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올린 ‘시진핑 3기’, 뚜렷한 후계자는 여전히 없다 [글로벌 현장]

시 주석 10년 추가 집권 가능성 제기…측근들 최고 지도부 자리 차지

[글로벌 현장]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에서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3기가 공식 개막됐다. 향후 5년을 이끌어 갈 최고 지도부는 모두 시 주석 측근이 차지했다.

시 주석은 2017년 당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뚜렷한 후계자를 내세우지 않았다. 중국공산당은 당헌인 공산당 당장(黨章)을 개정해 시 주석의 당 핵심 지위 확립을 명문화했다. 3연임을 넘어 10년 이상 추가 집권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진핑 비서 출신’의 약진
시 주석은 10월 23일 공산당 20기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일정을 마무리하는 기자 회견에서 ‘사회주의 현대화’를 다시 강조했다. 그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 현대화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또 “국가 안보는 민족 부흥의 근간”이라며 안보를 국정 키워드로 제시했다.

공산당은 10월 22일 폐막된 당대회에서 당장에 대만 독립 반대를 명문화했다. 시 주석의 경제 어젠다인 ‘공동부유’와 내수 경제 중심의 ‘쌍순환’도 당장에 넣었다.

공산당은 이어 10월 23일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를 열고 24명의 정치국원과 정치국원 중에서도 핵심인 7명의 상무위원을 선발했다. 시 주석은 셋째로 5년 임기의 상무위원에 선발되면서 3연임을 공식화했다.

리창 상하이 당서기(63), 자오러지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65), 왕후닝 당 중앙서기처 서기(67), 차이치 베이징 당서기(67), 딩쉐샹 주석비서실장(60), 리시 광둥성 당서기(66)가 상무위원에 올랐다. 이들은 기자 회견장에 순서대로 입장하면서 당내 서열을 알렸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리창 상무위원은 시 주석이 저장성 당서기이던 2004년 비서장에 임명돼 2년간 시 주석을 보좌했다. ‘경제 수도’ 상하이와 중국 지역내총생산(GRDP) 2·4위인 장쑤성·저장성 수장으로 일하면서 경제 발전 성과를 낸 게 총리 발탁 이유로 제시된다.

리창 상무위원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딩쉐샹 신임 상무위원이다. 상무부총리를 맡을 것으로 보여 리창 상무위원과 상호 견제 구도가 될지 주목된다. 중국 행정부인 국무원에는 총리와 4명의 부총리가 있다. 현재 한정 상무부총리는 개발·개혁 부문을 맡고 있다.

딩쉐샹 상무위원은 10년 동안 총서기·주석비서실장을 지낸 이른바 ‘문고리 권력’이다. 시 주석의 일정 조정은 물론 기밀 서류를 포함한 문서 선별과 보고, 당 내외와의 소통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친다. 시 주석의 국내외 방문과 중요 회담에도 빠짐없이 참석해 왔다. 특이한 점은 시 주석이 집권 전에 딩쉐샹 상무위원과 알고 지낸 기간이 7개월밖에 안 된다는 점이다. 그는 2007년 3~10월 시 주석이 상하이 당서기일 때 비서장을 지냈다. 2012년 집권한 시 주석은 상하이 지방 관료이던 그를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차이치 상무위원은 시 주석의 정치 기반 중 한 곳인 푸젠성에서 11년간 근무했다. 2016년 중앙위원이나 후보위원도 아니면서 베이징 시장에 발탁돼 화제를 모았다. 차이치 상무위원은 당 중앙서기처 제1서기에 선임됐다.

‘시진핑의 칼’로 불리는 고위급 사정 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에는 리시 광둥성 당서기가 선임됐다. 광둥성은 중국 GRDP 1위인 개혁·개방의 심장부다. 왕양·후춘화 등 공청단파가 잇달아 당서기를 지낸 광둥성을 맡았다는 것은 그만큼 시 주석의 신임이 두텁다는 얘기다.

