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코노미’에 진심인 위메이드, ‘위믹스 사태’ 넘어 반전 꾀할까

‘유통량 공시’ 문제로 DAXA 유의 종목 지정…MS 투자 등에 업었지만, 시장 신뢰 회복이 관건

[비즈니스 포커스]

국내 처음으로 P2E(돈 버는 게임) 생태계를 구축한 위메이드가 자사가 발행한 암호화폐 '위믹스' 사태로 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 분당 대왕판교로에 위치한 위메이드 본사. 사진=한국경제신문


한국의 P2E(Play to Earn) 게임의 대표 주자인 위메이드의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10월 26일 열린 위메이드의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위메이드에 우려의 시선이 쏟아졌지만 장현국 대표는 오히려 자신만만했다. 블록체인 분야에서 1위인 게임을 넘어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며 ‘디지털 이코노미 플랫폼’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인 10월 27일 위메이드에 또 다른 소식이 날아들었다.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에서 위메이드가 발행한 암호화폐 위믹스(WEMIX)를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것이다. 위메이드가 앞서 발표한 유통량보다 더 많은 위믹스가 유통됐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위믹스의 ‘유의 종목 지정’ 발표 이후 위믹스의 시세는 30% 정도 떨어졌고 발표 다음 날인 10월 28일 위메이드의 주가 또한 20% 넘게 하락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분위기는 11월 2일 또 한 번 반전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의 투자 유치 소식이 알려지며 주가가 큰 폭으로 뛴 것이다. 하루 동안 위메이드의 주가는 약 19% 정도 상승했다.

1주일이 채 안 된 사이에 주가가 이처럼 큰 폭의 급등락을 보인 위메이드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11월9일 위믹스의 최종 거래지원 종료 여부 결정을 앞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P2E 선구자 위메이드, ‘위믹스 생태계’ 키우기 사활 건 이유
한국 게임 업체들은 그동안 페이투윈(P2W : pay to win) 과금 모델로 큰 비판을 받아 왔다.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아이템을 현금으로 구매해야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구조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한국 게임사들은 최근 몇 년간 P2E 과금 모델을 시도해 왔다. 일명 ‘돈 버는 게임’이라고 알려진 P2E의 핵심은 유저가 돈과 시간을 투자해 얻은 게임상의 재화를 실제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더 강한 캐릭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P2W와 동일하지만 이를 게임 밖의 세계로 이동해 환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와 연결된다. 바로 이 메타버스 세계에서 경제 활동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암호화폐’다. 위메이드가 암호화폐 위믹스를 발행한 이유다.

위메이드는 한국 P2E 게임의 선구자로 일컬어진다. 지난해 출시한 위메이드의 ‘미르4’는 한국에서는 미풍에 그쳤지만 ‘미르4 글로벌’은 동시 접속자 13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P2E 요소를 도입한 것이 인기의 주 요인이었다. 쉽게 말해 암호화폐인 위믹스를 게임과 결합해 아이템과 캐릭터를 사고팔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위메이드는 이를 넘어 다른 게임들에서도 위믹스를 게임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는 연합체를 구축함으로써 위믹스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야심을 밝혀 왔다.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위메이드의 주가도 급등했다. 지난해 위메이드의 주가는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1만9000원대에서 24만원대로 1200% 정도 상승했다. 위믹스의 시세도 덩달아 뛰어올라 한때 2만8600원대까지 가격이 올랐고 시가 총액이 26조원에 달하기도 했다.

위메이드는 이후 암호화폐인 위믹스를 발판으로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위믹스를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위믹스를 현금화해 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위믹스를 매각한 자금을 통해 게임 애니팡 제작사인 선데이토즈를 1367억원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지난 3분기까지 블록체인 기업 25곳에 위믹스를 직접 투자한 것은 물론 위믹스를 판매해 마련한 3232억원 정도를 블록체인·게임 업체 인수와 투자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메이드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음에도 자신감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로 위메이드는 10월 15일 자체적으로 구축한 블록체인 메인넷 ‘위믹스 3.0’과 스테이블 코인인 ‘위믹스 달러’를 공개하는 등 위믹스 생태계의 확장에 공을 들여 오는 중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위메이드는 게임 회사에서 시작해 블록체인 게임 회사로,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으로 그리고 디지털 이코노미 플랫폼으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며 “당장의 단기 실적보다 장기적 성과에 주목해 줄 것”을 거듭 당부하고 나섰다.
‘디지털 이코노미’의 핵심 위믹스…상장 폐지 위기?
위메이드가 ‘디지털 이코노미 플랫폼’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위믹스 생태계가 먼저 탄탄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 다시 말해 위메이드 사업의 핵심은 암호화폐 ‘위믹스’다.

