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이 여름의 불청객이라고요?

기상천외한 땀의 쓸모부터 체취 제거 위한 분투 역사까지

[서평]



땀의 과학
사라 에버츠 지음 | 김성훈 역 | 한국경제신문 | 1만8500원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난다. 말끔하게 차려 입었건만 얼굴과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다른 생리 현상과 다르게 참는 것도 불가능하다. 방법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것으로 몸을 대피시키는 것뿐. 사계절 중 특별히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한들 땀마저 좋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처럼 땀은 여름의 불청객이자 일상의 훼방꾼처럼 여겨지는데 어쩌다 이런 오명을 쓰게 된 걸까. ‘땀의 과학’의 저자로 오랫동안 과학 기자로 활동한 사라 에버츠는 이렇게 묻는다. “우리 모두 경험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생물학적 과정을 프로답지 못한 민망한 일로 여긴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곰곰이 따져보면 땀이 갖는 의미는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하다. 우리는 땀을 숨기기 위해 애쓰기도 하지만 반대로 땀을 일부러 흘리기 위해서도 시간과 돈을 쓴다. 체취 제거제, 향수, 땀 억제제 등이 땀을 감추는 일이라면 사우나, 스피닝 피트니스, 핫요가는 땀을 흘리는 일이다. 땀은 또한 수치심과 민망함, 오염과 악취를 연상시킬 뿐만 아니라 정화, 성적 매력, 활력을 떠올리게 한다.

땀은 무엇보다 우리의 생존을 도와준다. 사람의 몸은 누워서 쉴 때처럼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듯 보이는 동안에도 많은 열을 생산한다. 격한 신체 활동을 하거나 무더운 날에는 말할 것도 없다. 바로 이때 땀이 나기 시작하는데 체온을 조절하기 위히서다. 땀이 배출됨으로써 체온이 낮아지는 원리다. 물론 한여름 날씨 아래 옷이 땀투성이가 된 사람을 생각하면 별로 위로가 되는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조금 더 위로가 될지 모르겠다. 땀을 흘리지 못해 인간보다 훨씬 더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체온을 조절하는 동물의 이야기다. 거대한 크기의 새 콘도르는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자신의 똥을 뒤집어쓴다. 땀을 흘리는 것이 체온 조절의 가장 효율적이고 청결한 방식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에버츠는 땀이 없었다면 인간의 체온 냉각 메커니즘은 효율도 떨어지고 냄새도 더 지독한 끔찍한 메커니즘으로 대체됐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땀 흘리기 능력이 인간이 자연계를 지배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이야기하는 학자들이 다수 있는데 완전히 과장은 아닌 셈이다.

화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대학교에서 저널리즘 강의를 하고 있는 저자는 이후 본격적으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과학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와 산업까지 경계를 넘나든다. 먼저 과학 수사, 의복 디자인, 향 개발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땀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수사에 중요하게 활용되는 것 중 하나가 용의자의 지문인데 지문은 사실 땀으로 인해 생긴 자국이다. 또한 의류 회사에서는 ‘가짜 땀’을 다양하게 활용하는데 신상품을 출시하기 전에 옷이 땀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테스트하기 위해서다. 땀이 묻었을 때 색이 변하거나 냄새가 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땀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도 다룬다. 대표적인 것이 땀과 노폐물 배출의 관계다. 사실상 효과가 없다. 쉽게 접하기 힘든 이야기인 ‘데오드란트‘ 발명사와 땀을 너무 많이 혹은 너무 적게 흘려 고생하는 사람들의 사연도 흥미롭고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

한편 저자는 ‘사우나 극장’ 공연(독일)과 냄새 매칭 데이트 행사(러시아) 같은 땀과 관련한 이색적 이벤트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는데 마치 세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두 나라뿐만 아니라 네덜란드·핀란드·미국·프랑스 등 ‘땀의 세계’를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전 세계 곳곳을 누빈다.

심도 있는 과학적 지식부터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에피소드까지 어려운 내용도 쉽게 풀어낸 덕에 과학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땀 속에 숨겨져 있는 의미와 재미가 과학에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탄탄한 취재와 조사를 기반으로 한 생생한 서술도 장점이다.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교수가 추천했고 뉴욕타임스에서 여름에 읽기 좋은 책으로 선정한 바 있다.

김종오 한경BP 출판편집자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