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위해 탄생한 위례 입주 10년, 마지막 퍼즐은 '위례신사선'
입력 2022-08-10 06:01:22
수정 2022-08-10 06:01:22
평균 집값, 신도시 중 판교 다음…젊은 부부와 10대 인구 많은 활기찬 도시
올해 들어 실거래가 15.3% 떨어진 곳도 있지만 단지별 희비 엇갈려
“서울 강남 지역의 안정적인 주택 수급”
위례신도시의 탄생 목적은 다른 2기 신도시와는 달랐다. 동탄 신도시가 ‘수도권 외곽에 중핵 역할을 하는 거점 도시’, 광교 신도시가 ‘수원시 도시 기능 재배치와 자족 도시’로 조성된 것과 달리 ‘강남’의 수요를 보충하기 위해 생겨났다.
‘판교를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에 집값은 뛰었다. 2012년 초기 분양가 1600만원이던 아파트 3.3㎡당 평균 가격은 올해 7월 29일 기준 4248만원이다. 입주 초기와 비교해 2.7배 올랐다.
‘강남 접근성’이라는 무기를 내세운 위례에도 걱정거리는 있었다. ‘출근 지옥’, ‘자영업자의 무덤’. 몇 년 전까지 위례신도시에 따라붙던 꼬리표다. 11만 명이 거주하는 위례신도시에 지하철역은 8호선 남위례역 하나뿐이다. 이마저 지난해 12월에 개통했고 남쪽 끝에 자리하고 있어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위례 주민들이 강남이나 잠실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거나 버스를 타고 2호선이나 8호선(장지역·거여역)으로 갈아타야 했다. 그 대신 강남역·잠실역·고속터미널역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 대중교통 수요를 충족해 왔다. 자가용 출근은 더 어려웠다. 동부간선도로와 남부순환로를 통해 빠져나가야 하는 위례의 특성상 출근길 병목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다시 찾은 위례는 달라진 분위기였다. 상가는 활기를 찾았고 위례 주민들의 오랜 숙원 사업이던 교통 계획도 하나씩 실행되는 단계다.
중심상가·남위례역·스타필드·학원가로 나뉜 상권“한 2년 전까지는 상가 1층도 공실이라 말이 많았죠. 지금은 1층 공실 찾기 힘들어요.”
위례 중앙광장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상가 공실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고 있다고 전했다. 위례 중심 상권은 위례 중앙광장을 둘러싸고 좌우로 형성돼 있다. 400여 m에 걸친 이 상권은 현재 1층 공실을 찾기 힘들다. 광장과 맞닿은 라인이 아니어도 1층은 대부분 식당·카페·통신사 대리점·약국 등으로 채워져 있었다.
2년 전만 해도 이 거리는 한산했다. 위례 중앙광장 상권에서 가장 큰 중앙타워 1층에도 공실이 넘쳐났다. 건너편 한화오벨리스크센트럴스퀘어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로 규모가 크지 않은 데도 1층부터 텅 비어 있었다. 수요에 비해 비싼 임대료가 문제였다. 2019년 중앙 상권의 전용 44㎡ 1층 상가의 임대료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50만~400만원 수준이었다.
공실이 장기화되자 임대료를 조정했고 지금은 같은 규모의 상가가 월 170만~35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여전히 중심 상권 상가 2층과 지하 1층은 대부분 공실이다. 그 이유는 수요가 아닌 공급에 있다. 아파트 단지마다 상가가 발달했고 중앙과 거리가 있는 남위례와 북위례에도 대형 상권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중심 상업 지역은 업종 구성이 다양하게 돼야 하는데 1층 대부분이 식당으로 채워지면서 다른 업종들은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 아파트 단지쪽으로 많이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심 상권 외에도 위례의 가장 남쪽에는 8호선 남위례역 인근 상권이 발달해 있다. 위례서일로마을 카페거리를 중심으로 400여 개 상가가 입점해 있다. 북쪽에는 위례스타필드시티와 아파트 상가들이 발달해 있고 동쪽에는 학원가가 빼곡하게 형성돼 있다.
