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스트 증권사] 다시, 하나증권의 시대

리서치 축소 시대에도 지원 강화…법인영업과 협업으로 우수 성적
다올투자증권, 18위에서 11위로 7단계 상승…혁신 거듭하며 골든불상 수상

[2022 상반기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

한경비즈니스는 1998년부터 한국 최고의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를 선정하는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무려 24년에 달하는 이 기록은 한국 증권사의 흥망성쇠, 또 우수 애널리스트를 담은 기록이기도 하다.

이번 ‘2022 상반기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에는 리서치와 법인영업의 실제 서비스 수요자인 연기금·자산운용사·공제회·은행·보험·투자자문사의 펀드매니저 1058명이 참여했다. 자본 시장의 흐름을 반영하며 한국의 대표 리서치 평가로 자리 잡은 한경비즈니스의 조사 결과를 공개한다. '리서치 명가' 하나증권의 역사
올해도 치열했다. 상위 12개 증권사가 순위 다툼을 벌인 끝에 3개사의 순위가 상승했고 3개사는 하락했다.

특히 톱3의 순위가 모두 바뀌었다. 지난해 하반기 조사에서 NH투자증권에 1위를 내줬던 하나증권이 다시 최고의 리서치센터 자리를 탈환했다. 하나증권은 이번 조사에서 리서치 평가 12.5점(부문 1위), 법인영업 평가 11.18점(부문 3위)을 받아 총 23.68점으로 종합 1위(대상)를 차지했다.

지금은 1위가 익숙한 하나증권이지만 2010년대 초반 까지만 해도 별 볼 일 없었다. 후발 주자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2013년 ‘리서치 강화’를 기치로 내건 뒤 빠르게 성장했다. 많은 증권사가 비용이 많이 든다며 리서치 조직을 축소했지만 하나증권은 다른 길로 갔다. 리서치 인력을 늘렸다. 중견 애널리스트들에게 권한을 주고 신진 애널리스트의 육성에도 힘썼다. 법인영업과의 협업도 강화했다. 베스트 증권사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리서치와 법인영업 모두 뛰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하나증권은 2016년 상반기 베스트 증권사 1위에 처음 올랐다. 신한금융투자가 2013년 하반기부터 2015년 하반기까지 5회 연속 베스트 증권사 대상을 차지하던 시기에 등장한 대항마였다. 하나증권은 그후 4회 연속 베스트 증권사 타이틀을 거머쥐며 강자로 입지를 굳혔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왼쪽에서 앉은 자리 셋째)과 소속 애널리스트들. 사진=서범세 기자

역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하나증권은 다시 2018년 상반기, 2019년 상반기 두 차례 신한금융투자에 1위를 내줬지만 2019년 하반기부터 또 4회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리서치 명가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절치부심의 결과였다. 핵심 전략은 투자자들과의 신뢰 회복이었다.

이은형 하나증권 대표는 이 전략을 입안하고 실행했다. 리서치와 법인영업에 대한 강력한 지원이 이어졌다. 1위 차지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 비슷한 전략이었다. 대부분 증권사들의 리서치 조직은 점점 축소되고 있지만 이 사장은 글로벌 증권사로 도약하는 데 리서치와 법인영업에 더 힘을 실어 줬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투자와 비즈니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베스트 증권사는 법인영업과 리서치의 점수를 합산한 총점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이 두 조직의 조화가 매우 중요하다. 이병철 하나증권 법인영업본부장은 “리서치와 법인 간의 협업은 업계 최고라고 자평할 수 있다”며 기관투자가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탐방과 세미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관투자가의 자료·서비스 요청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을 하나증권의 강점으로 꼽았다.

‘맨 파워’도 뺄 수 없다. 이번 부문별 조사에서 37개 부문 중 9개 부문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하며 참여 증권사 중 가장 많은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했다. 박종대(유통), 김홍식(통신), 이기훈(엔터테인먼트·레저), 최정욱(은행·신용카드), 유재선(유틸리티), 윤재성(석유화학), 박성봉(철강·금속), 이경수(파생상품), 김경환(글로벌 투자전략-중국·신흥국) 등 9인의 애널리스트 모두 오랜 시간 최고의 자리를 지킨 베테랑이다. 2021년 하반기에 이어 올해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료에 충실하는 것이 하나증권 리서치의 모토”라며 “고객의 다양한 니즈에 맞춰 해외주식, 전략, ETF, ESG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김태원 NH투자증권 홀세일사업부 총괄대표(앉은자리 왼쪽에서 셋째))와 NH투자증권 홀세일사업부 소속 팀원들. 사진=서범세 기자.

2위(최우수상)는 NH투자증권이다. 1등인 하나증권과의 격차는 0.51점에 불과하다. 지난해 1등을 기록한 이후 왕좌 복귀를 노리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절대 강점은 법인영업부다. 올해도 법인영업 평가에서 12.87점을 받아 부문별 1위를 기록했다. 3회 연속 1위다.

NH투자증권 홀세일사업부는 기존의 단순 매매 수수료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블록딜과 벤처캐피털 등으로 영업 채널을 다변화하는 등 업계에서 선도적 입지를 굳히고 있다. 한동진 에쿼티세일즈부 상무대우는 “시장 트렌드에 한 발 앞서 다양한 투자 아이디어를 기관 투자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며 “단순한 고객 수준을 넘어 생과 사를 같이 하는 파트너로 인식하며 더욱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해 리서치본부는 최초 또는 심층 분석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 증권사 최초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냈고 인덱스 개발 사업도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사업부 간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전문성 있는 분석을 강화해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의 위상을 더욱 더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가운데)과 소속 애널리스트. 사진=김기남 기자

3위(우수상)는 전통의 강자 신한금융투자다. 리서치 평가 11.85점(2위), 법인영업 평가 10.69점(4위)으로 총 22.54점을 받아 종합 3위를 차지했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맨 파워, 그중에서도 중견과 신인의 조화가 돋보이는 곳이다. 올해도 8명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했다. 하나증권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수다. 하나증권의 9인이 베테랑 애널리스트로 구성됐다면 신한금융투자는 ‘최초’ 딱지가 총 4개 부문에서 나왔다. 강석오(인터넷·소프트웨어), 지인해(미디어·광고) 그리고 ESG(하우스), 스몰캡(팀) 부문 등 총 4개 부문이다.

