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내세운 네이버·금융업 변신한 카카오, 양 사 대비된 전략 눈길
[비즈니스 포커스]간편 결제 시장에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쟁이 연일 치열해지고 있다. 양 사는 모두 네이버쇼핑과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업었다는 점에서 탁월한 접근성을 갖췄다.
하지만 금융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 다르다. 네이버가 네이버페이라는 플랫폼 자체에 초점을 맞춘 반면 카카오는 직접 금융업에 뛰어드는 방법을 택했다.
네이버페이, “2025년 연간 이용액 100조원 목표”네이버파이낸셜은 6월 14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2025년까지 연간 페이 이용액 100조원을 달성해 ‘압도적 간편 결제 1위 사업자’의 자리를 굳히겠다고 밝혔다.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결제와 금융 사업 모두 네이버 생태계 안팎의 서비스 연결과 외연 확장을 가속화해 사용자와 소상공인(SME)이 금융이 닿는 모든 영역에서 가장 많이 찾는 핀테크 플랫폼으로서 가치를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목표와 함께 향후 네이버파이낸셜이 가야 할 길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발언이었다.
이를 위해 그간 내부 비율이 높았던 결제를 외부로 확장한다. 온라인에서는 외부 가맹점을 늘리고 오프라인에서는 사용자의 동선을 고려해 생활 업종 가맹점을 늘린다. 또 연내에 대만 라인페이 연동을 시작으로 ‘팀네이버’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현지 결제 연동도 확대한다.
이날 네이버파이낸셜은 경쟁사인 카카오페이와 달리 금융업 인허가를 별도로 취득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지금처럼 금융사와 핀테크와의 협업으로 혁신적인 상품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네이버는 이미 한국 간편 결제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파이낸셜에서 결제된 금액(선불전자지급수단·계좌이체 포함)은 44조188억원, 결제 건수는 11억9300만 건이다. 같은 기간 카카오페이에서 결제된 금액은 17조4536억원, 결제 건수는 9억700만 건으로 나타났다.
카카오페이는 스스로가 금융 플랫폼이 되는 방향을 택했다. 해외 사업 가속화와 카카오페이 증권의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서비스 확대,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출범, 대출 중개 상품 다각화 등 최근 확장 중인 사업만 살펴봐도 금융 산업 전반을 아우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내 대출 한도’ 서비스에서는 현재 54개 금융사의 신용 대출 상품뿐만 아니라 전월세 대출 상품, 카드 대출 상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여기에 카카오페이는 금융업권에서 유일하게 버팀목전세자금대출과 일반 전월세 대출 상품을 모두 비교할 수 있도록 대출 상품 라인업을 확장했다.
카카오페이 플랫폼 안에서 자회사 카카오페이증권이 제공하는 MTS에선 한국 주식과 미국 주식을 쉽고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다. 최초 테크핀 주도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출범하는 자회사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하반기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카카오페이는 주주들에게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지난해 12월 경영진의 주식 대량 매도로 논란에 휩싸였던 카카오페이는 경영진이 연일 회사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신뢰 회복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6월 16일 신원근 대표가 지난 3월 발표한 책임 경영 약속 이행을 위해 회사 주식 1만5000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회사의 주가가 20만원에 도달할 때까지 연봉과 인센티브 등 모든 보상을 받지 않고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