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Play's Signal] DT에서 XaaS로, ‘이름’은 바뀌어도 ‘혁신’은 계속된다
입력 2022-10-14 06:00:36
수정 2022-10-14 06:00:36
글로벌 VC 데이터 기반 ‘미래 투자 키워드’ 예측…최근 3년 투자 1위, SaaS에 주목하라
[FuturePlay's Signal]안지윤 퓨처플레이 전략기획팀 이사
사스(SaaS)라는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를 뜻하는 용어로, 소프트웨어의 여러 기능 중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사실 ‘서비스로서의(As a Service)’라는 표현은 소프트웨어에만 붙어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로서의 플랫폼(PaaS : Platform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인프라스트럭처(IaaS : Infrastructure as a Service) 등은 꽤 자주 들을 수 있는 표현이다. 요즘에는 은행(BaaS : Banking as a Service)이나 리테일(RaaS : Retail as a Service)처럼 어떤 용어와 어울려 사용해도 찰떡같이 어울린다.
눈치챘듯이 ‘서비스로의’는 혁신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거의 모든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에는 ‘서비스로의’라는 표현이 뒤따라 붙고 ‘서비스로의’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어떤 비즈니스 모델도 혁신이 된다. 사실 이런 버즈워드(buzzword), 즉 유행어는 일종의 브랜딩이다. 예전에도 존재했던 어떤 개념이 ‘이름을 바꾼 채’ 새로운 개념으로 소개되는 것이다. 물론 이처럼 조금 더 세련되고 힙한 키워드를 사용하면 참여자들의 생각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긴 한다.
마법이자 유행의 단어 SaaS
‘서비스로의’라는 접미어가 붙는 모든 것을 XaaS(anything as a service)라고 한다. 필자는 XaaS를 디지털 전환(DT : Digital Tranformation)의 새로운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업종을 불문하고 모든 비즈니스 서비스와 산업군을 휩쓸었던 DT는 어느새 먹히지 않는 ‘철 지난’ 유행어가 되고 있다. DT라는 유행어가 사라진 상황에서 ‘여전히 먹히는’ 새로운 유행어가 XaaS다. 지금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팔고자’ 한다면 XaaS가 적합하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XaaS는 DT를 완성하는 빌딩 블록의 역할을 한다. 바로 이를 위해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것들이 IaaS·PaaS·SaaS다.
XaaS의 키는 클라우드화다. 1990년대 초반 홈페이지를 테스트로 운영하려면 집에 PC를 하루 종일 켜 놓아야 했다. 홈페이지 하나를 유지하기 위해 집 안의 PC가 서버가 되는 것이다. 하드웨어와 망 등 모든 것을 직접 관리하는 것이 온프레미스(on-premise)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서버 하드웨어와 망 등을 빌려주고 운영해 주는 서버 호스팅 업체들이 나오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IaaS다. 물론 이때는 IaaS라는 용어로 불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서버 호스팅을 넘어 나머지도 알아서 관리해 주는 업체들도 생겨났다. 리눅스도 알아서 관리해 주고 HTML 같은 문서 파일만 데이터를 보관하는 FTP 서버에 올리면 홈페이지를 알아서 잘 띄워 주는 웹 호스팅 업체들이다. 바로 PaaS에 해당한다. 우리가 잘 아는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이 모든 것을 끝내주게 잘하는 대표적인 업체다.
그리고 등장한 것이 SaaS다. 사실 너무 많은 것이 SaaS에 해당한다. 대략 생각나는 무엇이든 ‘SaaS’라고 찍어 얘기한다면 대략 80%는 맞을 것이다. 아주 예전의 아이템부터 읊자면 웹 메일의 시초인 ‘핫메일’도 SaaS다. 필자가 지금도 틀어 놓고 있는 ‘사운드 클라우드’나 대표적 협업 툴인 ‘슬랙’ 그리고 ‘구글캘린더’와 ‘구글닥스’도 모두 SaaS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예로는 카카오톡·유튜브·네이버도 모두 SaaS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모든 서비스에 ‘SaaS’라는 이름을 붙이지는 않는다. 대략 업무와 관련된 서비스에 한정돼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기준에서 현재 SaaS로 불리는 것들은 슬랙과 구글 닥스 그리고 얼마 전 20억 달러에 어도비에 인수된 피그마 등이 대표적이다.
FDI로 예측한 미래 투자 키워드, 버티컬 SaaS
여기서 나아가 최근에는 SaaS에서 더 많은 개념이 파생되고 있다. 서비스형 금융(Finance as a Service), 서비스형 모빌리티(Mobility as a Service) 등이 그 예다. 굳이 따지자면 서비스형 금융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모바일 뱅킹이나 투자와 거의 같다. 마찬가지로 서비스형 모빌리티는 우버 같은 서비스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이처럼 각 산업마다 ‘버티컬 커머스’ 영역에서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데 각각의 산업군마다 FaaS, MaaS와 같은 개별적인 명칭으로 부르는 것은 어떻게 보자면 매우 비효율적이다. 해외에서는 이를 모두 통틀어 버티컬 SaaS(vertical SaaS)라고 칭한다.
퓨처플레이에는 전 세계 창업 초기 단계(early stage)의 투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의 키워드를 도출해 내는 시스템이 있다. 미래 파괴적 혁신 지수(FDI : Future Disruption Index)라고 한다. 투자 성과가 좋은 투자사에 높은 가중치를 줘 더욱 견고한 예측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가령 헬스케어 영역에서 엄청난 투자 실적을 나타내는 벤처캐피털(VC)들이 현재 어떤 영역에 투자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미래의 파괴적 혁신을 위해 헬스케어 중에서도 어떤 영역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이 FDI 시스템에서도 최근 3년 연속 가장 높은 투자 빈도와 액수를 보여주는 영역이 바로 버티컬 SaaS(Vertical SaaS)다.
여기에 DT 진척도와 각 버티컬 영역의 시장 크기를 합쳐서 보자. 이를 통해 우리는 어느 버티컬 영역에서 더 많은 파괴적 혁신(disruption)이 일어날지 알 수 있다. 아마도 이미 DT가 적게 이뤄진 영역이 기회가 클 것이다. DT가 많이 일어난 영역은 그만큼 수요가 확실할 것이다.
FDI에 의하면 리테일 영역의 버티컬 SaaS의 초기 단계 투자가 크게 증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소매 시장에서 물건을 더 잘 팔 수 있게 해주는 SaaS는 수요가 분명하다. 가령 페이스북 라이브, 인스타그램 라이브 등을 이용해 라이브 커머스를 가능하게 하는 SaaS가 그 예다. 또 디지털 리터러시가 낮은 판매자들에게 판매를 위해 필요한 다양한 과정을 자동화해 주는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통합 연동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현재도 다양한 시도가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이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여지가 크다.
리테일 영역만큼이나 변화가 기대되는 곳이 건설 영역이다. 건설 부문에서의 버티컬 영역은 DT 진척이 매우 느린 편이다. 하지만 초기 단계 투자가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워낙 DT 진척이 느린 영역이어서 향후 변화의 폭 역시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분야에서 DT 진척이 느린 이유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시도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가령 그동안 감리사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야 했다면 향후에는 현장에서 카메라만 비추면 설계에 부합하게 시공됐는지 자동 확인하는 툴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렇듯 건설 부문 종사자만 알 수 있는 숨은 불편을 해결하고자 하는 똑똑한 시도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우리가 혁신의 모습에 어떤 이름을 붙이건 혁신은 이미 모든 영역에서 깊숙이 찾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