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건·해치백, 조용히 판매량 늘어나는 이유

캠핑족·서핑족 늘며 ‘넓은 트렁크’ 선호
동력 성능·첨단 기술 등 ‘가성비’도 갖춰

[비즈니스 포커스]

그래픽=박명규 기자



‘한국은 왜건과 해치백의 무덤.’ 자동차업계의 불문율이다.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은 틈만 나면 한국 차 시장에 왜건과 해치백을 선보였지만 번번이 맥을 못 췄다. 디자인이 투박하고 확장된 트렁크 공간 때문에 ‘짐차’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에선 인기가 많다. 차체가 크지 않으면서도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는 왜건과 해치백의 실용성이 국경을 넘나드는 장거리 운전에 높게 평가됐다.

그런데 최근 한국 시장에서 왜건과 해치백 모델의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차박(차+숙박)·캠핑 등 안전한 야외 활동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면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높아졌고 덩달아 승용차와 비슷한 크기에 넓은 트렁크를 갖춘 왜건과 해치백의 판매량도 증가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차량 등록 현황을 집계하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7월 한국 신차 판매 중 왜건은 453대, 해치백은 7141대가 팔렸다. 전월 대비 각각 74%, 22% 늘었다. 누적 판매량은 왜건이 1691대, 해치백이 4만1981대다.

왜건은 승용차의 지붕을 트렁크 위까지 연결해 실내 공간과 화물 적재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도록 설계한 차량이다. 올해 7월 현대자동차는 세단 G70를 기반으로 한 왜건형 모델인 ‘G70 슈팅브레이크’를 한국에도 선보였다. 지난해 유럽에 먼저 선보인 제품으로, 전면 디자인과 주요 스펙은 G70과 유사하지만 트렁크 공간이 약 40% 넓어졌다.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최대 1535리터까지 짐을 실을 수 있다. 사냥을 뜻하는 ‘슈팅(shooting)’과 짐칸이 큰 대형 마차를 의미하는 ‘브레이크(brake)’의 결합어로, 19세기 유럽 귀족들이 즐기던 사냥 문화에서 사용하던 마차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이 밖에 한국에 들어온 수입차 왜건 중에선 볼보의 V60 크로스컨트리, BMW의 3시리즈 투어링 등이 있다.

해치백은 일반적인 승용차에서 트렁크의 길이와 높이를 조금 더 키운 형태다. 뒷좌석과 트렁크가 붙어 있는데, 트렁크 부분을 짧게 하고 실내와 연결되는 뒷문을 달아 놓았다. 한국에선 트렁크 공간이 좁다는 이유로 외면당했다. 그나마 폭스바겐 골프가 해치백이면서도 나름 잘 팔렸다. 수입차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살 수 있었고 스포츠카처럼 동력 성능과 핸들링이 뛰어나 마니아층이 형성됐다.

1947년 태어난 골프는 오랜 기간 폭스바겐 브랜드를 대표하는 핵심 모델이다. 한국 시장에는 2008년 5세대 골프가 처음 수입됐다. 누적 판매량 4만7283대를 기록 중이다. 2015년 한국 시장에서 연간 판매 9501대(7세대)를 기록하며 ‘해치백 1위’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다.

올해 1월 6년 만에 8세대 모델로 한국에 다시 등장했다. 신형 골프는 역동적인 퍼포먼스, 첨단 기술 탑재 대비 300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대에 출시돼 가성비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BMW도 올해 8월 소형 해치백인 ‘뉴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를 선보였다. 2014년 첫 출시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2세대 모델이다. 차체는 길이 4385mm, 폭 1825mm, 높이 1575mm로 이전 세대 모델 대비 각 30mm, 25mm, 20mm씩 증가했다. 10.25인치 인스트루먼트 디스플레이와 10.7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가 탑재되며 무선 업그레이드(OTA)와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가 지원된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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