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플랫폼 대전환, ‘금속의 시대’ 온다

‘니켈·리튬·망간·코발트·텅스텐’ 핵심 광물 자원, 공급망 불안에 원자재 무기화 지속

[머니 인사이트]

러시아 최대 니켈 생산업체인 노릴스크 니켈공장. 사진=연합뉴스 로이터


21세기 에너지 대전환을 맞이하며 ‘그린플레이션’의 영향으로 광물 자원이 핵심 원자재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광물공사는 신사업에 필요한 ‘니켈·리튬·망간·코발트·텅스텐’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광물 자원으로 선정해 미래 핵심 광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수급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광물인 리튬과 코발트는 생산 비율 상위 3개국이 각각 전체의 91%, 85%를 생산하고 있어 원자재 수급 차질이 불가피하다.

최근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원자재 무기화 추세는 특정 국가의 생산량에 의존하는 희귀 금속류의 공급망 불안을 자아낸다. 여기에 미국·중국의 패권 전쟁 이슈도 금속 자원에 영향을 끼친다. 미국 하원을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전기차 배터리 광물의 출처를 엄격히 따져 미국 외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중국산 광물에 대해 불이익을 줄 것을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미·중 무역 분쟁이 기술 패권 전쟁으로 넘어가는 국면에서 21세기 석유라고 할 수 있는 광물 자원의 확보가 승패의 관건이 된다.

‘21세기 석유’ 패권 국가의 키

석탄으로 대표되는 18세기 영국 산업혁명은 파운드화를 세계 기축 통화로 만들며 영국을 패권 국가에 등극하게 했다. 20세기에는 세계대전 이후 단연 석유 자원을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형성되며 석유 결제 통화로 달러화가 사용되며 미국이 새로운 패권 국가로 부상했다. 21세기 현재에는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 전기로 에너지 플랫폼이 전환됨에 따라 전기 에너지 발생원으로 금속 광물 자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은 21세기 산업 기반을 형성하는 산업 금속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위안화의 국제화와 함께 미국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구리는 에너지 전환으로 가는 세계 경제의 핵심 광물로, ‘21세기 신석유’라고 불린다. 정보기술(IT) 분야의 성장으로 전력 네트워크 등 전자·전기 구리 수요의 42%를 차지하고 있고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전환으로 녹색 산업의 구리 수요 역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구리연구그룹(ICGS)에 따르면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4배 더 많은 양의 구리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에너지기구(EIA)의 지속 가능한 발전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녹색 산업의 구리 수요는 2030년까지 1.7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 산업 금속의 다른 한 축을 차지하는 것은 알루미늄으로, 사회의 전기화에 따라 구리 수요와 함께 알루미늄 수요 역시 상승하게 된다. 다만 2022년 하반기에는 대러 제재발 수요 감소와 유럽 전력비용 상승에 따른 수급 차질이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럽 최대 아연 제련 기업인 니스타(Nystar)가 높은 에너지 비용 등을 이유로 네덜란드 제련소가 가동 중단을 결정함에 따라 유럽 알루미늄 생산이 추가로 위축될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유럽은 내연기관차 생산 금지 법안을 마련한 가운데 글로벌 전기차 시장 판매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64.3% 성장했다. 전기차 시장은 리튬 이온 배터리 수요의 대략 80%를 차지하며 탄소 배출 제로 추진으로 수요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리튬·니켈·구리·알루미늄 등 산업 금속 수요를 더욱 증가시킨다.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이 성장하면서 가장 주목받는 광물은 배터리의 원재료인 리튬이다. 시장 조사 업체인 SNE리서치는 전 세계 2차전지용 리튬 수요가 2022년 52만9000톤에서 2025년 두 배, 2030년 5배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2030년에는 전체 리튬 수요의 95%를 리튬 배터리가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리튬 공급량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 수급 불균형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니켈 역시 녹색 금속류로 분류되며 그린플레이션의 핵심 광물로 불린다. 니켈은 전기차 1대당 가장 높은 함량을 차지하는 광물로, 배터리 원가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양극활 물질의 원재료로 사용되며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 니켈 금속 생산의 32%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는 자원 민족주의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수출 제한 조치로 니켈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해당 수출 관세 조치는 또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배터리용 니켈 제품 개발 강화 시도로 향후 전망이 밝은 니켈 산업의 고부가 가치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또한 니켈 생산 비율의 10%를 차지하는 러시아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치솟는 역내 인플레이션율을 통제하기 위해 철강 제품과 구리·알루미늄·니켈 등의 수출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본격적인 자원 민족주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수급 불안이 해결되지 않은 것은 코발트 역시 마찬가지다. 코발트는 ‘흰색 석유’라고도 불리며 항공 우주 산업에서 높은 수요가 존재한다. 코발트는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에 사용되며 글로벌 배터리 시장 확대에 따라 수요 역시 확장 국면에 있다. 다만 가격 동향이 불안정해 최근 배터리업계는 코발트 함유량을 줄이거나 망간을 대신 사용해 코발트 없이 배터리를 개발하려는 ‘코발트 프리’를 시도하고 있다.

‘하이 망간 양극재’ 개발에 착수한 대표적인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한국 배터리 제조 업체 등이 있다. 업체들이 ‘코발트 프리’에 나선 가장 큰 원인은 코발트 생산의 ‘40%’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발트는 소수의 통합 생산자가 공급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구조로 패권 다툼과 지정학적 갈등 상황, 중국의 정책 결정 방향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높다.

전후방 산업의 대응은

결론적으로 구리·니켈·알루미늄 등으로 대표되는 산업 금속 섹터가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정책 기조에 대응할 수 있는 체력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된다. 리튬·코발트 등의 핵심 광물 자원 역시 높은 수요 전망을 바탕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는 산업 금속 시장 전망에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산업 금속은 개별 수급 동향 이외에 경기에 민감한 상품군으로, 상반기 산업 금속 지수 역시 Fed의 매파적 금리 인상 경로에 따라 하방 압력을 받아 왔다. 또한 신흥국의 바잉 파워로 대표되는 위안화 가치 하락 또한 산업 금속 가격의 하방 압력에 기여한다.

하지만 7월 소비자 물가 상승세 둔화가 나타나면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감으로 금속 가격이 최근 반등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단기에 매크로 공포가 완화되면 투자자들의 시선이 재차 펀더멘털에 집중되며 수요의 추세적 확장과 수급 불안에 기반한 장기 산업 금속 시장의 강세가 금속 가격 상승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에 걸쳐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와 에너지 전환에 따른 그린플레이션은 금속 광물 자원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자원 민족주의 현상이 심화될수록 희귀 금속의 수급 불안정은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핵심 광물 자원 수요가 추세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광물 자원 가격 상승에 따라 배터리 생산 업체와 전기차 완성 업체는 비용·수급 불안이 우려된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는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기차 생산에 핵심적인 소재 확보를 위해 밸류 체인 관리 범위 확장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공급망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기민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음극재 생산 기업인 포스코케미칼은 배터리 소재 사업의 수직 계열화를 준비해 왔다. 그 결과 중국 의존도를 낮춰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해외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칠레·호주 등 주요 광산 자원 국가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어 관련 기업에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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