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비중은 32.8%, 신재생은 21.5%에 그쳐
“이대로면 10년 후 신재생에너지는 국산화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 높아”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발전 중심 ‘에너지 믹스’ 초안이 나왔다.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원전) 비중은 32.8%로 늘어났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1.5%까지 떨어졌다. 원전은 퇴출 대상으로 보고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30.2%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한 문재인 정부와는 180도 다른 입장이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총괄분과위원회는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10차 전기본 논의결과와 실무안을 공개했다. 10차 전기본에는 2036년까지 장기 수요 전망, 수요 관리 목표, 발전 및 송·변전 설비 계획이 담겼다. 산업부는 실무안을 기반으로 환경영향평가, 관련 부처 협의, 국회 보고 등을 거쳐 올 연말쯤 최종안을 확정한다.
실무안에 공개된 온실가스 감축의 목표는 ‘원전·신재생 확대 등으로 2030년 NDC 배출목표 달성’이다. 2030년 전원별 발전량 기준으로는 원전 발전 비중이 32.8%, 신재생이 21.5%, 석탄발전이 21.2%를 차지한다. 즉, 국내 최대 전력원이 원전이 되는 것이다. 원전 12기는 전부 가동하며, 공사가 잠정 중단됐던 신한울 3·4기도 2032년~203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다.
신재생의 경우 기존 NDC 목표치인 30.2%와는 현저히 떨어진 21.5%에 머물렀다. 원전 차지 비중이 비중이 기준 23.9%에서 32.8%로 대폭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석탄 감축 기조는 유지했으나 감소 폭은 다소 미미하다. 이에 신재생에너지 산업 축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석탄과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줄어든 만큼 축소될 전력과 에너지를 과연 원전이 모두 감당할 수 있을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원전은 건설에 10년, 신재생은 2년
신재생에너지는 ‘실증-시범’ 단계를 거쳐 실제 운영까지 걸리는 시간이 원전보다는 짧다. 글로벌 수준과 비교해봤을 때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축소는 결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연결된다는 분석이 따른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러·우 전쟁으로 인해 앞으로 전력 공급 위기가 5년 정도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재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5년간의 대책이 전혀 나와있지 않다. 제일 빠르게 재가동 태세를 갖출 수 있는 고리 2호 원전도 2026년부터”라고 설명했다. 국내 원전 가동 실적을 보면 신규 건설은 최소 10년이 걸린다. 반면 태양광이나 풍력의 경우 2년 내 준공이 가능하다. 다른 국가들 역시 현실적인 에너지 수급 계획으로 재생에너지를 선택하고 있는데 비해, 흐름을 역행하는 선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부분이다.
특히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확보를 준비하는 글로벌 동향과는 상반된 움직임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EU의 경우 2030년까지 최종 에너지의 재생에너지 목표는 32%에서 40%로 상향했고, 일본은 2030년 발전 부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2~24%에서 36~38%까지 상향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RE100 역시 글로벌 공급망 내 주요 조건으로 자리 잡으며 규제 아닌 규제로 자리잡은 가운데, 이러한 변화가 국내 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특히 해외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업 국산화를 위한 트랙 레코드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다는 지적도 있다.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은 “국내 재생에너지 전력 발전 비중에서 풍력과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에 그친다. 국내 사업장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기업들이 조달할 에너지가 부족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국내 공장이 해외로 유출되는 사례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0일 브리핑에서 총괄위는 주민 수용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신재생 발전 목표를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유승훈 총괄분과위원장은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원전의 계속운전을 통해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균형 있게 활용하는 실현 가능한 전원믹스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