리시 상무위원은 시 주석의 아버지인 시중쉰 전 부총리의 동료 리쯔치의 비서였다. 1980년대 리쯔치가 간쑤성 당서기를 할 때 시 주석은 아버지 친구 비서인 리시 상무위원을 만났다. 이후 두 사람은 30년 넘게 인연을 이어 왔다. 부패 척결을 기치로 반대파를 제압해 온 시 주석이 가장 믿는 사람을 내세웠다는 평가다.
경제·금융 수장은 허리펑 유력
지난 19기 상무위원 7명 가운데 공청단파인 리커창 총리, 왕양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과 상하이방인 한정 상무부총리는 퇴진을 확정했다. 시진핑계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도 물러난다.

유임된 자오러지 기율위 서기가 중국 헌법상 최고 권력 기구이자 입법부인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시진핑 1기(2012~2017년) 당시에는 공산당 인사(人事)를 담당하는 중앙조직부장을 지냈다. 시 주석의 고향인 산시성 출신 측근들의 수장 격이다.

자오러지 상무위원과 함께 상무위원에 남은 왕후닝 차기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40세까지 푸단대 교수를 하던 학자 출신이다. 관례상 정협 주석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협은 전인대와 함께 양회를 구성하는 정책 자문 기구다.

왕후닝 차기 상무위원장은 1995년부터 공산당 싱크탱크인 중앙정책연구실에서 일했다. 시 주석의 통치 이념인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장쩌민 전 주석의 ‘3개 대표론’,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과학 발전관’의 체계도 잡았다. 실무 경험이 없는 교수 출신 최초로 2017년 상무위원에 선임됐다.

경제·금융 부문 사령탑으로는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과 이후이만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이 부상하고 있다. 허리펑 주임은 이번 당대회에서 25명의 중앙정치국원에 선발됐다. 이후이만 주석은 200여 명의 중앙위원에 유임되면서 더 큰 일을 맡게 될 것을 암시했다.

류허 부총리, 이강 인민은행장, 궈수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 겸 인민은행 당서기, 류쿤 재정부 장관 등은 퇴임을 예고했다. 류허 부총리 후임으로 거론되는 허 주임은 재정금융학 석사와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가진 경제 전문가다. 1985~1988년 시 주석이 푸젠성 샤먼시 부시장일 때 재정국 부국장과 국장을 거쳤다. 정책 추진력이 강하고 성장에 중점을 두는 인물로 평가된다.

이후 이만 증권감독관리위 주석이 인민은행 당서기로 임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공상은행장 출신으로 시 주석의 업적 중 하나인 베이징증권거래소 설립을 주도했다. 시 주석에게 자본 시장을 개혁하라는 임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산당은 이번 당대회에서 당장 개정안을 2269명 대표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공산당은 개정 당장 전문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결의문을 통해 19차 당대회에서 당장 개정으로 삽입했던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새로운 발전을 당장에 명문화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당 중앙의 권위와 집중 통일 영도를 수호하고 정치 규율과 정치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 집권기에 이어 시 주석 1·2기에도 명목상으로나마 유지됐던 집단 지도 체제가 종료됐음을 알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당대회를 계기로 시 주석은 ‘인민 영수’ 칭호를 굳혔다. 당 대회 기간 열린 토론회에서 간부들은 잇달아 인민 영수를 거론했다. 중국 건국 이후 영수로 불린 지도자는 사실상 ‘위대한 영수’ 마오쩌둥뿐이다.

공산당은 이번 당장 개정을 통해 ‘전체 인민 공동부유(共同富裕)의 점진적 실현’과 ‘국내 대순환 중심의 쌍순환 발전 구도’를 명기했다. 당장에 이미 공동부유가 포함돼 있었지만 이번 개정으로 핵심 경제 의제로 뚜렷하게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시 주석은 10월 16일 당대회 개막식에서 “합법 소득을 보호하고 지나치게 높은 소득을 조절하며 불법 소득을 단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재산 축적의 메커니즘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보유세 등 재산세·상속세·부유세 등을 신설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부유층에 경고를 보낸 것이자 더 강력한 규제를 내놓을 것을 암시한다”고 보도했다.

쌍순환 전략은 ‘개혁·개방’의 반대말로 해석된다. 미국의 견제가 거세지자 내수 중심으로 경제를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내세운 게 쌍순환이기 때문이다. 이는 시 주석이 수시로 국가 안보를 강조하는 것과 연결된다. 공동부유와 쌍순환의 기조 아래 기업에 대한 국가의 통제는 더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베이징(중국)=강현우 한국경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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