KB증권과 메리츠증권은 각각 베스트 증권사 4위와 5위에 올랐다. KB증권은 지난 하반기와 비교해 한 단계 하락했지만 법인영업 평가에서는 2위를 기록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하반기와 종합 순위는 동일했지만 리서치 평가에서 지난 성적(2위)보다 한 단계 낮은 3위를 기록하며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혁신에 혁신, 삼성과 다올이 밖에 창의적 아이디어와 조직 관리로 혁신을 이룬 증권사에 수여하는 ‘리서치 혁신상’은 삼성증권이 받았다. 삼성증권은 리서치 평가 7.84점, 법인영업 평가 7.25점으로 종합 6위에 자리했지만 2021년부터 ESG와 비상장 기업 등으로 지원 분야를 확장하며 펀드매니저들에게 리서치 혁신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비상장 종목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비상장솔루션팀’을 신설해 비상장 종목을 소개하고 기관과 법인을 대상으로 선보인 비상장 기업 포럼 등을 개최한 것이 호평을 샀다.

빠르게 도약한 있는 증권사에 수여하는 ‘골든불상’은 다올투자증권에 돌아갔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 하반기 조사에서 18위를 기록했지만 올해 11위에 오르며 7계단이나 뛰어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다올투자증권은 2021년 말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인 김현 전 메리츠증권 기업분석 총괄팀장을 리서치센터장에 임명해 7년 이상 유지돼 온 기존 리서치센터에 변화를 줬다. 김 센터장은 하나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을 거치며 조선업을 오랫동안 담당한 조선 업종 전문가로, 한경비즈니스의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다년간 오른 인물이다. 또한 올해 3월 KTB투자증권에서 지금의 ‘다올’로 사명을 바꾸면서 대대적인 혁신을 알렸다. 그간 기관영업에 특화돼 있었지만 다올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일반 개인 고객층까지 저변 확대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조사 방법>‘2022년 상반기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 조사는 기존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했다. 리서치와 부문별 애널리스트 분야는 △신뢰도 및 정확성 △리포트의 적시성 △프레젠테이션 △마케팅 능력 등 4개 항목으로 평가했다. 법인영업 분야는 △주문 및 매매 체결 △고객 관리 △정보 제공 △펀드 수익률 기여 등 4개 항목을 반영했다.

조사 참여 여부 확인, 설문지 배포 및 수거, 조사 결과 분석은 마케팅 전문 조사 기관인 글로벌리서치가 진행했다. 글로벌 리서치는 한경비즈니스가 제공한 금융사와 투자 기관의 펀드매니저 현황 리스트를 기준으로 지역별 분포도를 작성했다. 1차 지역별 전화 접촉을 통해 조사 참여 여부와 일정을 확인한 후 e메일로 설문을 발송하는 방식으로 설문지를 배포하고 수거해 분석했다. 조사는 2022년 6월 13일부터 2022년 6월 27까지 진행했다.

응답자는 모두 1058명이다. 응답자가 특정 금융사나 투자 기관의 펀드매니저에게 몰리지 않도록 고루 배포·수거해 자료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한경비즈니스는 금융투자협회가 공시한 기관별 주식 운용 자산(AUM) 규모 등을 기준으로 표본 수를 책정했다.

리서치·법인영업·채권 등을 제외한 부문별 애널리스트 평가는 807명의 주식 매니저가 응답했다. 채권과 신용 분석 부문 애널리스트 평가는 176명이 답했다. 글로벌 자산 배분,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원자재 부문 애널리스트 평가는 75명이 응답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부문(리서치센터) 평가는 응답자 1058명 모두 참여했다. <분야별 조사 방법>◆베스트 리서치
2022년 상반기 종합적으로 가장 우수한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생각하는 5개사를 순서에 상관없이 추천하게 했다. 각각 추천한 증권사 리서치팀별로 리포트의 신뢰도 및 정확성, 적시성, 프레젠테이션, 마케팅 능력에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점수는 5점 척도로 평가하도록 했고 받은 점수의 총합을 구해 가장 높은 곳을 베스트 리서치로 선정했다.

◆베스트 법인영업
2022년 상반기 4개 항목을 기준으로 가장 뛰어났다고 생각한 법인영업팀을 순서에 상관없이 3개사씩 추천하도록 했다. 추천 횟수가 많은 증권사를 베스트 법인영업팀으로 정했다.

◆베스트 증권사
리서치와 법인영업의 평가 점수를 백분율로 환산한 후 합산해 선정했다.

◆부문별 베스트 애널리스트
총 37개 부문별 애널리스트(스몰캡은 팀, ESG는 리서치센터)의 명단을 각 증권사에서 받아 설문 항목의 ‘보기’로 제시했다. 응답자는 설문에 제시된 보기를 통해 2022년 상반기 가장 우수했다고 생각하는 애널리스트를 순서에 상관없이 2명씩 추천하도록 했다. 추천한 애널리스트를 4개 항목에 대해 5점 척도로 각각 평가한 후 이를 합산해 선정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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