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AtoZ]가격은 지지부진한데 ‘가상 자산 플랫폼’엔 돈 몰리는 이유
입력 2022-08-10 06:02:01
수정 2022-08-10 06:02:01
가상 자산 VC,상반기 301억 달러 · 1337건 투자…다음 상승기를 기다리는 투자자들
전 세계 중앙은행이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자산 시장이 빙하기를 맞고 있다. 주식, 가상 자산, 부동산 가격은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투자 심리 또한 얼어붙었다. 흥미로운 것은 가상 자산 가격이 부진함에도 가상 자산 벤처캐피털(VC)이 집행하는 투자금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은 알파논스 인턴 트위터 게시글을 참고해 2022년 2분기 가상 자산 VC업계 투자 동향을 정리했다. 해당 게시글은 본 자료 조사를 위해 코인베이스·바이낸스·FTX·패러파이캐피털·프레임워크벤처스·점프·윈터뮤트·폴리체인캐피털·판테라캐피털·DCG·드래곤플라이캐피털·멀티코인캐피털·패러다임의 투자 현황을 참고했다고 밝히고 있다.5월 테라 사태 이후 보수적으로 변해
올해 2분기 가상 자산 VC가 집행한 투자금은 총 154억 달러(약 20조2000억원)로 전 분기 147억 달러(약 19조3000억원) 대비 유사한 수준이다. 22년 2분기에는 총 656개의 프로젝트에 투자금이 집행돼 전 분기(681개) 대비 소폭 감소했다. 2분기 투자금 집행 내역을 월별로 구분하면 4월 68억 달러, 5월 48억 달러, 6월 38억 달러로 5월 테라 사태 이후 집행된 투자금이 확연히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5월 루나 사태 이후 3AC 파산 등 각종 시스템 리스크와 유동성 위기가 불거짐에 따라 가상 자산 VC는 투자를 줄이고 있는 양상이다. 따라서 VC에서 자금을 유치하려는 가상 자산 프로젝트팀은 기존에 계획했던 밸류에이션 대비 30~70% 정도 할인된 가격에 투자 라운드를 돌고 있는 양상이다. 투자금이 몰리는 섹터 : 금융·NFT·게임·인프라약세장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섹터에 돈이 몰리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미래를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2022년 2분기 가상 자산 VC들은 대체로 금융·대체 불가능한 토큰(NFT)·게임 등의 섹터에 광범위하게 투자했다. 우선 금융 섹터는 시파이(Cefi : 중앙화 금융)와 디파이(Defi : 탈중앙화 금융)로 구분할 수 있는데 테라 사태에도 불구하고 디파이 섹터에 투자금이 유입된 것은 의외다. 가령 고정 금리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일러 파이낸스(Euler Finance)는 후안(Haun)벤처스·FTX·코인베이스·점프 등에서 투자를 받았다. 현재 디파이 대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에이브(Aave)나 컴파운드(Compound)는 변동 금리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예측 가능한 고정 금리 대출 서비스는 디파이 시장을 한 단계 진일보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가상 자산을 대신 보관·관리해 주는 커스터디 플랫폼 엔트로피(entropy)는 a16z·드래곤플라이캐피털·코인베인스 등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시장에 존재하는 파이어블록스·카퍼·앵커리지 등과 같은 중앙화된 커스터디 서비스 대비 탈중앙화된 형태로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엔트로피팀의 비전이다.
다음으로 흥미롭게 주목할 만한 분야는 NFT다. 솔라나 NFT 마켓 플레이스인 매직 에덴은 패러다임·일렉트릭캐피털 등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기존 NFT 마켓 플레이스 강자 오픈시 역시 솔라나 네트워크를 지원하지만 2022년 7월 23일 기준 오픈시 대비 거래량이 4배 이상 높은 매직 에덴이 솔라나 네이티브 NFT 마켓 플레이스로 기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케이베어스·디갓즈 등과 같은 솔라나 네이티브 NFT 프로젝트들이 BAYC·크립토펑크·문버즈 등과 같은 이더리움 네이티브 NFT 프로젝트 대비 어떻게 차별화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오픈시가 지배하고 있는 NFT 마켓 플레이스의 지형도가 과연 변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특히 디파이를 비롯한 각종 해킹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스마트 콘트랙트 오딧 역할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 콘트랙트 오딧은 해당 프로토콜의 스마트 콘트랙트에 결함이 없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신뢰를 보강하는 역할을 한다. 전통 금융 산업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무디스 같은 신용 평가 업체들이 하는 역할을 가상 자산 시장에서 스마트 콘트랙트 오딧 회사가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스마트 콘트랙트 오딧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토라(Certora)팀은 점프·코인베이스 등에서 투자금을 유치했다.
일각에서는 웹3 VC가 탈중앙화 정신을 희석하고 리테일 투자자에게 물량을 덤핑한고 비판한다. 이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실험적인 프로젝트에 돈을 잃을 각오로 자본을 대고 스타트업이 훌륭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부트 스트래핑하는 것을 돕고 신기술에 대한 교육을 돕고 건설적인 의견을 내는 것 역시 웹3 VC가 하고 있는 역할이다.
또한 VC가 투자할 때는 최소 1~2년 수준의 매매 금지 기간이 있기 마련인데 이 시기가 지나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 역시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많은 매도 물량이 일시적으로 시장에 풀리면 가격이 하락하고 리테일 투자자가 손해를 보는 것은 VC업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 필자는 일부 VC가 주장하는 것처럼 가상 자산이나 블록체인이 완전한 탈중앙화에 기반한 유토피아를 실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여전히 부조리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과거보다는 투명하고 공평한 웹 세상이 펼쳐질 것이고 여기에 웹3 VC도 일부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 편이다.
매크로 시장의 불확실성에 따라 투자 시장 전체가 얼어붙은 것은 사실이지만 가상 자산과 웹3 분야에 대한 투자 수요는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가상 자산 시장은 3~4년의 주기로 사이클을 형성했고 불 마켓이 도래할 때마다 전체 가상 자산 시가 총액은 전고점을 뛰어넘었다. 다음 불 마켓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년일 수도 있고 다음 비트코인 반감기가 도래하는 2024년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훨씬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혹은 누가 아는가. 비관론자들이 주장하듯 언젠가 모든 가상 자산의 가치가 0이 될 날이 올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가상 자산의 가격이 0이 되지 않고 시장이 존재하는 한 사이클을 영원 회귀를 반복하고 그에 따라 언젠가는 불 마켓이 도래할 것이며 그때는 블루칩 가상 자산에 초기 투자한 VC가 10배, 100배 심지어 1000배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할 수도 있다. 넥스트 이더리움, 넥스트 BNB, 넥스트 솔라나, 넥스트 폴리곤(매틱)은 과연 무엇일까. 5년 뒤 가상 자산 시총 기준 톱10이 궁금해진다.
한중섭 ‘비트코인 제국주의’, ‘넥스트 파이낸스’, ‘친절한 독재자, 디지털 빅브라더가 온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