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신세계
메타버스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현실’을 창출한다. 누군가는 메타버스를 가리켜 차세대 인터넷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점점 더 커지는 시장 속에서 다양성을 더해가는 메타버스 세계와 미래에는 어떤 모습일지 전망해본다. 메타버스, 디지털 트윈으로 확대되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 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020년 4,787억 달러에서 2024년 7,833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대면 사회가 지속되고 대용량 정보를 고속으로 전송할 수 있는 5G 통신망이 확충되면서 메타버스 붐이 일었다. 이 바람을 타고 미국의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는 지난 2021년 3월 메타버스 기업 중 처음으로 뉴욕 증시에 바로 상장했고, 3D 아바타를 제작하는 스튜디오인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이미 가입자가 3억 명을 넘어섰다.
메타버스의 범위 또한 점차 넓어지고 있다. 가상 세계안에서 서로 소통하고, 돈을 벌고, 소비하고, 놀이를 하는 것에 한정되어 있던 초창기와 달리 지금의 메타버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양방향으로 연동한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메타버스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디지털 트윈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사물과 공간을 똑같이 복제한 디지털 가상 세계로, 독립된 형태의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와 달리 센서, 이동통신 등 기술을 결합해 현실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현재 이 기술을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 분야는 부동산이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가상 투어’ 프로그램으로 직접 매물을 보러 가지 않고도 거래를 성사할 수 있는 것. 건설업에서도 디지털 트윈 기술은 적극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엔지니어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상 공간으로 들어가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작업을 지시하거나 계획할 수 있다. 중간 과정이 간소화되어 절차가 줄어든 만큼 공사 일정을 당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메타버스 세상도 소통은 필수
최근 메타버스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은 AI 채팅 서비스다. 비록 아바타의 모습이긴 하지만 메타버스 안의 공간도 개인이 소통하는 공간인 만큼 인간의 깊숙한 소통 욕구를 완벽하게 해소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늘 있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등장한 것이 인공지능과 결합한 ‘메타버스 채팅’이다.
인공지능 기반 메타버스 채팅의 대표 주자는 마인드로직이 선보인 소셜 AI 메타버스 플랫폼 ‘오픈타운’이다. 오픈타운은 이용자의 말과 성격을 학습한 나만의 소셜 AI가 자동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해나가며 사용자에게 더 많은 친구를 연결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오픈타운에 접속해 있지 않은 시간에도 내 AI가 활발히 활동하며 친구를 만들어 관계를 형성해나갈 수 있다.
또 오픈타운은 대화가 늘수록 AI의 지식 폭이 넓어지는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다양한 활동과 대화 등이 증가할수록 유저들이 만들어내는 언어적 역량이 더해져 더욱 질 높은 네트워킹이 가능하다. 오픈타운에서는 관계 맺기를 넘어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다. 관심사나 전문 지식을 활용한 대화를 통해 나의 AI가 다른 사용자와 말을 많이 나눌수록 수익이 올라가는 방식이다.
세계 최초의 일상 대화 챗봇 심심이의 새로운 버전도 주목할 만하다. 2002년 처음 세상에 공개되었던 심심이도 올해 ‘심심이 V2’ 버전의 메타버스 채팅 플랫폼을 선보였다. 기존 서비스의 경우 모든 사용자가 하나의 심심이와 각각 대화했다면, 심심이 V2에서는 여러 명의 사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아바타를 생성해 다른 사용자와 교류할 수 있다. 심심이들은 특성 및 성격에 대해 서로 점수를 매기며,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욱 마음에 드는 대화 상대를 만나게 된다.
카카오도 카카오톡 등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오픈채팅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개발중으로 게임 콘텐츠를 섞은 텍스트 기반의 채팅 서비스와 멀티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오픈 채팅 메타버스가 서비스의 주요 내용이다.
메타버스 진화는 현재진행형
메타버스 기술은 웹 3.0 시대의 3D 기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메타버스의 거품 논란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현재 상태로 봤을 때 메타버스의 인기는 쉬 가라앉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인 미국의 게임 회사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대표도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다음 버전으로, 미래 사람들은 메타버스로 일하러 가거나 쇼핑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며 메타버스가 한순간 인기를 끄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과 밀접해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메타버스 관련 산업은 현재 엄청난 성장을 보이고 있고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먼저 정보통신 기술 등 기반 기술의 발전이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향후 메타버스 서비스의 다양화, 대중화가 예상된다.
5G 기술이 확산된 만큼 3차원 실감형 콘텐츠의 실시간 제공과 6G를 기반으로 한 홀로그램 서비스가 모바일을 통해서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홀로그램은 빛을 완벽하게 복제해 물체의 모든 심도를 정확하게 제공하는 원리로 실제 물건이 있는 것처럼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3D를 구현하는 데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꼽히는 기술인 만큼 휴대폰, 태블릿 PC로도 만족도 높은 메타버스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GPU의 향상으로 그래픽 처리 기술이 고도화되고, 그로 인해 시각과 해상도가 크게 개선된 다양한 디바이스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로 전환이 가능한 업종의 오프라인 점포와 거점은 점차 감소할 것이며, 메타버스로 전환이 가능한 업종은 더욱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가상 세계의 무대에서 이뤄지는 쇼케이스, 공연, 전시 등을 그 세계 안으로 들어가 관람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증강현실 안에서 옷을 입어보고 구입하는 식의 쇼핑이 일상이 될 것이라는 것.
직접 의료 기관에 방문하지 않아도 진단과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의료 서비스, 증강현실로 확장되는 교실에서 시공간을 초월한 교육과 훈련을 제공받는 것도 미래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메타버스 소비를 경험한 소비자들은 그 편리성을 더욱 추구할 것이고, 기업들도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메타버스 서비스를 보다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메타버스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윤리적 쟁점과 갈등 상황에 대한 대처는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규제와 프라이버시 권리 침해 부분을 강화하면 산업 활성화에 방해가 될 수 있으나, 잘 정리하지 않으면 건전한 메타버스 확산에 분명히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의 기술 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산업계는 물론, 우리의 일상까지도 메타버스로 인한 변화는 불가피하다. 현실 세계와 메타버스 세계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져가는 만큼 가상공간 안에서의 법과 규율도 필요하다는 것이 여론의 분위기다. 무엇이든 가능한 가상공간이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는 그 두 세계를 오갈 사람들에게 달렸다.
글. 유성민(IT 칼럼니스트)
출처. 미래에셋증권 매거진(바로가기_click)
정혜영 기자 hy54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