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된 적자·투심 위축으로 기댈 곳은 ‘수수료’뿐…소비자 불만 점점 커져
[비즈니스 포커스]어떤 일을 맡아 처리해 준 데 대한 대가로서 주는 요금. ‘수수료’의 사전적 정의다. 최근 들어 ‘수수료’란 단어를 언론에서 더 많이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거래에 수수료는 존재하지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수수료는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이후 급격히 성장한 플랫폼 기업의 중개비일 것이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한곳에 모아 둔 플랫폼 기업들에 수수료는 주요 수입원이다. 반면 소비자나 입점 기업들에는 ‘과거에는 굳이 내지 않았어도 되는 돈’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배달 앱, 때아닌 ‘포장 수수료’ 논란 플랫폼 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코로나19 사태다. 비대면 서비스가 강화되면서 소상공인부터 대기업까지 플랫폼 서비스에 기대는 비율이 높아졌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는 온라인 플랫폼 사용 기업 978개를 대상으로 ‘온라인 플랫폼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매출액이 사용 기업들의 매출액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응답이 74%로 가장 많아 매출 유지와 확대를 위해 플랫폼 이용이 필수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가장 큰 부담 요소는 역시 수수료였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매출액 중 수수료 비율은 10~15%를 차지한다는 응답이 35.4%로 가장 많았고 5~10%가 27.7%로 뒤를 이었다. 온라인 플랫폼에 바라는 점이 ‘수수료 인하’라고 답한 사용 기업은 80%, ‘수수료 산정 공개’는 13%로 수수료에 관련한 애로 사항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 조사는 1년 전에 이뤄졌지만 지금 다시 실시한다면 수수료에 대한 각 산업군의 부담은 더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엔데믹(주기적 유행) 전환으로 플랫폼 기업들의 영업 적자 폭이 확대되고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면서 플랫폼사들이 수수료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릴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배달 앱 시장에는 난데없는 포장 수수료 논란이 불거졌다. 포장 수수료는 고객이 매장에서 직접 음식을 픽업하는 방식으로 구매할 때도 입점 기업들에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가게와 소비자를 이어 준 일종의 중개료인 셈이다. 현재 포장 수수료를 받는 배달 앱은 ‘요기요’로 주문 건당 12.5%가 부과된다. 포장 주문의 매출 규모를 늘려 점주들이 수익을 거둘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배달 앱은 최근 마트 배송 서비스, 편의점 제휴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면서 배달 대신 외식의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요기요가 신규 영역으로 낙점한 것이 바로 포장 서비스다. 이에 따라 요기요는 포장 고객들에게 각종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요기요의 주문 데이터를 살펴보면 지난해 5월 대비 올해 5월 포장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이 6배나 높았다. 배달비의 부담 없이 원하는 시간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소비자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어 지난해 여름부터 포장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꾸준히 늘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배달의민족은 포장 수수료 논란이 왜 커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배민은 처음부터 가게들을 향해 부과하는 포장 수수료가 없었고 지금도 그렇기 때문이다.
‘배민포장주문’은 2020년 8월 시작된 서비스로, 당시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위해 수수료를 받지 않고 시작했다. 배민은 지난달 말까지로 예정했던 포장 주문 중개 수수료 ‘0원’ 정책을 오는 9월 말로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올해 들어서 3회째 연장이다. 점주들은 ‘연장’이라는 단어를 쓴 것을 보면 기한이 끝나면 포장 수수료를 부과하는 게 아니냐고 말한다. 이에 대해 배민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포장 수수료를 유료화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일단 덩치부터 키우자’는 공식, 이젠 안 먹혀 배민이 ‘포장 수수료를 유료화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을 받는 이유는 배달 플랫폼을 비롯한 플랫폼 기업들의 실적 때문이다. 지난해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매출이 늘기는 했지만 영업 손실 폭은 오히려 확대됐다. 매출은 2조원으로 1년 전에 비해 82.7% 증가했지만 영업 손실은 112억원에서 756억원으로 527.4% 증가했다.
배민뿐만이 아니다. 플랫폼 기업들은 시장 초기에는 대부분 대규모의 적자를 무릅쓰고 시작한다. 이커머스 플랫폼 1위 사업자인 쿠팡은 5년간 누적된 적자만 4조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한 플랫폼 사업자들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이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사업 초기 고객 확보와 앱 편의성 개선을 위해 대규모의 금액을 투자하지만 시장에 자리잡는 데는 꽤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일단 몸집을 키운 다음 고객을 잡아 두는 ‘락인 효과’를 노리는 게 플랫폼 기업의 성공법이었다. 맨 처음에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입점사를 늘린 뒤 입점사가 많아지면 눈에 잘 띄는 곳에 노출해 준다는 광고비를 받는 형태를 띠기도 한다.
사업 초기 플랫폼 기업들은 투자금에 기대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움츠러들면서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적자 폭은 날이 갈수록 확대되는데 돈이 나올 구멍이 말라 버린 것이다. 플랫폼 기업이 수수료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래저래 수수료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점주와 소비자 모두에게 ‘짐’을 부과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배달 앱에서 포장 수수료가 고객들에게는 부과되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반발이 컸던 이유다.
여기에 플랫폼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일반 소비자들이 과도한 수수료 부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7월 21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택시 플랫폼에서 예약을 취소했을 때 운임 전액을 수수료로 부과하는 사례가 있어 소비자들의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이 카카오T·우티·타다·티머니온다·아이엠(i.M)·마카롱택시·반반택시 등 7개 플랫폼을 조사한 결과 카카오T·타다·아이엠·반반택시 등 4개 플랫폼이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카카오T와 반반택시는 호출료가 없는 일반 택시에는 취소 수수료를 물리지 않았다. 소비자원이 조사할 당시,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는 4개 업체 중 호출 화면에서 수수료 정보를 바로 안내하는 곳은 한 곳에 불과했다.
또 예약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4개 업체(카카오T·타다·아이템·마카롱)의 무료 예약 취소 가능 시점은 플랫폼별로 차이가 컸다. 출발 시간이 1시간이 남지 않은 시점에서 취소하면 운임의 100%를 수수료로 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취소 수수료를 물리는 플랫폼 중 운전사 사정으로 차량 운행이 불가하거나 지연되면 소비자에게 배상해 주는 약관을 마련한 곳은 타다밖에 없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