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 경영의 시대’, 사내변호사 역할 강조되는 이유죠”

김성한 한사회 회장 인터뷰 “‘나쁜 기업’제품은 제아무리 혁신적이어도 소비자 외면”

[인터뷰]

사진=서범세 기자

법을 위반하는 일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악영향은 매우 크다. ‘나쁜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한 번 붙으면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아도 소비자들이 더 이상 해당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으려고 한다.

기업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하다가는 ‘불매 운동’까지 벌어지며 경영에까지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기업 내부에서 준법 경영을 주도하는 사내 변호사들의 ‘역할론’이 중요해지고 있는 배경이다.

기업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사내변호사를 채용하고 있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기업에 소속된 사내변호사 수는 약 4000명 정도다. 약 10년 전인 2010년만 해도 사내변호사 수는 800여 명에 불과했다. 그 사이 사이 5배 수준으로 늘었다.

한국사내변호사협회(이하 한사회)는 이런 사내변호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현재 약 2400명에 달하는 사내변호사들이 한사회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2022년 1월 한사회 회장에 취임한 김성한 회장은 “준법 경영이 곧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라며 “사내변호사가 기업 경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법무법인 서정에서 근무하다가 2014년부터 골프존의 사내변호사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현재 골프존 경영지원실장도 겸직하고 있다. 김 회장을 직접 만나 사내변호사의 중요성과 한사회의 운영 계획을 들어봤다.

사내변호사가 기업에서 하는 역할이 궁금합니다.
“주된 역할은 이미 법적 문제가 발생한 사건에 대한 대응입니다. 예를 들어 검찰·경찰·공정거래위원회 등 외부 기관에서 수사가 들어오는 사건이 생기면 어떤 로펌 또는 변호사가 해당 사건을 맡아 잘 처리할 수 있는지 물색하고 처리를 맡기는 것이죠. 또 아직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향후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문제를 찾아 법 위반을 사전에 예방하는 일도 하고 법적인 규율에 맞춰 회사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도 수시로 체크합니다.”

사내변호사 수가 10년 사이 크게 늘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기업 환경의 변화라고 생각해요. 과거엔 기업이 법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더라도 지금처럼 큰 파장이 없었어요. 벌금을 내기는 했지만 액수가 크지 않았고 대중에게 크게 회자되는 경우도 드물었죠.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하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일상화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변했습니다. 정보 공유가 활성화되면서 기업이 사소한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삽시간에 퍼지는 세상이 됐죠. 또 소비자들은 제품을 살 때 품질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까지 생각하고 구매합니다. 기업의 법 위반은 큰 리스크가 됐고 사전에 이를 방지하는 사내변호사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죠. 또 변호사 수의 증가도 사내변호사 증가에 한몫했다고 봅니다.”

변호사 수의 증가는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요.
“현재 전국에서 활동 중인 변호사 수는 약 3만 명이 넘어요. 변호사 수는 2006년 처음 1만 명을 돌파했는데 그 사이 무려 세 배가 늘었어요. 여기엔 명과 암이 존재합니다. 우선 그림자부터 보면 변호사 사무실 개업이 쉽지 않게 됐어요. 변호사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에 수임료 출혈 경쟁이 심해졌고 그만큼 변호사들이 개업으로 돈을 벌기 어렵게 됐습니다. 반대로 긍정적인 부분을 보면 기업들이 법조인을 채용할 수 있는 여력이 늘어났죠. 변호사가 아닌 일반인으로 주로 꾸려졌던 기업 법무팀을 하나둘 변호사들로 채워 나갔고 현재 사내변호사는 4000명이 넘었죠. 지금은 매년 배출되는 법조인 중 상당수를 기업에서 흡수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애초부터 사내변호사들을 꿈꾸는 로스쿨 재학생들도 많아졌다고 들었어요.”

그동안 로스쿨 졸업생들이 대부분 대형 로펌 입사를 꿈꾸지 않았나요.
“과거엔 그런 현상이 뚜렷했었죠. 하지만 요즘엔 달라진 기류가 감지되고 있어요. 그 배경은 그 무엇보다 기업들의 연봉 상승을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대기업은 최근 직원들의 연봉을 큰 폭으로 올려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맞춰 사내변호사들의 처우도 빠르게 개선됐죠. 물론 기업마다 차이는 있고 대형 로펌보다 연봉이 낮은 것은 분명해요. 하지만 대형 로펌은 할 일도 많고 받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해요. 상대적으로 스트레스가 덜하면서 좋은 연봉을 주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사내변호사를 희망하는 이들이 늘어났다고 봅니다.”

사진=서범세 기자

한사회 소속 변호사 수도 2000명을 넘었습니다.
“사내변호사와 로펌은 서로 윈-윈하는 관계입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사내변호사는 기업에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잘 처리할 수 있는 로펌이나 변호사를 선택하는 역량을 반드시 갖춰야 해요. 또 로펌도 굵직한 기업 사건을 맡아야 매출을 올릴 수 있죠. 그래서 한사회는 수시로 로펌들과 함께 행사를 열고 친목을 쌓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어요. 로펌들과 교류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기 위해 한사회에 가입하는 사내변호사들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한사회는 또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새내기 사내변호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내변호사 멘토링을 서울지방변호사회와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규모가 작은 기업들도 사내변호사를 채용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자신이 한 기업의 첫째 사내변호사가 되는 경우도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들은 선배 사내변호사가 없기 때문에 업무 처리 등이나 자신의 역할에 대해 잘 모를 수밖에 없죠. 도움을 구할 곳도 없고요. 그래서 오랜 경력을 가진 사내변호사들을 이들에게 멘토로 붙여 어떻게 사내변호사로서 업무를 봐야 하는지 알려주는 활동도 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세웠습니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그동안 여러 행사가 지체됐어요. 각 지역 모임과 동아리 활동, 학술 행사 등 다양한 오프라인 모임들이 열리지 못했죠. 2022년과 2023년 이런 행사를 재개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회장직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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