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의 한계 넘겠다…‘게임 체인저’ 노리는 3세대 블록체인 프로젝트
입력 2022-07-13 06:00:02
수정 2022-07-13 06:00:02
솔라나·아발란체 이어 ‘제로 가스 요금과 가장 빠른 처리 속도’로 비트거트 부상
[테크 트렌드]최근 인플레이션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등 글로벌 불확실성 커지면서 기존 주식 시장뿐만 아니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해 암호화폐들이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루나(LUNA)·테라(UST) 사태에서 보듯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stablecoin)의 폭락은 전 세계 가상 자산 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글로벌 악재들은 단순히 암호화폐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존 블록체인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블록체인 생태계를 조용히 준비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있다. 이들은 2세대 블록체인 플랫폼의 대표 격인 이더리움의 단점인 높은 수수료와 늦은 거래 속도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의 하락세에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3세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등장
일반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은 크게 3세대로 구분한다. 1세대는 분산 원장 기술을 처음 적용한 암호화폐 비트코인, 2세대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해 스마트 계약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분산 컴퓨팅 플랫폼인 이더리움, 3세대는 확장성과 상호 운용성 문제를 해결하며 블록체인 산업 전반의 생태계를 변화시키려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을 말한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 계약 기반의 2세대 블록체인인 이더리움이 갖는 한계인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3세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3세대 블록체인은 초기에는 이오스(EOS), 카르다노(Cardano), 트론(Tron) 등이 주도했지만 이후 솔라나(Solana), 폴카닷(Polkadot), 아발란체(Avalanche) 등으로 무게 중심이 바뀌어 왔고 최근에는 비트거트(Bitgert) 같은 신생 프로젝트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중 최근까지 이더리움의 대항마로 가장 많이 거론돼 왔던 것은 솔라나다. 솔라나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탈중앙화 금융인 디파이(DeFi), 탈중앙화 분산 애플리케이션인 댑(Dapp)을 포함한 스마트 계약을 지원하는 오픈 소스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탈중앙성은 낮지만 가스 수수료가 저렴하고 초당 처리 속도(TPS)가 6만5000건으로 2021년 이더리움 대항마로 가장 많이 지목돼 왔다. 가상 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 기준 2021년 11월 현재 시가 총액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모바일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웹3 전용 스마트폰 사가(SGA) 출시 계획도 발표하며 자체 생태계 확장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솔라나는 2022년 들어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상태다. 시가 총액도 2022년 7월 현재 9위로 내려앉았다. 잦은 네트워크 정전으로 논란이 됐던 솔라나는 2022년 6월에도 네트워크 문제가 재발하며 5시간 동안 거래가 중단되고 코인 가격이 13%나 하락했다. 작년 말 대비 솔라나의 코인 가치는 거의 80% 이상 하락한 상황이다.
또 다른 3세대 암호화폐 프로젝트인 아발란체는 디파이 생태계를 기반으로 하는 암호화폐이자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2020년 9월 출시된 아발란체는 이더리움과 같이 스마트 계약을 사용해 다양한 디앱과 기업용 블록체인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기본 코인은 아베스(AVAX)이고 초당 4500건을 처리할 수 있다. 아발란체는 네트워크 설계 시부터 확장성을 고려해 확장성과 처리 속도 측면에서 이더리움 대비 우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합의 메커니즘으로 지분 증명(PoS)을 사용해 에너지 효율성이 높고 환경 친화적이다.
아직은 시가 총액이나 인지도 면에서 비교가 안 되지만 2021년 7월 말 출시된 비트거트는 신생 암호화폐 프로젝트이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비트거트 프로젝트의 기본 토큰은 브라이즈(Brise)다. 비트거트는 한때 이더리움의 대항마로 떠올랐던 솔라나를 제치고 2022년 가장 많이 채택된 암호화폐로 알려져 있다.
