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는 기업의 비용...기업 내 반부패 문화 필요"

반부패 내재화 강조...윤리증진 위한 인센티브 제공·협력사 확산은 과제



"반부패는 앞으로의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것입니다. 개별 기업의 반부패 역량을 키우고 적절한 윤리주권 확산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정하중 한국지멘스 대표이사는 30일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와 한국사회책임포럼이 공동 개최하고 지멘스가 후원한 'BIS(business Integrity Society) 임팩트 포럼'에서 이 같이 말했다.
지멘스는 세계 50여국에서 반부패와 관련한 85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으며 한국지멘스는 지난 3년간 기업의 반부패 역량 강화를 위한 BIS 프로그램을 후원해왔다.

정 대표는 "ESG 측면에서 한국 기업은 환경과 사회 부문에서는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특히 거버넌스 지수는 그렇지 못하다"라며 "부패는 기업의 비용이 될 수밖에 없으며, 반부패 및 윤리 준법 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 연설에 나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축사를 통해 유엔 내의 부패척결 노력과 국제 반부패 아카데미를 설립한 경험을 나누었다. 반 사무총장은 "부패를 어떻게 측정할지가 매우 어렵다"라며 "우리가 인플레이션과 GDP를 계산할 수 있다면 부패에 대한 계산도 할 수 있을 듯한데, 아직 부패 인식 지수는 부패 인식을 척도로 삼고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반 사무총장은 "부패는 생각조차 할 수 없도록 청렴과 정직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행된 '기업 반부패가 나아갈 길' 토크콘서트에서는 우선 이경훈 법무법인 광장 파트너변호사가 국내 기업의 반부패 기업 동향과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 변호사는 "최근에는 컴플라이언스가 사법적인 제재를 피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컴플라이언스가 적절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좋은 고객과의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게 되어 사업기회를 놓칠 수 있게 되는 데까지 나아갔다"라며 "기업 처벌 방식도 기업 법인에서 개인, 최고경영진 개인에 대한 처벌로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RACE에서 나온 반부패 평가를 언급하며 "이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21위"라며 "아직 부패 관련 형량이 낮은 부분이 있는데 앞으로 반부패에 대한 더 강한 형량이 나타나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더불어 "한국 기업들은 대체로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인식이 높고, 어떻게 잘 실행할 것인지에 관심이 있다"라며 "앞으로 기업 문화를 어떻게 잘 개선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반부패 문화 함양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발표에 나선 이미영 예금보험공사 상임이사는 공공기관에서의 청렴윤리경영에 대한 감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리고 바람직한 공공기관 윤리경영 표준모델에 대해 발표했다. 우선 국가권익위원회에서 진행하는 청렴체감도는 내외부 직원에게 설문조사 형태로 이뤄져 윤리경영 내재화가 이뤄졌는지를 알 수 있는 평가다. 두 번째로 윤리경영에 대한 기획재정부 평가는 윤리적 책임에 대한 부분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윤리적 책임에서는 그 회사에 반윤리적 사건이 발생했는지, 그 사건에 대한 대응과 사후조치는 어떻게 되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본다"라며 "사건 예방과 사후조치까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이사는 "윤리경영 트렌드가 법적 책임을 넘어서는 데는 윤리적 기준을 기업이 자발적으로 따르는 데 있다"라며 "조직문화로서 윤리경영 추진을 위한 리더십은 명령, 통제기반 리더십보다 공감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유엔글로벌콤팩트에서 국내기업 중 UNGC 회원사 120명을 대상으로 임팩트 서베이에 대한 결과도 공유됐다. 2018년에 비해 올해 국내 기업·기관들의 윤리경영 시스템은 10개 항목에서 모두 개선됐다. 특히 △고위경영진 지지선언 △반부패 프로그램 및 정책 개발 △내부통제 등에서 적절한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가장 큰 개선은 △공시 △위반사항 탐지·보고·해결 항목에서 나타났다.

다만 △준법 윤리 증진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과 △공급망 등 사업 파트너의 반부패 프로그램 적용 부분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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