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해지 합의 번복 집주인, "전세금반환소송으로 대응해야"

세입자 A씨는 최근 집주인의 계약 해지 합의 번복으로 곤욕을 치렀다. A씨는 “계약 기간이 1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집주인이 실거주 할거라며 나가달라고 했다"며 "이사비까지 주겠다며 사정해 동의했는데 문제는 이사할 곳을 결정하고 계약금까지 낸 상황에 갑자기 집주인이 실거주하지 않겠다며 본래 계약 기간을 지키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주택 임대차에서 계약 해지 합의를 두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원만하게 합의가돼 세입자가 이사하는 경우와 달리 집주인이 뒤늦게 합의 사항을 파기하고 본래 계약 기간을 지키라고 한다면 상황은 간단치 않다.

28일 부동산 전문 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주택 임대차에서 최초 계약은 법률상 2년으로 규정돼 있어 집주인과 세입자는 이 기간을 지켜야 한다”면서도 “다만 계약 당사자인 집주인과 세입자가 서로 합의하에 계약을 조기 해지했다면, 합의로 정해진 날짜가 계약 해지일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계약해지 합의 후 집주인이 합의 번복을 주장한다면 세입자는 전세금반환소송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세금반환소송이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을 상대로 세입자가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전세금소송 전문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법도 전세금반환소송센터의 ‘2022 전세금통계’에 따르면 평균 소송기간은 4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에서는 합의가 법적인 효력을 갖는다. 즉 한 사람이 조건을 제시했고 상대방이 이에 동의했다면 의사 합치가 된다는 것. 이 같은 관계를 청약(조건제시)과 승낙(동의)이라고 한다.

엄정숙 변호사는 “집주인이 먼저 조기 계약 해지에 대한 조건(청약)을 제시했고 세입자가 동의(승낙)해 의사 합치가 됐다면 법적인 효력을 갖는다”며 “그런데도 뒤늦게 본래 계약을 지키라는 집주인의 주장은 새로운 청약(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세입자가 거부하더라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만약 조기 계약해지 합의를 어기고 본래 계약 기간을 지키라는 집주인에게 세입자는 법률상으로는 마지막에 의사 합치가 된 부분만 효력을 갖는다. 뒤늦게 집주인이 말을 바꿔 본래 계약 기간을 지키라고 했지만, 세입자가 이를 거부한다면 법률상 의사 합치로 볼 수 없다.

즉 법률상으로 마지막에 의사 합치가 된 조기 계약 해지 기간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기 계약해지 기간이 지나서도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집주인을 상대로 세입자가 전세금반환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한편 계약 해지 합의를 위반한 집주인에게 맞서기 위해서는 세입자가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엄 변호사는 “법원에서는 계약에 대한 마지막 의사 합치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반드시 증거를 확보하는 게 좋다”며 “조기 계약해지 합의 당시 나눴던 카톡이나 문자 메시지는 물론 통화녹취도 증거가 될 수 있고 계약 해지 합의 당시 서로 간 계약서에 계약 기간을 명시하도록 수정하는 것도 추후 분쟁을 예방하는 대비책이 된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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