2022년 3월 현재 비트거트의 시가 총액은 비트거트 BRC20 블록체인 출시 이후 7억 달러를 넘어섰다. 비트거트는 현재 대표적 알트코인인 솔라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암호화폐 가치가 급락하는 와중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비트거트는 그 무엇보다 암호화폐 산업의 고민거리인 비싼 가스 수수료와 처리 속도,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특히 비용 효율성과 거래 처리 속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더리움이나 솔라나를 능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비트거트의 최대 장점은 가스 수수료가 거의 제로라는 것이다. 블록체인의 가장 골칫거리인 비싼 가스 수수료 문제를 해결한 최초의 가스 수수료가 거의 없는(gasless) 블록체인이다.
빠른 거래 처리 속도는 비트거트의 또 다른 장점이다. 비트거트 블록체인의 TPS는 10만 건이다. TPS가 15건인 이더리움이나 6만5000건인 솔라나를 능가하는 가장 빠른 블록체인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비트거트가 가진 또 다른 강점은 비트거트가 구축하고 있는 안정적인 블록체인 생태계다. 현재 비트거트는 자체 체인의 제품과 프로젝트 수를 늘리고 있는데 여기에는 비트거트 제품 외에도 수백 개의 프로젝트가 생태계에 합류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비트거트는 신생 프로젝트이고 루나·테라 사태처럼 변동성이 큰 암호화페 시장에서 단지 기술적 우위만으로 성장 가능성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더리움 2.0을 통해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이더리움
이러한 스마트 계약 블록체인의 추격에 직면하고 있는 글로벌 가상 자산 시가 총액 2위이자 레이어 1 블록체인인 이더리움도 자체 플랫폼의 한계인 확장성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물론 이더리움 대항마들이 개발자 커뮤니티, 시가 총액, 스마트 계약 네트워크 규모 면에서 이더리움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더리움은 선도적으로 지속적인 개선 작업(upgrade)을 통해 태생적 단점인 처리 속도와 수수료 문제, 특히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며 지배력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이더리움은 현재 메인넷을 강화하기 위해 이더리움 2.0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작업 증명(PoW) 방식에서 PoS 방식으로 합의 생성 방식을 전환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개선 작업에는 속도와 비싼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샤딩(sharding)과 롤업(rollup) 기술을 도입해 멀티 체인으로 만드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샤딩은 처리 속도 향상을 위해 블록체인을 여러 개로 쪼개는 것이고 롤업은 거래 데이터를 외부 체인에서 처리하는 기술이다.
2016년부터 지분 증명으로의 전환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는 이더리움 개발자들은 원래 6월 말 채굴 방식을 지분 증명으로 전환하고자 했지만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올 하반기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연 이유는 테스트넷 롭스텐(ropsten) 실행 과정에서 버그 발견으로 난이도 폭탄(difficult bomb) 적용을 연기함에 따른 문제로 알려져 있다. 난이도 폭탄은 이더리움 채굴의 난이도를 높여 의도적으로 채굴 속도를 늦추게 하는 것이다.
이더리움이 추진하는 지분 증명이 주목받는 이유는 확장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거래 검증을 위한 복잡한 수학 연산을 풀기 위해 사용하는 엄청난 양의 컴퓨팅 성능과 전기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업 증명은 전기 낭비와 전자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고 암호화폐 채굴에 이용되는 컴퓨터 서버는 2년도 안 돼 버려진다고 한다.
이더리움은 또한 연간 약 113테라와트시(TWh)를 사용하고 단일 이더리움 거래는 평균 미국 가정의 1주일 사용 전력 소비와 맞먹는다고 한다. 이더리움 재단에 따르면 지분 증명으로 채굴 방식을 바꾸면 에너지 소비가 99.95% 감소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더리움이 작업 증명에서 지분 증명으로 병합(merge)에 성공한다면 보다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블록체인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까지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을 주도해 온 이더리움과 가장 빠른 처리 속도와 저렴한 수수료를 무기로 도전하는 대항마들과의 경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흥미로운 대목이다.
심용운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