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이키는 끝물? 다시 아디다스 시대 오나

브랜드 피로감·공정성 문제 거론되며 신뢰 잃어 가는 나이키…리셀 시장에서 아디다스 오랜만에 인기

[비즈니스 포커스]

아디다스가 유명 힙합 아티스트 칸예 웨스트와 협업해 발매한 이지부스트. 사진=한국경제신문


“점점 나이키에 질려 가고 있다.”

최근 운동화와 관련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스니커 마니아들이 쓴 이런 내용의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운동화 시장에서 영원할 것 같았던 ‘나이키 천하’에 조금씩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는 얘기들이 서서히 들려오고 있다. 그리고 그 대항마로 다시 아디다스가 급부상 중인 모습이다. 과연 아디다스는 나이키에 빼앗겼던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나이키는 요 몇 년간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운동화 시장에서 적수를 찾기가 어려웠다.

이런 사실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곳이 리셀 시장이다. 리셀 시장은 한 브랜드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준으로 자리매김했다.

놀라운 것은 리셀 시장에서 발매가보다 더 많은 웃돈이 붙어 거래되는 운동화들 대부분이 나이키가 만들어 낸 제품들이라는 것이다. 첫 발매된 지 수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인기가 식을 줄 몰랐던 덩크, 조던 시리즈, 에어 포스1 등을 앞세운 나이키 제품들은 발매와 동시에 순식간에 품절되기 일쑤였다. 결국 소비자들은 리셀 시장에서 발매가보다 많게는 수십 배 정도의 돈을 더 주고 운동화를 구매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나이키의 인기 이유는 간단했다. 단순히 색상만 바꿔 제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는 아티스트나 디자이너 또는 스트리트 브랜드들과 협업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이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그 무엇보다 특정 제품들은 일부 소비자들에게만 구매 권한을 주는 한정판으로 출시하며 더욱 희소성을 높였다.

이런 측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운동화 리셀 시장은 사실상 나이키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협업’이란 것을 시작했고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독보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셈이다.

물론 아디다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출발은 다소 늦었지만 유명 힙합 아티스트인 칸예 웨스트와 협업해 만든 이지 시리즈를 필두로 슈퍼스타·스탠스미스·가젤 등 나이키와 마찬가지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모델을 여러 브랜드와 협업해 발매해 왔다. 하지만 이미 나이키로 기운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나이키의 제품들이 출시 족족 품절 대란을 일으킨 반면 아디다스의 제품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고 누가 말했던가. 지속될 것만 같았던 나이키의 인기가 최근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치도도 확인할 수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주가는 올해 들어 기세가 꺾인 모습이다. 2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아디다스는 비록 주가는 지지부진하지만 모처럼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큰 폭으로 늘어나며 향후 전망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운동화 마니아 층 및 패션업계에서도 ‘이제 나이키가 한물간 것 아니냐’는 말과 함께 ‘소비자들이 다시 서서히 아디다스로 눈이 돌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나이키의 인기가 시든 첫째 이유는 ‘피로도’가 꼽힌다. 아무리 예쁜 제품이라도 계속 보면 식상하기 마련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얘기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특히 MZ세대들은 더욱 유행에 민감하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약 3년간 나이키 열풍이 불었던 만큼 이제는 식상할 때도 됐다”고 했다. 둘째는 신뢰도다. 한정판 제품과 인기 모델을 일부 매장 직원들이 몰래 빼돌려 일반 소비자들에게 비싼 값에 되팔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기도 했다. 현재의 판매 시스템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등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리셀 시장의 판도에서도 이런 조짐이 보인다. 얼마 전 아디다스가 일본의 스트리트 브랜드 휴먼메이드와 협업해 내놓은 운동화 ‘아디매틱’은 현재 리셀 시장(네이버 크림 기준)에서 약 10만원 정도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7월 17일 13만9000원에 발매했는데 현재 브라운 색은 25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구매할 수 있다.

아디다스가 내놓은 운동화가 최근 리셀 시장에서 이렇게 인기를 끌었던 사례는 오랜만에 있는 일이다.

반대로 나이키는 리셀 시장에서 예전만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덩크는 2021년까지만 하더라도 발매했다 하면 20만원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된 인기 모델이었다. 하지만 최근 발매한 제품들은 대부분이 원가 수준에서 거래 중이다.

이런 움직임을 감지한 아디다스 측 역시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편한데 이어 더욱 다양한 협업 제품을 선보여 소비자들을 그러모으겠다”고 했다. 운동화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 주목된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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