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면 다 된다는 멀티밤, ‘K-뷰티’ 새 히트작?

PPL로 인지도 높인 가히 외에도 멀티밤 제품 인기… 보습·주름 완화가 주요 기능

[비즈니스 포커스]
코리아테크의 '가히'는 멀티밤 중 가장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사진=한국경제신문)

‘스틱형 멀티밤’이 ‘K-뷰티’의 새로운 히트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멀티밤’은 입술·피부·머리카락까지 보습이 필요한 모든 부위에 바를 수 있는 스틱형 화장품을 말한다.

중소기업 코리아테크의 ‘가히’가 공격적인 간접광고(PPL : Product PLacement)를 통해 멀티밤 중 가장 높은 인지도를 갖게 됐지만 지난해부터 멀티밤 제품 전체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후문이다. PPL이 낳고 홈쇼핑이 키운 ‘가히’ ‘PPL 청정 지역’이라고 불렸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8월 3일 방송분. 최수연 변호사가 서랍 속에서 핑크색 멀티밤을 꺼내들자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나왔다. 공격적인 PPL로 인지도를 높인 멀티밤 ‘가히’ 이야기다.

지난해부터 한국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들은 ‘썸남’을 만나기 전 필수적으로 ‘가히’를 발랐다. 가히는 미국 팝스타 도자 캣의 뮤직 비디오에도 모습을 보이면서 PPL의 새로운 장을 썼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과한 PPL은 소비자들의 거부 반응을 불러오기도 한다. 하지만 ‘인지도’ 측면만 보면 효과를 제대로 봤다. 화장품업계에서는 가히가 ‘PPL로 인지도를 높이고 홈쇼핑으로 판매하는’ 전략으로 성공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가히는 지난해 홈쇼핑 최고의 히트 상품이었다. 엔데믹(주기적 유행) 기조로 기초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룬 성과였다. 2021년 GS홈쇼핑이 선정한 히트 상품에서 가히는 초당 5개씩 판매되는 기록을 세우며 히트 상품 3위에 올랐다. 재구매 고객 수는 16만6000명에 이른다.

가히는 홈쇼핑의 주요 고객인 4050 여성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는 평을 듣는다. 주름 개선이나 건조함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은 중년 여성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가히의 제품 단가는 3만원대로 다소 비싸지만 홈쇼핑 판매에서는 개수를 늘리고 사은품을 함께 제공하는 세트 형식으로 구성해 판매함으로써 합리적인 선택 거리를 제공했다.

멀티밤 열풍을 일으킨 가히 멀티밤의 정식 명칭은 ‘링클 바운스 멀티밤 스틱’이다. 시그니처 성분은 연어 저분자 콜라겐과 연어 프로테 오글리칸, 연어 유래 소디움 DNA 등 연어 3종 콤플렉스다. 이 성분이 피부를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가히를 비롯해 달바의 ‘더블 세럼 올인원 멀티밤’, 토니모리의 ‘마스터랩 솔루션 멀티밤’, 동국제약의 ‘센텔리안24’, 아토밤 ‘판테놀 스틱 밤’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돼 있다. 화장품 분석 애플리케이션 ‘화해’에 등록된 멀티밤 제품만 225개에 이른다.

멀티밤은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얼굴 전체와 입술, 목주름뿐만 아니라 쇄골, 머리끝 보습까지 다양한 부위에 활용할 수 있다. 탄력 등 주름 관리와 보습 유지까지 한 번에 케어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물론 멀티밤이 이름처럼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끈적하다’, ‘마스크에 제품이 묻어난다’, ‘멀티로 사용하기엔 다소 맞지 않는 부위도 있다’는 후기들도 존재한다. 젊은층보다 중·장년층이 썼을 때 더 효과가 좋다는 평가도 있다.

색조에서 기초로 이동한 스틱형 화장품 머리카락부터 입술까지 모두 바를 수 있다는 점에서 ‘멀티밤’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는 소비자들도 있다. 이에 대해 화장품 제조사에 ‘멀티밤’의 정확한 효능을 물었다. 한국콜마에 따르면 멀티밤의 주요 효능은 피부에 유분막을 형성시켜 수분의 증발을 막아 지속적 보습 효과를 유지해 주는 것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멀티밤의 유분막이 자연스러운 윤광 효과를 줘 피부에 생기를 부여하고 빛의 반사 효과를 통해 주름이 감소돼 보이는 효능도 있다”고 설명했다.

제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멀티밤에 들어가는 주요 성분은 왁스·분산제·페이스트·오일·컬러·향·효능 원료 등이다 가장 많은 함량을 차지하는 오일 성분에는 해바라기씨·호호바씨·잇꽃씨·달맞이꽃 오일 등 여러 가지가 함유돼 있다.

멀티밤의 인기는 몇 년 전부터 화장품 시장의 신규 카테고리로 자리 잡은 스틱형 제품에서부터 출발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개인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손에 직접 닿지 않고 밖에서도 편리하게 바를 수 있는 스틱형 제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파운데이션이나 컨실러를 스틱 형태로 만든 색조 화장품이 대세였다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스틱형 제품이 기초 화장품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2020년만 해도 스틱형 화장품 시장은 선스틱 중심으로 형성됐지만 2021년 이후부터 멀티밤 제형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효과를 중심으로 소비를 실시하는 ‘이펙슈머(effective consumer)’와 최소 수량의 제품으로 최대 효과를 누리고자 하는 ‘화장품 다이어터’들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하나의 제품으로 다양한 효과를 노리려는 소비자들을 겨낭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한국콜마·코스맥스 등 한국 화장품 제조사들이 수분감을 얻기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해 기초 화장품 형태로 개발하면서 시장의 긍정적 반응이 이어졌다. 일반적인 스틱류 화장품은 물이 없어 왁스나 오일만으로 구성된 제형이기 때문에 사용할 때 뻑뻑한 느낌이 있고 수분감이나 쿨링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화장품 제조사들은 기술력 개발에 매진했다.

코스맥스는 7월 22일 식물성 버터를 포함하는 유분산 스틱형 화장료 조성물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다고 공시했다. 이 조성물은 온도가 민감한 식물성 버터가 포함됐음에도 안정적인 고체 제형을 유지한다. 또 식물성 버터를 포함해 기존 스틱 화장료에 비해 끈적임이 없고 뛰어난 발림감을 지닌다.

한국콜마는 수용성 보습 성분을 스틱 제형에 안정화하는 화장료 조성물 특허를 얻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스틱 제형은 사용하는 원료 성분이 고르게 분산되지 않으면 쉽게 부러지는데 해당 특허를 통해 조성물 내 성분들을 균일하게 분산시켜 부러지는 현상을 방지하고 발림성과 사용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수용성 추출물이 흡수된 화장용 캡슐을 안정하게 제형 내에 분산시키는 화장료 조성물에도 특허를 획득했다. 수용성 추출물(수분감)이 흡수된 화장용 캡슐을 포함하는 것으로, 스틱 제형의 건조한 느낌을 개선해 촉촉한 보습력을 제공한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멀티밤의 인기는 고공 행진 중이다. 가히는 출시 1년 반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 개를 돌파했다. 제조사인 코스맥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는데 여기에는 가히를 포함한 메가 히트 제품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콜마 역시 지난해 멀티밤을 등에 업은 스틱형 화장품의 매출이 전년 대비 약 8배 성장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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