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W로 본 암호화폐 시장 5가지 키워드[비트코인 A to Z]

2018년과 유사한 ‘크립토 윈터’…세대교체와 대기업 진입, 멀티체인 다양화는 달라진 점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8일 열린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가 8월 14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열리는 대규모 블록체인 행사여서 의미가 있었다. 가상 자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약세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국내외 빌더·투자사·스타트업·대기업·규제 당국·글로벌 관계자들이 자리를 빛냈다. 필자는 행사에 참여하면서 처음 블록체인업계에 진입했던 2018년이 떠오르며 몇 년 사이에 정말 많은 것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전벽해를 목도하는 심정으로 이번 칼럼을 통해 몇 가지 느낀 점을 공유한다. 1.2022년은 2018년과 유사한 베어장2022년은 2018년과 아주 닮았다. 예를 들어 2018년은 암호화폐 공개(ICO) 버블이 터진 후 가상 자산 가격이 폭락한 ‘크립토 윈터’가 본격화하는 시기였다. 행사장을 가면 축제 막바지에 남은 미온한 열기는 느껴지지만 전반적으로 시장이 끝물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행사와 참가자가 줄어들고 심지어 ‘탈블(탈블록체인의 준말로 블록체인업계를 떠나는 것을 지칭)’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남아 있던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끼던 시기다.

마찬가지로 2022년 역시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대만 갈등 등 매크로 악재와 테라 붕괴 사태로 인해 베어장을 겪고 있는 시기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돈을 잃고 가난해졌다는 농담을 하거나 ‘존버’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곤 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인데, 필자는 아직 베어장의 초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진정한 베어장의 시작은 인재가 업계를 떠날 때부터라고 보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믿음을 잃고 시장에 대한 확신이 없어질 때 사람들은 ‘탈블’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필자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아직 탈블은 본격적으로 일어나지 않았다.2.난립하는 투자사들, 3년 내 정리된다 2022년이 2018년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투자사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미트업(meet up)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보통 ‘XX캐피털’, ‘XX인베스트먼트’ 등 투자사인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 2020~2021년 불장 때 한몫 챙긴 사람들이 세운 투자사일 것이다.

필자는 3년 내에 현존하는 다수의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들이 없어질 것이라고 본다. 살아남을 투자사를 꼽아 보자면 우선 큰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며 운용 수수료로 충분히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투자사들이다. a16z·패러다임·판테라·해시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 거래소가 운영하는 투자사다. 바이낸스랩스·FTX벤처스·코인베이스벤처스 등이다. 셋째, 트레이딩과 투자를 병행하는 투자사다. 점프·윈터뮤트·알파논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넷째, 특정한 섹터와 지역의 전문성을 보유한 투자사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에 특화된 스퍼미온·NFT뱅크벤처스와 아시아에 강점이 있는 롱해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3.눈에 띄는 세대교체이번 행사에서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세대교체가 꽤 진행됐다는 점이다. 포괄적으로 세대의 빈티지를 구분하면 크게 2015년 이전, 2015~2016년, 2017~2018년, 2020~2022년 진입자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특히 2017년 이전에 진입한 사람들은 이미 상당한 부를 축적해 더 이상 업계에서 일하지 않는 이들도 상당하다. 또한 2017~2018년에 진입한 사람들은 이제 기업의 중역이 됐거나, 탈중앙화 조직(DAO) 형태로 자유롭게 일하거나, 시장에서 입지를 쌓아 각종 행사 스피커 VIP로 대접받는 이들이 많다.

필자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2020~2022년 업계에 진입한 사람들은 크게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혹은 졸업 예정인) 똑똑한 청년 세대 그리고 웹2와 금융 산업에서 일하다 넘어온 엘리트들인 이들이 많다. 특정 산업의 유망함을 가늠하는 데는 자본의 유입과 함께 인재의 유입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최근의 세대교체를 바라보면 블록체인 시장에 더더욱 낙관적인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다. 4.‘그들만의 리그’ 깨졌다 과거의 블록체인 산업은 ‘그들만의 리그’였다. 시장 참여자는 대체로 소수의 괴짜, 개발자, 영민한 사업가, 투자자 그리고 사기꾼들이었다. 그런데 이번 행사에서 수많은 대기업이 블록체인 비즈니스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과거에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좋고 코인은 나쁘다’는 이분법이 대기업의 지배적인 인식이었다면 이제는 퍼블릭 블록체인에 기반한 코인도 대기업의 사업 검토 영역에 포함된다는 것이 고무적이었다. 또 규제 당국 역시 글로벌 규제 동향을 모니터링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합리적인 규제 방안을 모색하는 양상이었다. 규제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대기업의 시장 참여 역시 가속화될 것이다. 5.멀티체인이 미래과거에는 애플리케이션(앱)이 활발하게 작동하는 스마트 콘트랙트 플랫폼은 이더리움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는 폴리곤·솔라나·클레이튼·니어·아발란체·BNB·앱토스 등 레이어 1·2들이 등장하며 유망한 앱들을 유치하려는 양상이다. 이더리리움을 비롯한 레이어 2가 당분간 지배적인 스마트 콘트랙트 플랫폼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다른 체인들 역시 독자적인 커뮤니티와 문화를 구축하며 멀티체인 생태계를 구성하는 데 한몫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비유하자면 이더리움과 레이어 2가 현재는 서울과 경기도이고 다른 레이어 1은 수도권을 제외한 광역시와 특색 있는 지방 도시들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행사장에 참여한 수많은 레이어 1·2 재단과 빌더들을 지켜보며 멀티체인의 미래에 대해 좀 더 확신을 갖게 됐다.

실로 수많은 사람들이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 주간을 맞아 행사장을 찾았다. 블록체인의 저변이 확대됨에 따라 시장 참여자의 수준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특히 똑똑하고 진정성 있는 청년 세대의 활약이 기대된다. 그들이 앞으로 2~3년 후 시장의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한중섭 ‘비트코인 제국주의’, ‘넥스트 파이낸스’, ‘친절한 독재자, 디지털 빅브라더가 온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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