위례는 10대 인구가 많은 젊은 도시다. 10대 미만 인구가 전체의 14%, 10세부터 19세까지가 11%로 미성년자가 도시의 25%를 차지한다. 위례신도시 연령별 인구는 40~49세가 19%로 가장 많다. 2위는 30~39세(17%)다. 연령 통계를 보면 젊은 부부와 10대 자녀로 이뤄진 활기찬 도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창곡동의 한 공인중개업소는 “위례도 학원가가 발달해 있어 맞벌이 부부는 자녀를 위례 학원가로 보내고 욕심 있는 엄마들은 주로 대치동 학원가까지 아이를 실어 나르는 ‘대치 라이딩’을 한다”고 말했다. 위례신도시에서 대치동까지는 차로 약 20분 거리다. 강남 핵심 연결하는 위례신사선, 내년에는 첫 삽 뜰까
하나의 생활권인 위례신도시 행정구역은 서울 송파구, 경기도 성남시와 하남시로 분리돼 있다. 법정명은 장지동(서울 송파구), 창곡동(성남시), 학암동(하남시)으로 제각각이지만 행정명은 모두 위례동이다. 위례를 가로지르는 장지천을 기준으로는 남위례와 북위례로 구분하기도 한다.
집값은 ‘송파 위례’로 불리는 장지동이 가장 비싸다. 아파트 3.3㎡당 평균 가격을 살펴보면 장지동이 4539만원, 학암동이 4312만원, 창곡동이 4294만원이다. 장지동이 서울과의 접근성이 가장 좋고 송파구라는 ‘서울 프리미엄’이 붙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단지별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장지동은 올해 들어 집값이 0.2% 하락했다. 위례신도시 행정구역 중 가장 낮은 하락률이다.
장지동에는 최고가를 갈아 치운 매물도 나왔다. 위례중앙푸르지오 1단지(33평)는 올해 5월 1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에는 16억8000만원에 거래되던 매물이다.
반면 소형인 장지동 송파꿈에그린위례24단지(21평)는 올해 3월 12억1000억원에서 6월 10억5000만원까지 실거래가가 떨어졌다.
하남시 학암동은 위례신도시 중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졌다. 올해 들어 학암동 집값은 2% 떨어졌다. 학암동 플로리체위례(37평)는 지난해 10월 16억4500만원에서 올해 5월 15억1000만원으로 실거래가가 1억3500만원 떨어졌다.
향후 위례 집값은 새로운 교통망에 따라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월 위례를 세로로 달리는 위례선(트램)이 착공했다. 입주를 시작한 지는 10년 만이다. 최근 서울 마천역 인근에 현장 사무실이 마련됐고 환경 영향 평가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된다면 2025년 9월부터 트램이 달리게 된다.
위례부터 강남 주요 지역을 연결하는 위례신사선도 서울시와 우선협상대상자(GS컨소시엄) 실시 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위례신사선은 위례신도시에서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헬리오시티~삼성역~봉은사역~청담역~학동사거리역을 거쳐 신사역으로 이어지는 경전철이다. 내년에 착공해 2028년 개통 목표로 진행 중이다.
주민들은 사업이 추진된 지 20년이 지나 개통이 되는 경전철 사업이 또다시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위례신사선은 2008년부터 사업이 추진됐지만 2018년에야 민자 적격성이 조사를 통과했다. 개통 연도도 계속 지연돼 왔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진 것은 2020년 1월이지만 2년이 지난 올해 5월에서야 서울시와 우선협상대상자 간 실시 협약 검토에 들어갔다.
서울시 관계자는 2일 통화에서 “위례신사선에 대한 실시협약은 아직 법률 검토 중”이라며 “원자재 값 상승으로 우선협상 대상자와 공사비를 조율하고 있는 단계다”라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