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과한 ‘급 나누기’에 뿔난 소비자들

‘아이폰14’ 일반·프로 라인업 간 스펙 격차 심화…일반 라인 흥행 ‘빨간불’

애플이 ‘저 너머로(Far out)’ 스페셜 이벤트를 개최하고 아이폰14 시리즈를 공개했다. (사진=애플)
애플 창립자 스티브 잡스의 딸 이브 잡스는 아이폰14 출시 직후 인스타그램 계정 스토리(24시간 이후 삭제되는 방식)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 속 남성은 자신이 입고 있는 셔츠와 똑같은 셔츠를 선물 받고 있었다. 문구는 ‘아이폰13에서 아이폰14로 업그레이드한다는 애플의 발표를 본 나(Me upgrading from iPhone 13 to iPhone 14 after Apple’s announcement today)’였다. 애플이 신제품을 내놓았지만 전작과 다를 게 없다며 비꼬는 내용이었다.

애플의 ‘아이폰14 시리즈’가 베일을 벗자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제품은 내년 하반기 차기작이 나오기 전까지 애플의 1년을 책임질 가장 중요한 제품이다. 애플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도 미국 기준 출고가를 동결하는 결단을 내렸다. 아이폰14 시리즈의 흥행에 초점을 맞춘 선택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물론 한국 판매 가격은 급등한 환율 때문에 크게 뛰었다.

반면 모델 간 ‘급 나누기’가 심해졌고 이로 인해 일반 모델에 해당하는 기본 아이폰14와 14플러스는 새로울 게 없다는 평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혁신을 가격 동결로 갈음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아이폰14 일반 라인은 나온 지 1주일도 안 돼 흥행 실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애플이 이 같은 상황에서 아이폰14 시리즈 전 모델을 흥행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애플, ‘미니’ 없애고 ‘플러스’ 추가한 아이폰14 시리즈 공개

애플이 지난 9월 8일(한국 시간 기준) ‘저 너머로(Far out)’ 스페셜 이벤트를 개최하고 아이폰14 시리즈를 공개했다. 애플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아이폰 신제품을 온라인에서만 공개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3년 만에 오프라인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은 고객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제품과 경험을 만들기 위해 혁신하려는 사람들이 가득하다”며 “우리 제품은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쉬우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독자적 방식으로 융합되고 개인 맞춤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날 우리 삶에서 필수로 자리 잡았고 언제나 여러분들 곁에 있으며 어디서든 필요할 때 유용하다”며 “애플의 제품은 업계 최고이고 사람들은 아이폰을 사랑한다. 우리는 계속해 한계에 도전하며 이를 더 좋게, 더 사랑받게 만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애플이 공개한 라인업은 6.1인치 아이폰14·14프로, 6.7인치 아이폰14플러스·프로맥스 등 4가지다. 이 가운데 기본 아이폰14와 플러스는 일반 라인에 해당하고 프로와 프로맥스는 상위 라인이다.

디자인 면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상위 라인 전면 디스플레이에 최초로 적용한 ‘다이내믹 아일랜드’다. 아이폰13 시리즈까지 유지해 온 노치(어둡게 처리된 테두리)를 포기하고 삼성 갤럭시 펀치홀(카메라 렌즈 등을 제외한 모든 곳을 디스플레이로 채우는 모양)과 유사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다이내믹 아일랜드는 실시간으로 △중요한 경고 △알림 △현황 등을 표시한다. 애플은 “콘텐츠를 이용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도 간단한 동작만으로 손쉽게 제어창에 접근할 수 있다”며 “지도·음악·타이머와 같이 백그라운드에서 작동 중인 활동은 항상 표시돼 사용자와 끊임없이 소통한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시장 예상과 달리 아이폰14 시리즈의 가격(미국 기준)을 동결했다. (사진=애플)

◆ 아이폰14 시리즈, ‘가격’은 호평 ‘급 나누기’는 악평

이번 아이폰에서 디자인보다 더 관심을 받는 것은 ‘출고가’다. 시장의 예상과 달리 애플이 아이폰14 시리즈의 가격(미국 기준)을 동결했기 때문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애플이 아이폰14 시리즈의 출고가를 전작 대비 100달러(약 13만원)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와 IT 전문 팁스터(정보 유출자) 등은 가격 인상에 따라 최상위 모델인 프로맥스의 최저가가 1199달러(약 160만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출고가(128GB 기준)는 아이폰14 799달러, 플러스 899달러, 프로 999달러, 프로맥스 1099달러 등으로 책정됐다. 가격을 동결해 흥행에 집중하고 아이폰 사용자들의 교체 주기를 앞당기기 위한 포석이다.

