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금법 수정안 통과되면 오픈 채팅 송금 어려워질 듯…증권·보험 등이 미래 실적 좌우
[비즈니스 포커스]계좌 번호를 몰라도 연락처만 알면 돈을 부칠 수 있는 간편 송금은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파고들었다. 대표적인 것이 카카오톡 송금이다. 국민 대부분이 갖고 있는 카카오톡 계정만 알면 손쉽게 송금할 수 있다.
쓰임새는 이렇다. 아직 개인 연락처를 알 정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단톡방에서도 모임이 끝난 후 ‘더치 페이’가 가능하다. 이렇게 테크핀 기능을 더한 카카오톡은 2017년 계열사 카카오페이를 분사해 금융 사업을 강화했고 지난해 11월 상장에 성공했다.
카카오페이의 2분기 기준 누적 가입자 수는 3815명,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195만 명이다. 사용자 1명당 연환산 거래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5% 성장한 100.3건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한 적자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주가는 고민거리다. 상장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카카오페이의 주가가 8월 19일 또 한 번 크게 흔들렸다. 금융 당국이 추진 중인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이 사실상 ‘카톡 송금’을 막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때아닌 카톡 송금 금지 논란
문제가 된 개정안은 2020년 11월 말 당시 국회 정무위원장이었던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2명이 발의한 안건으로 현재 정무위 심사 단계에 있다. 이 법안 제 36조의3 2항 4호에 보면 대금 결제업자가 선불 전자 지급 수단의 발행·양도, 환급 기능을 결합해 전자 자금 이체와 동일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기존 선불업자라도 간편 송금을 하는 자금 이체업, 상품·서비스 대가를 결제하는 대금 결제업으로 나눠 등록해야 한다.
개정안에는 선불 충전을 이용한 송금·이체를 금지하고 은행 계좌 간 송금·이체만 허용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테크핀 업체가 우려하는 점은 바로 이것이다. 상대방의 계좌를 몰라도 간편하게 송금·이체할 수 있었던 테크핀의 가장 편리한 기능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실명 계좌로만 충전이 가능해진다면 미성년자 등 금융 취약 계층은 간편 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개정안이 논의된 것은 금융 당국이 간편 송금 서비스가 금융 범죄에 취악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간편 송금은 계좌에서 계좌로 돈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명 계좌 추적이 어렵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정부 측은 간편 송금이 자금 세탁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개정안 추진 소속이 전해지자 테크핀업계와 시장에서는 간편 송금 자체가 막히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금융위는 설명 자료를 통해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기존 선불 전자 금융업자가 자금 이체업 허가를 받는다면 송금 업무를 할 수 있다”고 이를 부인했다. 금융위 측은 “전금법 개정안은 최근 새롭게 마련한 것이 아니고 개정안에 따르더라도 소비자는 간편 송금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송금 기능의 확장을 꾀하던 카카오페이는 이번 개정안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는 오픈 채팅을 별도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해 오픈 채팅의 판을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지는 것이 테크핀이다. 익명 커뮤니티에서 이뤄지는 금전 거래를 지원함으로써 오픈 채팅 이용자들에게 수익 모델을 마련해 준다는 의도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8월 21일부터 카카오톡 오픈 채팅에서 시범적으로 송금 기능을 시행하고 있다. 익명성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오픈 채팅은 수취인의 실명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다. 카카오는 오픈 채팅 송금 기능의 악용을 막기 위해 송금 시 1회 30만원, 수취 시 1일 200만원 등 한도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앞서 말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오픈 채팅의 송금 서비스에도 차질은 불가피하게 된다. 신사업 준비로 적자 이어 간 2분기 금융위가 부인에 나섰지만 카카오페이 등의 기능이 일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로 카카오페이의 주가도 덩달아 출렁거렸다. 8월 19일 카카오톡 송금 기능이 사라질 것이라는 보도에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56% 급락했다.
상장 이후 20만원대를 찍기도 했던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현재 6만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2월 경영진의 주식 대량 매도로 논란에 휩싸였고 이후 경영진이 연일 회사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신뢰 회복에 나서고 있다.
흔들리는 주가는 하반기 카카오페이가 실행할 새로운 사업의 중요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2분기 카카오페이의 영업 손실은 125억원으로 여전히 적자를 이어 갔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1341억원이다. 2분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29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 손실은 향후 시작될 신규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 때문이라는 게 카카오페이 측의 설명이다. 카카오페이는 “초기 투자와 육성 단계에 있는 자회사의 신규 비즈니스로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적자지만 카카오페이의 성장과 함께 카카오페이증권의 수익이 개선되면서 하반기 이후에는 빠른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의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정식 출시와 핵심 온·오프라인 가맹점 결제 프로모션이 진행됨에 따라 광고 선전비가 직전 분기 대비 69.6% 늘었다. 또 지급 수수료는 결제 매출 증가에 따른 매출 직접비 상승과 MTS 서비스 관련 서버 운영비, 보험 원수사 시스템 구축 비용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4% 증가했다.
하반기 카카오페이 자회사들의 신사업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신용 거래와 카카오톡 주식 거래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2분기 정식 출범 이후 첫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금융 산업 전반을 아우르면서 신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관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오프라인 결제처 확대와 대출 상품 라인업의 강화로 결제·금융 서비스 등 본업에서의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카카오페이증권과 카카오페이 손해보험은 내년 본격적인 매출 기여로 2023년 연간 매출액 성장률이 2022년 대비 34.1%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앞으로 자회사의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적어도 올해보다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