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약세장의 시작인가 기술적 조정인가

실물 지표와 심리 지표·경제 환경과 기업 이익의 괴리가 주식 시장 부진 이유

[머니 인사이트]


약세장이 다시 시작되는 것일까, 복원 과정 속의 숨 고르기일까. 시장의 고민이 다시 커지고 있는 듯하다.

달러화 강세로 야기된 환율 시장의 변동성은 투자자들의 잠재된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가격’ 변수만 놓고 보면 판단하기는 더욱 어렵다. 지금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준이 필요하다.새로운 약세장의 시작?패턴만 놓고 보면 미국 기준으로 현재와 가장 밀접하게 움직이고 있는 과거 사례는 크게 네 차례다. 해당 기간의 상관계수는 0.7~0.9에 달한다. 1960~1964년, 1971~1975년, 2006~2010년, 2013~2017년이다.

이 중 두 번은 주가의 추가 복원이 전개됐고 나머지 두 번은 또 다른 약세장이 진행됐다. 같은 가격 지표지만 정반대의 사례가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가격 지표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추가 약세장으로 이어진 사례는 2008년 금융 위기와 1973~1974년 1차 오일 쇼크다. 두 사례 모두 1년 이상의 경기 침체가 진행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부채 축소(디레버리징)와 신용 위기, 구조적인 소비 충격이 원인이다.

현재는 저점을 확인했고 회복 국면에 있다고 보고 있다. 주가 조정이 저점을 다시 낮추는 약세장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회복 과정에서 경기 논란에 따른 속도 조절과 변동성이 수반되겠지만 급격한 조정 가능성을 낮게 보기 때문이다.

이유는 추세적인 약세장의 원인인 ‘깊은 경기 침체(deep recession)’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부채 위기(debt crisis)’와 ‘신용 위험(credit risk)’이 그 중심에 있다. 부채의 절대 규모가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규모는 2008년 금융 위기 95%에 비해 크게 낮은 73.8% 수준으로 안정화돼 있고 가처분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도 9.5%로 1980년 이후 평균인 11%를 밑돌고 있다.

그간 우리는 신용 위험을 부채 위기에 비해 좀 더 근접한 리스크로 보고 있었다. 부채 위기가 아니더라도 크고 작은 변동성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다행히 걱정과 달리 신용 지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이후 안정화되고 있다. ‘신용 스프레드 고점=주가 저점’의 공식이 반복되고 있다. 과거에도 각기 배경은 달랐지만 위기의 안정화 수순인 ‘국채 시장 안정→신용 시장의 안정→주식 시장 안정’의 패턴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물론 아직 위험을 단정짓기는 이르다. 충분히 안정화되는 모습이 확인돼야 하지만 위기의 정점 인식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된 것으로 판단된다. 상황은 유럽도 비슷하다. 미국보다 유독 유럽의 신용 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이 심했는데 추가 악화보다 정점 확인 후 안정화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

향후 모니터링해 봐야 할 곳은 ‘환율’이다. 유럽과 중국의 경기 불안으로 달러화 강세 압력이 강해진 결과로 풀이되지만 단기간의 급격한 환율 변동은 주식 시장에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간 달러화의 급격한 강세는 신흥국 전반의 불확실성과 연동돼 왔다는 점에서 본다면 현재는 예전과 조금은 다른 패턴이지만 말이다.시장 불안, 지표 ‘괴리’도 한몫필자는 지금 시장이 어려운 이유는 예측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지표의 괴리도 한몫했다고 본다. 실물 지표와 심리 지표 간의 괴리를 비롯해 매크로(경제) 환경과 기업 이익 간의 괴리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보는 매크로 지표는 인플레이션 등을 조정한 실질(real) 지표로 판단하지만 기업 이익과 주가는 명목(nominal)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지금은 이들 지표 간의 훼방꾼이다. 현재와 유사한 시기는 1970년대 중반이다.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으로 인해 미국의 명목 GDP 성장률은 양호하게 성장한 것으로 보이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GDP 성장률은 역성장이 시작됐다. 인플레이션의 착시인 셈이다. 현재도 상황은 비슷하다. 순수출·재고 등 기술적인 이유로 실질 GDP 성장률이 역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명목 성장률은 양호하기 때문이다.

기업 이익은 명목 성장의 함수다. 인플레이션 환경이라도 돈(이익)을 벌고 있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인플레이션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의미다. 이익을 반영하는 주가도 마찬가지다. 다만 인플레이션의 충격이 누적되면서 결국 명목 기업 이익이 급감하면 충격이 배가된다. 1차, 2차 오일 쇼크가 대표적이다. 수요가 감소해 판매량(Q)이 급락하든가 경기 둔화로 판매 가격(P)을 낮춰야 할 경우 명목 기업 이익은 감소한다. 매크로 지표와 기업 이익 간의 시차 혹은 괴리(간극)가 발생하는 이유다. 경제 지표(실질·심리 지표)는 부진한데 기업 이익은 양호한 이유다.

한국의 기업 이익에 대한 의구심도 비슷하다. 당초 걱정했던 것과 달리 올해 1~2분기 기업 이익이 시장의 예상보다 선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질적인 기업 이익 체력보다 환율 효과, 인플레이션 효과로 선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법하다.

기업 이익의 근간이 되는 ‘수출’을 살펴보자. 인플레이션과 환율 효과가 투영됐다고 의심되는 2004~2007년, 2009~2011년은 선박·정유·화학 제품이 수출 회복 탄력성을 높인 것으로 추정되고 지금도 일정 부분 기업 실적에 보탬이 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를 배제하더라도 전체적인 기업 이익의 체력이 훼손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선박· 정유·화학 제품을 배제하고 보더라도 기업 이익이 레벨업됐기 때문이다.

향후 관건은 지속 가능성이다. 앞서 미국의 경구 명목 기업 이익이 급감할 때 주가의 추가 조정이 진행됐고 만약 이번에도 반복된다면 Q 혹은 P의 급락이 수반되는 것이 시그널일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수출 관련 기업 이익은 어떤 상황일까.

업종별로 기업 이익 선전의 배경은 각기 다르다. 2차전지는 P와 Q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가운데 반도체와 자동차는 Q의 힘으로, 화학·정유(석탄·석유 제품), 철강 등은 P의 힘으로 실적을 내고 있다. 어떤 업종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가는 경기에 따른 투자자들의 판단 유무에 따라 달라지지만 필자는 이렇게 본다. 수출 기업에 한정해 본다면 Q가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업종에 P의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업종을 우선순위에 둔다. 2차전지>자동차>반도체 순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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