암호화폐 시장은 현재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가상 자산 시장은 약세를 띠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가상 자산과 관련한 규제 또한 강화되는 추세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10월 27일 DAXA가 위믹스를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는 소식은 시장에 심각한 여파를 미쳤다.

DAXA는 지난 5월 ‘테라-루나’ 사태 이후 자율 규제를 위해 한국의 5대 가상자산거래소(업비트·코빗·빗썸·코인원·고팍스)가 만든 협의체다. 지난 6월 22일 출범했다. 이들 5대 거래소는 각각의 기준에 따라 거래소에서 유통 중인 가상 자산의 상장·폐지를 결정해 왔다. DAXA 출범 이후 지난 10월 10일부터 가상 자산 상장·폐지와 관련한 최소한의 ‘공통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적용해 오고 있다. 현재 DAXA 차원에서 공식적인 유의 종목 지정 기준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각 거래소별 유의 종목 지정 기준을 참고했을 때 ‘유통량 공개와 투명한 공시’를 주요한 기준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DAXA는 위믹스의 거래 지원 종료 여부에 대해 2주간의 소명절차를 거쳐 11월9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실제 DAXA는 위믹스의 ‘유의 종목 지정’을 이유로 ‘계획된 유통량과 실제 유통량의 차이’를 들고 있다. 지난 7월 위메이드가 업비트 등 거래소에 제출한 유통량 공시 내역에 따르면 9월 말 2억3600만 개의 위믹스를 유통할 것으로 명시돼 있다. 이와 비교해 지난 10월 26일 위메이드가 자체적으로 공개한 위믹스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발행된 유통량은 2억7900만 개로 파악된다. 전 세계 암호화폐 시세와 거래량 정보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공개된 위믹스 유통량은 현재 약 3억1800만 개다. 위메이드 측에 따르면 “담보 대출, 기업 인수 및 투자 용도로 예치한 위믹스가 유통량으로 잡힌 만큼 실제 유통량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 물량은 단순히 예치해 둔 것인 만큼 거래소에서 유통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위믹스가 상장 폐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위메이드가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위메이드는 향후 위믹스재단이 보유한 모든 물량을 신뢰할 수 있는 제3의 암호화폐 수탁 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또 거래소를 통해 유통량에 대해 업데이트하고 시장에 유통량을 늘리는 모든 행위에 대해 실행 전과 계약 체결 직후에 자체 공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최근 MS를 우군으로 확보한 것 또한 위믹스의 유의 종목 지정 해지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위메이드는 11월 2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신한자산운용·키움증권·MS 등에서 66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사실을 밝혔다. 특히 MS에서 21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장 대표는 “MS는 글로벌 디지털 이코노미 플랫폼으로서 위메이드의 가능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메이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향후 위메이드가 ‘디지털 이코노미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위메이드는 지난 2월에도 이와 비슷한 논란에 휩싸이며 ‘시장의 신뢰’를 잃은 바 있기 때문이다. 위메이드가 코인 보유자들 몰래 현금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위믹스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한 것이다. 위믹스 생태계의 기축통화인 위믹스의 가치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위믹스의 가격은 이후 30% 하락했다.

암호화폐의 경우 ‘유통량의 정확한 공시’가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 특히 중요한 이유가 있다. 암호화폐의 가격이 기본적으로 공시돼 있는 정보에 기반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시장에 풀려 있는 유통량이 많을수록 수요 공급의 원리에 따라 희소성이 낮아지고 가격 또한 급락한다. 초과 발행한 물량이 시장에 유통된다면 기존 투자자들의 가상 자산 보유 가치가 희석되는 등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특히 P2E 게임 업체들에 기축통화의 가격은 게임 유저들을 끌어들이는 주요 유인책이다. 게임 내 기축통화의 가치 하락은 게임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보상이 적어진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사례가 반복될수록 ‘시장의 신뢰 하락’은 위믹스와 같은 기축통화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승호 상상인 증권 연구원은 “위메이드는 한국 게임사 가운데 블록체인에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고 위믹스 플랫폼 수익 또한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이라며 “다만 의미 있는 수익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규제와 시간이라는 장벽을 넘어야 하는 데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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