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0%’대 돌입한 중국, 하반기도 반등 어렵다 [글로벌 현장]

불황에 물가까지 뛰어…GDP 25%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관건

[글로벌 현장]

7월 15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기차를 타러 오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중국의 올해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이 0%대로 주저앉았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이 우한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성장률을 떨어뜨렸다. 중국 경제가 최근 다소 회복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와 코로나19 방역 통제가 지속되는 이상 하반기에도 강한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2분기 경제성장률 ‘0.4%’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29조2464억 위안(약 5732조원)으로 작년 2분기보다 0.4% 증가했다. 1분기 대비로는 2.6% 감소했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을 주 지표로, 전기 대비를 보조 지표로 본다.

이 같은 성장률은 코로나19 초기 우한과 후베이성을 봉쇄했던 2020년 1분기(전년 동기 대비 -6.8%) 후 가장 낮다. 2020년 중국의 분기별 성장률은 2~4분기 3.2%, 4.9%, 6.5% 등으로 빠르게 회복했다. 2년 전과 지금 상황은 코로나19 통제라는 부분에선 비슷하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와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이 있어 더 심각하다는 진단이다.

최근 분기 성장률은 작년 1분기 18.3%에서 2분기 7.9%, 3분기 4.9%, 4분기 4.0% 등으로 내려가는 추세였다. 작년 말부터 당국이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올 1분기 4.8%로 일시 반등했다가 이번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중국은 올해 성장률 목표 5.5%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2014년 한 번뿐이다. 당시 7.5%를 제시했지만 실제 성장률은 7.4%에 그쳤다.

중국 정부 목표와 글로벌 기구, 투자은행(IB)의 예상치 간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대규모 봉쇄를 단행한 4월 이후 10곳 이상이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8%에서 4.4%로, 세계은행은 5.0%에서 4.3%로 내렸다. JP모간(3.7%), UBS(3.0%) 등 IB들은 대부분 3%대를 제시하고 있다.

결국 중국 당국은 성장을 위해 장기적으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무리한 부양책을 쓰지는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고용이 상대적으로 충분하고 가계 소득이 증가하고 물가가 안정적이라면 성장률이 다소 높거나 낮아도 용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5%로 집계됐다. 2020년 7월 2.7% 이후 23개월 만의 최고 기록이다. 시장 예상치인 2.4%를 웃돌았다.

중국의 CPI 상승률은 전고점인 작년 11월 2.3% 이후 2% 이내의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올해 4월과 5월 각각 2.1%를 나타내며 2%대로 올라섰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교통비가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최근에는 중국인의 식생활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돼지고기 가격이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CPI를 구성하는 주요 30대 항목 가운데 교통·연료비가 32.8% 급등했다. 식품류 중에선 과일이 19.0%, 계란류가 6.5%, 식용유가 5.0% 상승했다. 채소가 3.7%, 곡물이 3.2% 오르는 등 글로벌 식자재 인플레이션이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돼지고기 값은 6%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3월 마이너스 41.4%, 4월 마이너스 33.3%, 5월 마이너스 21.1% 등에 비하면 하락 폭이 급격하게 축소됐다. 전월 대비로는 2.9% 올랐다. 중국 당국은 CPI 구성 항목의 비율(가중치)을 공개하지 않지만 돼지고기는 단일 품목으로 가장 큰 2%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CPI 안정 추세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던 돈육 가격마저 뛰자 중국도 주요 국가들처럼 물가 관리가 녹록지 않은 상황인 것이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결국 6월에 이어 7월에도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 우대 금리(LPR)를 동결했다. 인민은행은 7월 1년 만기 LPR이 연 3.7%, 5년 만기가 연 4.45%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LPR은 시중 18개 은행의 최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출 금리의 평균치다. 실제로는 인민은행이 각종 정책 수단으로 결정한다. 1년 만기는 일반 대출, 5년 만기는 주택 담보 대출의 기준이다.

인민은행은 1년 만기 LPR을 작년 12월과 올 1월 연속으로 내린 이후 2월부터 6개월 연속 동결했다. 5년 만기 LPR은 지난 5월 부동산 시장 진작 차원에서 비교적 큰 0.15%포인트 인하했다. 시장에선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우려가 겹쳐 금리를 내리지도 올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정 정책 총동원 나선 중국 행정부
노무라증권은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면서 봉쇄 등 강력한 통제가 반복돼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중국도 주요국과 마찬가지고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 상승 등 공급 측 원인으로 물가가 뛰는 현상이다. 1970년대 석유 파동이 대표적 사례다. 호황일 때 수요가 늘면서 물가가 뛰는 일반적 인플레이션 시기엔 기준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가뜩이나 부진한 경기를 더 침체시킬 수 있다.

여러 국가가 불황을 감수하고 금리를 올려 물가부터 잡는 정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올가을 공산당 당대회를 앞두고 서민 경제에 더 타격을 주기도 난감한 상황이다. 중국 경제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도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중국 행정부인 국무원은 인프라 투자 등 재정 정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6월 말 국가개발은행 등 정책 은행의 인프라 프로젝트 대상 대출을 8000억 위안 확대한 데 이어 7월 들어선 추가로 3000억 위안의 인프라 투자용 금융채를 발행하도록 했다.

중국은 또 올해 지방 정부 특수목적채권 발행 한도 3조4500억 위안을 8월까지 모두 집행하도록 했다. 하반기에 내년 몫 1조5000억 위안어치를 끌어다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 작년 하반기부터 경기 둔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부동산 침체가 당국의 부양 시도에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 산업은 중국 GDP의 25%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 100대 부동산 개발 업체의 올 상반기 주택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48% 급감했다. 6월 중국 70대 도시 주택 가격은 5월보다 0.1% 내려 전월 대비 가격 하락세가 10개월 연속 이어졌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부동산 개발 업체들이 아파트를 제때 인도하지 못하자 구매자들은 주택 담보 대출 상환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전국 100여 개 도시 300여 개 프로젝트에서 상환 거부 움직임이 나타났다.

중국 은행보험감독위원회(은보감회)는 은행들에 일정 요건을 갖춘 부동산 프로젝트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고 부동산 개발 업체의 금융 지원 요청을 적절한 수준에서 수용하라고 지시했다. 은보감회는 또 지체된 아파트 공사가 재개되고 수분양자들이 되도록 빨리 주택을 인도받을 수 있도록 은행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주담대 상환 거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했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 대출)’ 부실 사태에 준하는 파급력을 나타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은행 12곳이 공식 발표한 주담대 부실 채권 규모는 총 21억 위안(약 4087억원)이다. 금융 당국과 은행은 전체 대출의 1% 미만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의 추정액은 훨씬 크다. 씨티그룹은 5610억 위안, 호주뉴질랜드(ANZ)은행은 1조5000억 위안의 부실 채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중국 광파증권은 최대 2조 위안이 영향권에 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주담대 상환 거부로 발생한 부실 채권이 중국 정부의 주장대로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이번 사태로 인해 중국 부동산 시장의 신뢰도가 추락하는 것은 중국 전체 경기를 더욱 침체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베이징(중국)=강현우 한국경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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