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읽기] ‘권모술수’ 권민우와 ‘우당탕탕’ 우영우가 회사에서 사는 법

직장인 51% 사내 정치 경험…회사도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기에 ‘술수’ 아닌 ‘처세’ 필요

[스페셜 리포트] #직장생활-처세 편
참고도서 : ‘처세의 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직장 생활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인간 군상이 다수 모여 있다. 권모술수에 능한 우영우의 동료 권민우와 자신이 좀 피해를 보더라도 약한 사람을 돕는 봄날의 햇살과 같은 동료 최수연, 중상모략과 술책을 보지 못해 늘 당하게 되는 우당탕탕 변호사 우영우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1년짜리 계약직 신입 변호사로 동료이자 경쟁 상대다.

흔히 ‘일만 잘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럿이 모이는 회사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현실의 직장인이라면 능력 그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 ‘이상적인’, ‘좋은’ 회사는 우영우나 최수연이 그들의 실력대로 인정받지만 그렇지 못한 회사는 권모술수에 능한 권민우가 더 인정 받는 경우가 흔하다.

직장인 51% 사내 정치 경험

2017년 취업 포털 사이트인 사람인이 직장인을 8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가 ‘사내 정치로 피해를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5명꼴로 사내 정치를 경험했다는 뜻이다. 이는 누군가는 우영우이지만 누군가는 권민우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화 캡처. 사진=넷플릭스 제공

#. (권민우) “대표님은 어떻게 알아요. 아까 보니까 (이력서에) 잘 부탁한다고 쪽지 있던데.”

작중에서 권민우는 우영우의 이력서에 로펌 대표의 ‘잘 부탁한다’는 포스트잇이 부착된 것을 발견한 뒤부터 ‘대표님 낙하산’이라는 소문을 가진 우영우에게 과도한 경쟁의식을 보인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직장 동료이자 경쟁 상대인 우영우를 도와야 할지, 배척해야 할지 고민하는 직장 동료 최수연을 향해 “도와주지 마요. 나보다 강한 사람 왜 도와줘”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의 경쟁의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대목이다.

‘대표님 낙하산’ 우영우가 실력을 겸비했다는 것을 알게된 이후 그의 경쟁 심리는 더욱 거세진다. 그리고 그가 찾은 해결책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온갖 모략이나 술책, 즉 ‘권모술수’다. 일례로 그는 우영우와 공동 사건을 맡았지만 해당 사실을 일부러 누락해 사건 정보에서 우영우를 뒤처지게 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5화 캡처. 사진=넷플릭스 제공.

#. (권민우) 내가 왜 경쟁자랑 자료를 공유해야 하지. 우리도 경쟁이에요. 우변이나 나나 1년짜리 계약직이고, 고과 잘 받아야지.

그리고 그는 사건을 보다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의뢰자와의 학연·지연을 이용한다.

#. (권민우) 제가 군생활을 양구에서 했어요.

정보에서 누락된 우영우는 의뢰자에게 무시당하는 것은 물론 상사에게 꾸지람을 듣는다. “자료 내용 잘 숙지하세요. 핵심 사건의 용어도 뭔지 모르면 되겠어.”

드라마상 연출이지만 현실에서 이 같은 일은 비일비재하다. 직장인 대상 설문 조사에서 사내 정치로 입은 피해로는 ‘스트레스 가중(69.9%, 복수 응답)’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부당한 책임 추궁(43.1%)’, ‘업적을 빼앗김(34.8%)’, ‘인사 고과상 불이익(31.5%)’, ‘인격적 모욕(30.8%)’, ‘승진 누락(22.5%)’, ‘직장 내 따돌림(17.5%)’ 등이 선택됐다.

피해를 본 이유로는 ‘사내 정치에 동참하지 않아서(48.1%, 복수 응답)’가 첫째로 뽑혔다. 이어 ‘기업 문화가 투명하지 않아서(42.7%)’, ‘윗사람(팀장 등)이 무능력해서(36.7%)’, ‘사내 정치 참여자들의 시기와 질투 때문에(34.8%)’, ‘학연·지연·혈연이 없어서(24.6%)’, ‘눈치가 없어서(13%)’ 순이다.

반면 사내 정치로 인해 이들이 얻은 이익으로는 ‘승진(59%, 복수 응답)’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인사 평가 시 후한 평가를 받음(46.9%)’, ‘사내 영향력 증가(44.5%)’, ‘연봉 인상(42.7%)’, ‘업무 외적인 편의 제공 받음(35.5%)’, ‘핵심 업무 담당(34.4%)’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일본 종합 정보 업체 리크루트에서 6년 연속 톱 세일즈맨에 오르며 ‘전설의 영업왕’으로 불렸던 다카키 고지는 그의 저서 ‘처세의 신’에서 “이 세상 모든 조직에는 반드시 사내 정치가 있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내 정치라는 단어에 좋은 인상을 갖지 않겠지만 정치력을 갖추지 않으면 관리직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과장급 자리에 있는 직장인이라면 능력만으로 안 되는 ‘무엇’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순전히 실력만으로 올라갈 수 있는 자리는 어디까지인지 직장인에게 묻자 부장(35.2%)·과장(24.6%)·차장(24.1%) 정도라고 답했다. 아무리 올라가 봤자 부장이라는 얘기다. 다카키 고지는 “온갖 인간 군상이 모여 있기에 말도 많고 탈도 많으며 어디로 흐를지 예측하기도 쉽지 않은 회사에서 살아가려면 능력에 더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즉 ‘처세(處世)’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처세 하면 흔히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권모술수’나 ‘중상모략’을 떠올리기 쉽지만 처세는 사람들과 어울려 세상에서 살아가는 일, 시대의 흐름을 따르고 남들과 사귀면서 살아간다는 뜻이다. 즉 인생 그 자체다. 처세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술수 부리면 결국 들통, 진심 전해야

그렇다고 해서 줄만 잘 서고 라인만 잘 타면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천박한 술책은 오래가지 않는다. 약삭빠르게 처신하는 사람은 결국 들통 나기 마련이다. 다카키 고지는 “나 혼자 잘되자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 주변 사람들과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처세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처세는 결국 자신이 성공해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인데, 그러려면 반드시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출세만을 목표로 하는 처세는 계속해 어둡고 음침한 술수에 기대게 되므로 마음가짐을 좀 더 크게 갖고 세상을 스케일 크게 보자”고 말한다. 또한 그는 “사람이기에 당연히 ‘사심’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그것을 ‘대의’로 포장”하라고도 제안한다. 그래야 “내가 추구하는 일을 더욱 의미 있고 객관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조언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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