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CEO-정기선 한국조선해양 사장] 조선해양 원천 기술 확보 진두지휘…‘십빌더’ 넘어 ‘퓨처 빌더’로

약력: 1982년생. 대일외국어고. 연세대 경제학과. 미국 스탠퍼드대 MBA. 2009년 현대중공업 입사. 2011년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2013년 현대중공업 재입사(부장). 2017년 현대중공업 부사장. 2018년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2018년 현대중공업 선박·해양 영업본부 대표. 2021년 현대중공업 사장. HD현대 및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현).


정기선 사장은 지난해 10월 사장단 인사를 통해 사장 승진과 함께 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의 대표가 됐다. 정 사장은 HD현대 경영지원실장,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를 거치며 그룹 내 주요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룹의 모태인 조선 사업뿐만 아니라 수소와 인공지능(AI), 디지털 혁신, 로봇 등 그룹 내 신사업 발굴과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연구·개발(R&D)과 엔지니어링 전문 회사로, 조선해양의 원천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계열사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나아가 지난 4월 진행한 경영 실적 발표에서 하반기 중 선박 기자재 등 핵심 부품 제조 관련 사업부를 신설해 사업형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5년 후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선업은 글로벌 시황에 따라 부침이 큰 업종이기에 신기술 투자를 확대해 미래를 대비하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까지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2’에서 ‘퓨처 빌더’라는 미래 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퓨처 빌더는 세계 1위의 ‘십빌더(shipbuilder)’를 넘어 미래 조선‧해양과 에너지·기계 등 핵심 사업 분야에서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성장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당시 정 사장은 프레스 콘퍼런스를 통해 자율 운항 선박과 수소 밸류 체인, 지능형 로보틱스 등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 사업을 직접 소개했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해양 분야의 풍부한 건조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블루오션인 선박 자율 운항 시장을 선점해 이 분야의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자율 운항 선박은 2020년 12월 현대중공업그룹의 1호 사내 벤처로 출범한 아비커스가 주축이 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아비커스는 지난해 포항운하에저 12인승 크루즈의 완전 자율 운항에 성공한 바 있고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자율 운항 기술을 활용, 미국 프리포트에서 출발해 한국으로 입항하는 대형 상선의 태평양 횡단에 성공하는 등 자율 운항 분야의 새로운 역사를 써 가고 있다.

정 사장은 주요 사업 분야에서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혁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1월 세계 최고의 빅데이터 기업인 미국 팔란티어테크놀로지스와 손잡고 조선·해양·에너지·산업 기계 등 핵심 사업의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당시 정 사장은 “팔란티어와의 협력을 통해 그룹 내 핵심 사업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업무 방식을 데이터 기반으로 바꾸는 조직 문화 혁신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밖에 올해 4월 노르웨이에서 열린 노르시핑(Nor-shipping)과 최근 그리스에서 개최된 포시도니아 등 글로벌 조선 박람회에도 직접 방문, 다양한 대외 일정을 소화하며 해외 선주들과의 신뢰를 쌓고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러한 정 사장의 노력은 올해 한국조선해양의 수주 실적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현재까지(6월 21일 기준) 총 111척, 135억 달러어치를 수주했다. 상반기가 채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 연간 목표(174억4000만 달러)의 78%를 달성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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