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베트남·튀르키예 해외 시장을 어찌하오리까…한국 기업 케이스 스터디 3

중국 시장에서 웃고 운 LG생활건강·튀르키예 팬데믹에 휘청인 CJ CGV ·베트남에서 힘 못 쓰는 우아한형제들

[비즈니스 포커스]

6월 29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면세점에서 승객들이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한국경제신문)


신세계와 롯데는 1990년대 말~2000년대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경제 발전 과정에서 유통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몇 해 전 두 회사 모두 중국에서 철수했다. 각종 규제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문제 등 정치적 리스크가 원인이 됐다.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을 찾아 해외로 나간다. 해외 진출은 기업에 기회이자 위기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글로벌 시장의 흐름은 기업엔 또 다른 위기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지속된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과 인플레이션, 전 세계 경제에 불고 있는 심상치 않은 ‘탈세계화’의 영향은 앞으로의 해외 시장 진출이 만만치 않음을 암시하는 요소들이다. 그간 해외 시장에 활발히 투자해 온 세 기업의 사례를 통해 해외 진출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1. 심상치 않은 중국, 긴장하는 ‘K-뷰티’-LG생활건강 지난 30년 동안 한국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했던 ‘최대 교역국’ 중국이 심상치 않다. 최근 중국과의 무역에서 3개월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중국의 봉쇄 조치가 직접적 원인이다. 하지만 최근 미·중의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연쇄 이동은 앞으로도 중국 수출 시장이 심상치 않은 쪽으로 흘러갈 것을 암시한다.
중국 수출 비율이 높은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특히 화장품업계는 앞으로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지 않으면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당장 2분기부터 타격이 현실화됐다. LG생활건강은 중국 봉쇄의 영향으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감소했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한 1조8627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5.5% 줄어든 2166억원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3월 말부터 시작된 중국 봉쇄 정책이 강화돼 중국 사업이 어려워졌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그간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했던 화장품 사업의 타격이 컸다. 화장품 사업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6% 감소한 8530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7.4% 줄어든 933억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의 중국 시장 부진은 브랜드 ‘후’의 실적에서 나타난다. 그동안 ‘후’는 고급스러운 궁중 화장품으로 중국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LG생활건강의 ‘믿을 맨’이었다. 한국 면세점을 찾는 ‘다이궁(보따리상)’들이 제일 많이 찾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 2분기 ‘후’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 하락했다. ‘후’의 부진은 앞으로도 화장품 산업에서 중국 시장이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2. 튀르키예, 기회의 땅인가 리스크인가–CJ CGVCJ CGV는 2016년 튀르키예 최대 영화사인 마스엔터테인먼트그룹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FI)인 메리츠증권과 2800억원 규모의 총수익 스와프(TRS) 계약을 했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투자자 대신 주식 등 기초 자산을 매입하고 자산 가격이 변동하면서 발생하는 이익과 손실은 투자자가 떠맡는 형식이다.

이러한 계약을 한 것은 CJ CGV가 그만큼 튀르키예 시장에 자신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마스엔터테인먼트그룹을 인수한 지 2년도 지나지 않은 2018년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손실 폭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글로벌 영화 시장이 멈춰 서면서 악재가 더해졌다. 계약 당시 CJ CGV는 2021년까지 마스엔터테인먼트그룹의 기업공개(IPO)를 내걸고 투자금을 유치했지만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게 되면서 IPO도 어려워졌다.

CJ CGV는 지난해 5월 파생 상품 계약 정산금 3532억원을 메리츠증권에 지급하고 메리츠증권이 보유했던 지분을 되사왔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영업이익의 3배에 달하는 현금을 지불해야 했지만 일각에서는 ‘튀르키예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만큼 튀르키예 법인이 CJ CGV의 고민거리였기 때문이다.

완전한 부활을 말하기엔 이르지만 튀르키예 현지에서도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으면서 점차 회복되고 있다. 2020년 2분기부터 2021년 3분기 적자를 기록하던 튀르키예 법인은 2021년 4분기부터 영업을 재개하면서 흑자 전환했다.

어쨌거나 튀르키예는 CJ CGV에는 중요한 해외 시장이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CJ CGV의 매출액 중에서는 한국 시장 비율이 37.0%로 가장 높고 중국이 28.7%로 뒤를 이었다. 튀르키예는 3위인 11.9%를 차지했다. CJ CGV는 튀르키예에서 98개 사이트와 826개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다. CJ CGV는 5월 31일 CJ CGV 튀르키예법인에 2052년 6월 8일까지 330억원을 대여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CJ CGV가 튀르키예 법인에 대여한 금액은 780억원이 됐다. CJ CGV는 이번 금전 대여에 대해 “재무 구조 개선을 통한 안정적 사업 환경 조성이 목표”라고 공시했다.

3. ‘배달의민족’이 베트남도 점령할까–우아한형제들 지난해 우아한형제들의 매출액은 2조292억원으로 전년보다 85.3%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배달 앱 호출이 늘면서 회사 규모도 급격히 커졌다. 우아한형제들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은 시기는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이었다. 거리에 늘어나는 배달 오토바이 대수만큼 실적이 쑥쑥 늘었다.

하지만 고민거리는 남아 있다. 외형 성장에 비해 수익이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100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전년도인 582억원보다는 규모가 줄었다. 그런데 이는 우아한형제들만 고려한 ‘별도’ 기준이다.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 살펴보면 757억원으로 손실 폭이 더 커진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 서비스를 담당하는 우아한청년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푸드테크를 비롯해 해외 진출 법인인 베트남법인과 싱가포르 법인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2019년 우아한형제들은 베트남 2위 음식 배달 앱 ‘비엣남엠엠’을 인수해 현지 시장에 진출했다. 이는 당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그리던 배달의민족의 해외 진출의 첫걸음이었다. 베트남은 평균 연령이 젊고 오토바이 이용률도 높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판단됐다.

지난해 자회들 중에서도 베트남 법인의 손실 폭이 확대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공시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 베트남 법인의 당기순손실은 829억원으로 전년 동기 721억원에서 확대됐다. 부채 폭도 늘었다. 2020년 1272억원이었던 부채 폭이 2021년에는 2328억원이다. 2021년 기준으로 우아한청년들과 푸드테크 등이 영업수익을 올린 반면 베트남 법인은 1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플랫폼 기업들은 시장 초기 막대한 투자 비용으로 점유율을 높인다. 한국 시장에서 배달의민족이 성장한 것처럼 베트남에서도 유사한 성장 공식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 시장 진출이 4년 차로 비교적 초기인 만큼 수익 여부를 논하는 것은 아직은 이르다.

관건은 올해다. 엔데믹(주기적 유행) 국면에 접어들고 출혈 경쟁이 이뤄지면서 배달 플랫폼의 수익성에 의문 부호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트남 법인의 성적은 향후 우아한형제들을 비롯한 시장 전체의 방향성을 좌우한다. 내수에서 ‘수익성 확보’라는 과제를 해결한 후 해외 시장에서 ‘가능성’을 찾을지가 베트남 법인의 향후 행보에 달렸다는 것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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