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공간과 프로모션의 조합…일상 찍어 SNS에 올리는 MZ세대 공략
[비즈니스 포커스]매장 안에 들어서자 마스크 사이로 고소한 오트향이 스며들었다. 우드 펠릿과 볏짚 등을 재활용해 만든 가구와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갖춘 카페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메뉴도 이색적이었다. 핀란드산 오트를 활용한 식품과 음료는 물론 직접 오트를 키워 볼 수 있는 씨앗 키트까지 판매해 눈길을 끌었다. 매일유업이 10월 8일 서울 성수동에 오픈한 ‘어메이징 오트 카페’의 내부 모습이다.
오픈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어메이징 오트 카페는 성수동의 이색 카페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어메이징 오트 카페가 11월 6일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팝업스토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아직 한국인에게는 생소한 오트의 맛을 소비자들이 직접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오트의 정취를 느끼고 관련 제품만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진 오트를 우유의 뒤를 잇는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올해를 기점으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매일유업뿐만이 아니다. 분야에 관계 없이 다양한 기업들이 잇달아 자사 브랜드 이미지 제고나 신제품 홍보를 위해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나 백화점 등에 이색적인 팝업스토어를 오픈하고 있다. 팝업스토어가 모든 산업을 관통하는 홍보 전략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팝업스토어는 짧은 기간 동안 운영하다가 문을 닫는 ‘임시 매장’이다. 인터넷 웹페이지에 접속할 때 잠깐 떴다가 사라지는 광고를 일컫는 ‘팝업창’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팝업스토어는 매장 운영을 통한 수익 창출보다 소비자들에게 자사 제품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팝업스토어는 유동 인구가 많은 성수동과 홍대 같은 지역에 주로 문을 열고 있고 매장을 구성하는 데도 각별하게 심혈을 기울인다.
이런 팝업스토어는 소비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공략하는 데 특히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MZ세대들은 이색적인 공간을 찾아다니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일상’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도 팝업스토어의 특징 중 하나다. 최근 성수동 일대에 자사의 지속 가능 식품 브랜드 ‘지구식단’의 팝업스토어(10월 28일부터 11월 6일까지 운영)의 문을 연 풀무원이 대표적이다.
풀무원은 팝업스토어를 방문해 인스타그램 인증 샷을 남긴 이들에게 지구식단 제품과 한정판 미니 와인잔을 선물로 선착순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면 인테리어와 임차료 등의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MZ세대들이 팝업스토어를 방문하고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제품 홍보 효과를 크게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팝업스토어가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끌어 상시 매장으로 전환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오비맥주가 여기에 해당한다.
오비맥주는 올해 초 서울 한남동에 스텔라 아르투아 맥주를 즐기며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이 팝업스토어는 연일 줄을 설 만큼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목격한 오비맥주는 최근 이태원에 상시 운영하는 스텔라 아르투아의 매장을 열기로 결정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팝업스토어의 장사가 너무 잘되다 보니 내부적으로 정규 매장을 내자는 이태원에 스텔라 아르투아 정규 레스토랑을 오픈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