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의 시대, 글로벌 부동산 시장 우려 확산[베스트 애널리스트 투자 전략]
입력 2022-10-05 06:00:15
수정 2022-10-05 06:00:15
미국 부동산 경기둔화 악화 전망…부동산에 민감한 한국 경제, 이제부터 진짜 걱정
[베스트 애널리스트 투자 전략]미국 중앙은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충격적인 9월 회의 결과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채 2년 금리는 금융 위기 이후 최초로 4%대를 넘어섰고 장·단기 금리 역전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 증시는 6월에 기록했던 저점이 깨질 수 있다는 공포가 커졌다.
금리가 오르고 주가가 하락하는 금융 시장 고통은 투자자들에게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가장 큰 자산 시장인 부동산 시장의 위험도 점검할 시간이다. 긴축의 시대 ‘많이 오른 부동산’이 안정적이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미국 주택 시장에 대한 전문 기관들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골드만삭스가 자체 모델을 통해 분석한 결과 내년까지 연 환산 상승세는 0%에 가까운 수준으로 둔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까지 무려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20%에 육박하는 주택 가격 상승세를 기록한 것이 사실 무리한 수준이었다.
필자는 금리 전문가이지 부동산 전문가가 아님에도 내년까지 미국 부동산 경기 둔화가 좀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아직 유동성의 여유가 있는 데다 무리한 레버리지가 기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2008년과 같은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금융 위기 이후 최대 금리 수준만 놓고 봐도 가격 하락 위험은 큰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금리와 주식 등 일반적 금융 시장이 역사에 꼽을 수준으로 약화된 상황에서 주택 경기만 버틸 수는 없다. 그렇게 주택 경기가 위축되는 것은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이후 민간 경제 활성화에 대한 역풍으로 작동할 수 있다.
현재 미국 중앙은행(Fed)은 물가 안정 및 자산 시장 전반에 걸친 안정을 고려한 대응을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택 시장이 내년 1분기부터 둔화 압력이 강화될 때 주거비 등 물가 부담 완화와 함께 정책 기조 변화를 고민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은 국가마다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팬데믹 경제의 공통점이 저금리에 따른 자산 가격 상승이었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들의 사정을 남의 일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 한국 부동산 경기 냉각 역시 미국보다 빠르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7월 이후 서울과 전국 기준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하락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현재 KB은행이 제공 중인 데이터 기준 금융 위기 이후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7월부터 9월 19일까지 낙폭을 보면 상승 민감도가 높았던 지역에서 하락이 두드러졌다. 세종과 대전, 경기 일부 지역의 하락이 크다.
올해 들어 금리가 오르고 주택 규제 등이 효과를 보면서 주택 가격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9월 19일까지를 기준으로 전년 대비로 전국 3.8%, 서울 2.9% 상승세로 둔화됐다. 미국 주택 거래가 감소했듯이 한국 또한 매수 심리 위축을 중심으로 거래가 줄어 앞으로 주택 가격 하락 압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 관련 규제를 일부 완화하면서 부담을 줄여주려고 하고 있지만 금리만 고민해도 매수 심리가 얼마나 위축될 수밖에 없는지는 이미 확인되고 있다.
정부는 안심 전환 대출 등을 통해 변동 금리 부담을 낮추고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대출자들의 갈아타기가 제한적인 모습이다. 안심 전환 대출이 제시하고 있는 최저금리 3.7%에도 말이다. 올해 시작된 부동산 경기 위축이 현재 통화 긴축 환경에서 언제 풀릴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2022 상반기 채권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