 거래가가 과거 거래 대비 상당히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도 있다. 어떤 단지의 전용 면적 84㎡ 아파트가 2020년대 초반 10억원 전후에 거래가 많이 됐는데 2021년에는 거래가 거의 없다가 13억원에 단 한 건만 거래됐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올해 들어서도 거래가 거의 없다가 12억원에 거래가 한 건 됐다고 가정하면 기존 가격보다 1억원 싼 매물이 나왔다고 공개되는 것이다.
실거래가가 1억원이나 떨어졌으니 급매물은 맞다. 하지만 이 단지에서 손해를 본 사람은 직전에 13억원에 매수한 단 한 사람밖에 없다. 이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적어도 2억원의 시세 차익을 본 것이다. 12억원의 급매가에 처분한 이도 사실상 2억원의 시세 차익을 실현했다.
이 지역은 12억원이 급매가가 아니라 정상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나 실수요자 등 이 지역에 집을 가진 이들 중 손해를 본 사람은 거의 없다.
매도자 사정으로 싸게 팔 수밖에 없는 경우가 실제 급매물이다. 한국에서는 1주택자와 다주택자 사이에 세금 차이가 매우 크다.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를 포함해 1주택자는 양도가 12억원까지 양도세가 100% 비과세 된다. 반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을 놓치면 세금은 폭탄 수준으로 부과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양도세 회피를 위한 급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아파트 거래량은 역대급으로 많았다. 이 중 2년 보유,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운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시기가 우연히 현재와 맞아떨어지고 있다.
물론 2년 보유 기간을 채웠다고 집을 바로 파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일시적 1가구 2주택 전략을 쓴 사람들은 중복 보유 허용 기간 내에 팔아야 해 급매로라도 팔아야 한다. 문제는 지난해 4분기부터 거래가 침체되면서 해당 매물들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급매물로 팔아야 하는 이들이 속출하는 것이다.
한 달 만에 7억원 정도 폭락한 삼성동 아파트도 이러한 부류에 속한다. 다만 이 매물은 특수 거래인 거래로 일반적 매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에서 누구나 살 수 있는 매물이 아니다. 이 매물 거래가 끝난 후 호가는 예전 시세로 돌아가는 경향이 대부분이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의 몫
급매물을 잡으려는 매수자라면 어떠한 전략을 써야 할까. 급매물이 나오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비교 대상이 잘못된 것이어서 매수자에게는 의미가 없다. 또 예전 실거래가 대비 가격이 하락한 것은 맞지만 과거 매물 중 하나가 호가가 높게 형성돼 떨어져 보이는 현상이다. 이러한 단지는 서둘러 매수할 가치가 없다.
매수자에게 유의미한 급매는 매도자가 다급한 상황에 처해 내놓는 매물이다. 이러한 지역의 특징은 예전부터 거래량이 쌓여 실수요가 많은 지역이라는 점이다.
문제는 이 지역의 매물이 한 건 거래됐다고 다음 번에도 같은 수준의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보장되는지 여부다. 특수한 상황에 처한 사람만 매물을 내놓는 것이 아니어서 아무 때나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급매물을 잡으려면 평소 어떤 지역이나 단지에 투자할지 공부하고 있다가 본인이 원하는 가격 이하로 떨어진 매물이 있다면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 시장 상황이 변하는 것을 보고 그때 그 단지에 대해 알아보고 여기저기 물어보고 하면 늦다. 이 매물은 이미 다른 사람의 몫이 돼버릴 수 있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의 몫이다. 테니스나 탁구에서 공이 네트를 넘어오는 것을 보고 그때 준비하면 이미 늦다. 잘못하면 날아오는 공에 얼굴을 맞을 수도 있다. 미리 자세를 준비하고 있다가 공을 날아올 때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투자의 세계도 스포츠와 다를 것이 전혀 없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