애플의 가격 동결은 아이폰14 시리즈의 스펙 가운데 가장 호평을 받는 부분이다. 미국 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애플의 아이폰14 시리즈 공개는 독특한 순간에 공개된다”며 “인플레이션이 모든 상품의 가격을 상승시키면서 가계 예산은 줄어들었다. 그런데 아이폰14 시리즈는 전작과 같은 가격대”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새로운 아이폰의 가격을 전작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했다”며 “최신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지 않은 구매자에게 매력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한국의 출고가는 달라졌다. 특히 이번 라인업에서 미니 모델이 사라져 최저 가격은 전작 대비 30만원 올랐다. 지난해 애플 아이폰13 미니 모델의 한국 출고가(최저 용량 기준)는 95만원이었지만 올해 아이폰14 기본 모델은 125만원부터 시작된다. 아이폰13 프로맥스의 1TB 모델은 217만원이었지만 올해 신제품 동일 스펙의 출고가를 250만원으로 책정했다.
200만원이 넘는 모델도 4개나 된다. 지난해에는 아이폰13 프로 1TB(203만원), 아이폰13프로맥스 1TB(217만원) 등 2가지의 1TB 모델만 해당했지만 올해는 아이폰14 프로맥스 512GB·1TB(200만원, 230만원), 아이폰14 프로맥스 512GB·1TB(220만원, 250만원) 등 4가지다.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스펙 격차를 벌리기 위해 상위 라인에만 집중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애플은 아이폰14 일반 라인인 기본 모델과 플러스 모델에 아이폰13 시리즈에 탑재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15 바이오닉 칩셋’을 적용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코어 수는 5개로 향상하는 등 소폭 업그레이드했지만 A16 바이오닉 칩셋을 탑재한 프로·프로맥스와는 성능 면에서 격차가 벌어진다.

블룸버그는 “아이폰14 상위 라인의 개선 사항은 크게 변하지 않은 일반 라인과 대조된다”며 “플러스 모델을 통해 더 큰 화면을 얻을 수는 있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새로운 기기로 업그레이드할 이유가 거의 없다. 일반 라인에는 최신 칩을 주지도 않았다. 애플 역사상 가장 인상적이지 않은 업데이트”라고 강조했다.

더버지는 “일반 라인의 두 모델 모두 지난해 나온 A15 바이오닉 칩셋을 계속 제공한다”며 “애플은 통상적으로 매년 신제품 아이폰의 전 라인업에서 새로운 프로세서를 도입해 왔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화면 크기를 제외하면 전작과 물리적으로 많이 달라진 점은 없다. 두 모델은 아이폰13에서 약간 변화한 정도”라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 일반 라인의 흥행 실패 가능성도 언급된다.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은 최근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아이폰14 일반 라인 판매가 아이폰13 일반 라인에 비해 부정적이라고 예상했다.

궈밍치 연구원은 “아이폰14 일반 라인이 예약 판매에서 저조한 판매율을 보이고 있다”며 “반면 상위 라인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여전히 충성도가 높고 끈끈한 애플 고객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 라인의 사전 예약 결과가 애플의 예상보다 현저히 낮다”며 “애플의 제품 세분화 전략이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 라인의 사전 예약 수치는 아이폰SE 3, 아이폰13 미니 모델보다 부정적이다. 출시일에도 재고가 있을 것으로 본다. 애플이 기본 아이폰14와 플러스의 출하량을 줄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만약 정식 출시 이후에도 일반 라인의 수요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연말에 애플이 출하량을 조정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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