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은행,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는 언제쯤

기존 금융권 앱과 ‘차별화’ 이뤄야…규제 강화, 인터넷 은행에는 불리

[비즈니스 포커스]

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사진=카카오뱅크)


지난해 7월 상장을 앞둔 카카오뱅크를 분석한 한 보고서가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인 BNK 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카카오뱅크는 은행이다!!!’였다. 이 보고서는 카카오의 목표 주가를 2만4000원으로 제시하고 매도 의견을 내면서 3만9000원이라는 공모가가 기대감이 지나치게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의 항의 때문에 리포트 서치 기관에서 삭제된 이 보고서가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주목받고 있다. 1년 전, 김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뱅크가 플랫폼을 활용한 비이자 이익 확대, 높은 대출 성장 지속, 검증된 신용 평가 시스템 등 갖춰야 할 과제가 많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상장 당시 카카오뱅크는 은행을 넘어 종합 금융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출발했다.
‘부양책’에도 소용없었던 카카오뱅크 주가 상장 후 1년이 지난 지금, 주식 시장의 하락과 플랫폼주에 대한 기대감이 가라앉은 상황에서 카카오뱅크의 주가 낙폭은 투자자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10월 7일 “공시 규정상 구체적 규모와 시기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2022년 회계 결산에 대한 주주 총회 승인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주주 환원 정책 실행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10월 11일 카카오뱅크 임원진이 회사 주식 5만685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력이 무색하게도 10월 17일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1만66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그 주 주말에 발생했던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는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카카오 그룹주들의 하락 폭을 부추겼다. 1만원대에 진입하면서 ‘역대 최저가’를 쓰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주가 하락은 결국 카카오뱅크가 은행을 넘어 ‘플랫폼’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상장 당시만 해도 카카오뱅크는 대출의 가파른 성장을 토대로 은행 산업 내에서 의미 있는 자산 규모를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또 압도적인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를 기반으로 금융 산업의 디지털 전환 속 1등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대출 성장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빠르게 낮아졌고 대출 자산은 여전히 30조원을 밑돌고 있다. 김재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의 금융 계열사들은 출범 초기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함에 따라 당초 부여받았던 프리미엄이 빠르게 훼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카카오뱅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역시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지 못하고 여전히 은행 앱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최초의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는 출범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상장 시기를 조율 중이다. 10월 10일 금융 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상장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9월 상장 예비 심사 승인을 받았는데, 6개월 이내인 내년 3월까지 공모 일정을 마쳐야 한다.

케이뱅크의 ‘망설임’은 계속 하향세를 걷는 주식 시장과 동종업인 카카오뱅크의 주가 하락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동시에 케이뱅크의 주요 사업 모델 또한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한창 암호화폐 투자 열기가 뜨겁던 시절, 케이뱅크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계약하면서 대규모의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었다. 업비트 제휴 이후 케이뱅크의 고객은 500만 명을 돌파했고 여수신액도 5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업비트와의 연계성 역시 고평가받기는 어려워졌다.

케이뱅크 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모두가 비대면 앱에 힘주는 시대
‘인터넷 은행’은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지 않으면서 고정비를 줄이고 절감한 비용을 모바일 플랫폼과 상품 개발 등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기존 은행권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다소 보수적이었던 금융업계에는 긴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사업 구조였다.

2019년 ‘제3 인터넷 전문 은행’ 심사 때 금융 당국이 심사에 참여한 기업들에 주문한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혁신성’과 ‘자본력’이다. 기존 금융권 못지않은 자본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동시에 정보기술(IT)을 적용함으로써 고객들이 보다 혁신적인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지금의 인터넷 은행들이 가야 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고객들은 인터넷 은행의 서비스에 얼마만큼의 혁신을 누리고 있을까. 우선은 비대면 서비스의 강화로 기존 은행권들 또한 모바일 앱 등에 대대적인 투자를 지속하면서 인터넷 은행들의 차별점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금융 지주사들은 흩어져 있던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 모으고 있다. KB금융그룹은 대표 앱인 KB스타뱅킹에 증권·보험·캐피털 등 주요 계열사의 기능을 모았다. 대대적인 투자도 지속 중이다. IBK기업은행은 ‘i-ONE 자산관리’에서 금융회사의 거래 알림을 모아 볼 수 있는 ‘금융 거래 모두 알림’ 서비스를 선보였다. ‘금융 거래 모두 알림’은 문자와 금융 앱, 카카오톡으로 받고 있는 금융 알림을 모아 실시간 팝업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금융 거래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고객이 현재 필요한 서비스나 상품도 안내해 준다. 신한은행은 10월 20일 고객 1만 명의 의견을 반영해 업그레이드한 뱅킹 앱 ‘뉴 쏠(SOL)’을 공개한다. 더 빨라진 속도와 자신만의 화면 구성, 스토리뱅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과의 연계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일부 서비스가 ‘먹통’이 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이는 곧 리스크로 이어지게 됐다. 카카오뱅크는 전산센터가 상암에 있어 직접적인 손상은 없었다. 하지만 카카오톡을 통한 간편 이체(1일 100만원 한도)는 일부 작동하지 않았다. 직접적 피해는 없었지만 금융사가 가져야 할 ‘신뢰성’에는 먹칠을 했다는 평가다.

현재의 금융 환경이 인터넷 은행의 사업 모델에 유리하게 적용될지도 미지수다.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회사의 유동성 위험이 높아지는 한편 대출 금리 상승으로 가계 부채 부실화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대출 확대 정책보다 금융 안정 위험 완화를 위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 혁신이 인터넷 전문 은행 성장에 기여했듯이 규제 강화는 당분간 인터넷 은행의 성장에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 시대도 인터넷 은행들엔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 그간 인터넷 은행들은 파킹 통장 등에 2%대의 금리를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을 붙잡아 뒀다. 하지만 10년 만에 기준금리가 3%대로 오르면서 시중 은행들 역시 예·적금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고 있다. 시중 은행들의 자본력을 아직은 따라갈 수 없는 인터넷 은행들엔 다소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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