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R의 공포’…SK하이닉스 청주공장 증설 보류

[플라자]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충북 청주공장 증설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최근 경제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기존에 세운 투자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가운데 SK하이닉스 이사회가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공장 증설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6월 29일 이사회에서 청주공장 증설 안건을 논의했지만 결국 보류했다. 당초 SK하이닉스는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43만3000여㎡ 부지에 4조3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공장(M17)을 증설할 계획이었다.

향후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 것에 대비해 클린룸(먼지·세균이 없는 생산 시설)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서다. 원래 계획대로면 2023년 초 착공해 2025년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이사회의 보류 결정에 따라 착공 일정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SK하이닉스는 공장 증설 일정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최근 세계 경기가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반도체 업황 전망이 불투명해진 것이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D램 업황은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하락세에 진입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인플레이션, 중국 경기 둔화 등에 따른 정보기술(IT) 수요 둔화로 한동안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시장 조사 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D램 가격 하락 폭이 전 분기보다 10%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심화로 설비 투자에 들어간 원재료 가격이 상승해 당초 예상보다 투자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증설 보류 결정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최태원 회장은 7월 13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제주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2021년 세웠던 투자 계획은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원재료가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원래 투자 계획대로 하기에는 계획이 잘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들도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조7000억원을 투자에 미국 애리조나 주 퀸크리크에 원통형 배터리 단독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었지만 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고물가·고환율 등 경제 환경 악화에 따라 투자 비용이 2조원대 중반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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