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정치판] 대통령 지지율 급락, 여권 ‘쇄신’ 필요하다

인사 난맥상에 정제되지 않은 대통령 메시지…국민의 힘은 따로 놀고 대통령 참모 기능엔 ‘구멍’

홍영식의 정치판

‘대통령 지지율 필연적 하락의 법칙’이란 게 있다. 임기 초 높은 지지율이 갈수록 내리막길을 타는 현상을 뜻한다. 역대 대통령 모두 경험한 그대로다. 임기 초엔 국민의 기대가 크다. 달콤한 장밋빛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대통령은 국민의 요구 사항을 모두 다 들어줄 것처럼 한다. 하지만 의지대로 될 수는 없는 법이다. 국민이 이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실망 지수도 점점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게 불변의 법칙처럼 돼 왔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시작부터 다른 대통령들에 비해 지지율이 낮은 것은 이례적이다. 취임 두 달 만에 ‘데드크로스(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우위)’까지 발생한 데다 긍정 평가가 30%대까지 떨어졌다. 물론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 간 득표율 격차가 0.73%포인트밖에 안 된 데서 알 수 있듯이 극단적인 진영 대결 후유증으로 볼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일리가 있다. 지지율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려고 애를 쓰다간 자칫 포퓰리즘적 정책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지율이 가진 현실적 힘을 무시할 수는 없다. 더욱이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 지지층이었던 20~30대 남성과 60~70대까지 지지율 하락 폭이 두드러지는 것은 위험 신호다.

핵심 지지층의 이탈은 국정 동력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대수롭지 않게 여길 상황이 아니다. 전문가들과 역대 정부 국정 경험자들은 대통령 지지율 40% 선을 분기점으로 꼽고 있다.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면 공직자들이 눈치를 보고 20%대가 되면 국정 운영이 마비될 지경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현상을 임기 초인 윤석열 정부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사진설명 윤석열 대통령이 7월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윤 대통령, 김 위원장, 최상목 경제수석. 대통령실 제공

지지율 급락 이유 보이는 데 개선 의지 없는 게 문제

문제는 윤 대통령 임기 초반부터 지지율 급락 사태를 보인 이유가 뻔한 데도 개선 의지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임기가 두 달 지났기 때문에 정책적 큰 실책으로 점수를 까먹을 상황은 아니다. 작은 실수들이 쌓이고 쌓여 감점 요인이 된 것이다. 우선 대통령 리더십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강조한 대로 때론 사자의 심장, 때론 여우의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게 정치인데 검찰의 직선적 리더십이 여전히 너무 강하게 작동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인사 문제만 해도 임기 초반부터 많은 허점이 드러났지만 요지부동이다. 최근 대부분의 여론 조사에서 부정 평가 1순위로 인사 난맥상이 꼽히는 실정이다. 인사 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고위 공직자와 낙마한 장관급 후보자가 벌써 각각 4명에 이른다. 낙마 4명 중 3명은 윤 대통령 지인 또는 사법연수원 동기 등 사적 인연이 있다. 좁은 인재 풀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금감원장, 대통령실 인사기획관 등 전문성과 관계 없는 자리에까지 검찰 출신을 앉힌 것은 누가 보더라도 무리수다. 윤 대통령은 할당이나 안배 없이 능력과 인품만을 보고 인선했다지만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밀어붙이기 인사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인사 검증은 취임 초반엔 어느 정권이나 시스템 미비 등으로 난관을 겪기 마련이다. 정권마다 조각(組閣) 때 낙마가 많은 이유다. 윤석열 정부의 잇단 낙마도 이를 감안해 볼 필요는 있다. 문제는 전임 정부 때는 더했는데 뭐가 문제가 될 수 있느냐는 인식이다. 전임 정부의 인사 참사를 교훈으로 삼는 게 마땅하고 그렇다면 지금쯤이면 인사 검증 시스템 개선 방안이 나와야 한다.

이미 이명박 정부 때 고위 공직자가 되려는 사람에게 검증 질문 200개를 던져 꼼꼼하게 점검하도록 하는 자기 검증서를 만든 바 있고 잘 지켜지지 않았지만 문재인 정부 때는 고위 공직자 배제 7대 원칙을 정했었다. 윤석열 정부는 어떤 자체 인사 검증 시스템을 마련하고 가동하고 있는지 아직 공개적으로 밝힌 바 없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사적 인사 논란도 ‘사서 매를 맞는 격’이다. 이미 김 여사의 봉하마을 예방 때 지인 동행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는 개인 일정 동행이라고 쳐도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까지 사적 인사 시비를 일으키고 정치적 동지라고 감싼 것은 국민의 눈에는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정과 상식에 맞다고 볼 수 없다.

대통령 메시지에도 문제가 있다. 대표적인 게 출근길 기자와 간단하게 일문일답하는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이다. 국정 주요 현안에 대해 대통령이 매일 직접 브리핑하는 것은 파격적이고 신선하다. 국민과의 소통 통로를 확대한다는 취지도 좋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뜻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치중한 측면이 없지 않다. 주52시간 근무제 등 민감한 국정 현안에 대해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혼선과 논란을 야기하면서 지지율 하락의 한 원인이 됐다. 잘하면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기회인데 오히려 까먹은 것이다. 이 때문에 보다 정제된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올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같이 주요 현안에 대해 대변인이 매일 브리핑하고 대통령은 필요할 때 격식 없이 기자들 앞에 수시로 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윤 대통령이 툭하면 전임 정권과 비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은 지난 대선에서 이미 이뤄졌다. 그런데도 전임 정권과 비교하는 데 치중하는 것은 과거 지향으로 비춰질 수 있다. 임기 중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 가겠다는 비전과 미래에 방점을 둔다면 국민에게 설득력과 호소력 있게 들릴 것이다.
정책 리더십 안 보이고 실현 로드맵도 미흡

고환율·고금리·고유가 등 경제 위기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데 이를 헤쳐 나갈 큰 틀의 비전은 잘 안 보인다. 대포가 쏟아지는데 소총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형국이다. 물론 외생적 변수가 큰 요인이어서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을 국민도 잘 알 것이다. 하지만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정책 리더십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구체적인 정책에선 방향만 나올 뿐 실현 로드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취임 초부터 원칙적인 대북 정책, 한·미 동맹 강화,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내세운 것은 평가할 만하다. 탈원전 뒤집기, 규제 개혁과 공기업 개혁에도 적극적이다. 노동·연금·교육 개혁 의지도 강하다. 하지만 한시가 급한 노동·연금 개혁을 보면 너무 미적지근하다. 연금만 하더라도 저출산·고령화로 개혁이 다급한데 내년 하반기에나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정권 초에 추진해도 힘을 받기 쉽지 않은데,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개선안 마련 시점이 총선을 앞두고 있어 제대로 추진될지도 의문이다.

임기 초 지지율이 더 떨어진다면 국정 운영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 그런 만큼 대통령의 메시지를 더욱 정교하게 관리하고 인사 검증 등 난맥상을 보강할 개선안 마련이 시급하다. 그 무엇보다 대통령 보좌 기능에 문제점은 없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대통령의 메시지 관리에 여러 차례 구멍을 보였고 인사 문제에서 과오가 되풀이되는 데도 대통령실 참모들이 바로잡을 노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니 ‘비윤’이니 하며 싸움에 여념이 없는 여당도 지지율 하락에 한몫했다. 적은 내부에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책임 지려는 사람이 없다. 여권의 대대적인 쇄신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홍영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겸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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