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거래 절벽’ 후폭풍, 전월세 시장이 위험하다[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입력 2022-10-04 06:00:13
수정 2022-10-04 06:00:14
2006년 이후 가장 적은 상반기 아파트 매매량 …매매 안정되니 임대로 거래 몰려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올해 들어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역대급으로 줄어들고 있다. 2022년 1~7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총 20만5970건에 그쳐 통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최대의 거래 절벽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하의 거래량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임대 거래량, 즉 전월세 거래량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2022년 1~7월 아파트 임대 거래량은 총 80만7916건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보이고 있다.
왜 이렇게 임대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표1>은 2012년 1분기부터 2022년 3분기까지 10여 년간 월평균 아파트 매매 거래량과 임대 거래량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전반기 5년(2012~2016년)의 시장과 후반기 5년 7개월(2017~2022년) 시장 상황은 극명하게 갈린다. 전반기 5년은 월평균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5만5190건이고 임대 거래량은 5만5107건으로 0.2%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매매 거래량과 임대 거래량이 거의 같다는 뜻이다.
하지만 2017년 이후 최근까지의 흐름은 이와 상당히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월평균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5만2670건이고 임대 거래량은 8만2724건으로 임대 거래량이 무려 57.1%나 많다. 매매 거래량은 예전보다 줄어들었지만 임대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전월세 폭발적 증가, 통계적 착시도 한몫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첫째 이유는 통계적 착시 현상이다. 주택 매매 거래는 등기라는 제도를 통해 등록되지만 임대 거래는 2021년 6월 전월세 신고제를 실시하기 이전에는 정부에서 임대 거래량을 집계할 방법이 없었다.
세입자가 동주민센터에서 확정일자를 받으면 그 수치를 집계해 발표했던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는 이유는 본인의 임대 보증금을 보호받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세입자가 100% 확정일자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세입자가 바쁘다는 이유로 신고를 빠뜨리는 경우나 (임대보증금 보호가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지인 간 거래에서는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월세 거래는 확정일자를 받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다. 월세 거래는 집값에 비해 임대 보증금의 비율이 상당히 낮기 때문에 굳이 확정일자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1년 6월부터 전월세 신고제가 실시되면서 월세 거래도 신고하게 됐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았던) 과거에 비해 임대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2022년 5월의 임대 거래량을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아파트 임대 거래는 16만3250건이 거래돼 전월 대비 34%, 전년 동기 대비 104%나 증가했다. 그런데 그 이후 6월이나 7월에는 10만 건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유독 2022년 5월에만 임대 거래가 급증한 이유는 2021년 6월 이후 거래된 임대 거래 중 거래 신고를 하지 않은 건이 과태료 부과 직전에 대거 신고됐기 때문이다. 2021년 6월 전월세 거래 신고제가 실시될 당시 1년간 신고를 유예해 준다는 것을 1년간은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착각해 벌어진 해프닝이다.
그런데 전월세 신고제나 임대차 보호법과 전혀 상관이 없는 2016~2019년간의 아파트 거래량을 살펴보더라도 매매 거래량 대비 임대 거래량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 대비 임대 거래량의 비율이 2016년 97%에 그쳤던 것이 2017년 126%, 2018년 152%, 2019년에는 무려 172%로 늘어나고 있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반면 임대 거래량은 반대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대비 2019년 매매 거래량이 21%나 줄었어도 임대 거래량은 40%나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의 규제 정책과 집값 상승으로 매매 거래량이 줄어들었지만 이에 반비례해 임대 거래량이 늘었던 것이다. 매매 수요가 임대 수요로 전환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것은 매매 거래량과 임대 거래량을 합한 전체 거래량은 2016년 11만3365건에서 2019년 12만3541건으로 9% 증가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는 같은 기간 중 한국 가구 수가 6% 정도 증가했던 것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증가 폭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임대 거래량이 40%나 증가했음에도 전체 아파트 거래량이 가구 수 증가에 비해 거의 증가하지 않은 것은 과거에 비해 매매 거래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매매 수요가 줄어들면 주택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임대 수요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매매 수요가 임대 수요로 전환되는 것은 주택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한마디로 매매 시장은 안정될 수 있어도 임대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들어 전세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의 지수가 100이라면 올해 9월의 서울 지역 전세 지수는 100.3이다. 9개월 동안 0.3% 상승에 그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대 시장에 비해 전세 시장이 상당히 안정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올해 9월의 월세 지수는 104.2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월세가 무려 4.2%나 상승한 것이다. 이는 임대 수요가 전세 시장에서 월세 시장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올해 들어 임대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통계 기준 변경에 따른 착시 현상도 일부 작용하고 있지만 매매 시장의 침체로 인해 일부 매매 수요가 임대 수요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정책은 집을 살 능력이나 의사가 있는 사람은 집을 사게 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임대로 살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균형이 깨지면, 다시 말해 매매 수요가 임대 수요로 전환되면 임대 시장이 과열되면서 자금 사정 때문에 임대로 살 수밖에 없는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이다.
주택 수요는 매매 수요와 임대 수요의 합이라는 것을 정책을 수립하는 사람들은 잊지 않아야 한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