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化粧)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을 만드는 직업 [강홍민의 굿잡]

윤희정 한국콜마 메이크업연구소 화장품연구원

△윤희정 화장품 연구원.


하루에도 몇 번씩 피부에 직접 바르는 화장품. 소비자들은 화장품 하나를 구입하기 위해 가격은 물론 디자인, 효능, 트렌드까지 꼼꼼히 따져 구입한다. 더욱이 건성·지성·민감성 등 피부 컨디션이나 피부 톤에 따라 사용·구입하는 화장품이 달라지기도 한다. 때문에 화장품을 연구·개발하는 연구원은 다종다양한 성분들을 조합해 어떤 효능이 있을지, 사용감은 어떨지, 혹여 부작용이 생기진 않을지 등등 여러 갈래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연구해야 한다. 특히 립 제품 연구원은 시즌별 유행하는 컬러와 트렌드, 제형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직업이다. 국내 대표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제조자 개발 생산) 기업인 한국콜마의 메이크업연구소에서 립 제품을 개발하는 윤희정 연구원을 만나 화장품 연구원에 대해 들어봤다.



어떤 분야의 연구를 맡고 있는지 소개해 주세요.
“한국콜마 메이크업연구소 소속으로, 이곳에서 립 케어류부터 립틴트, 립스틱 등 립의 전반적인 모든 제형에 대한 기술 연구와 제품개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립 제품의 연구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일반적으로 화장품 연구원은 화장품의 내용물만 만든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화장품에 대한 안전과 안정성을 기본으로 효능과 사용감이 좋은 화장품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안전성은 화장품을 피부에 발랐을 때 안전한지를 평가하는 부분으로 유해물질 검사를 통해 기준치 이상의 유해물질 검출과 알러지 반응 등 안전에 관한 평가를 하는 일이고요. 효능팀에서는 화장품에 들어가는 원료나 완성된 화장품이 피부에서 어떠한 효능을 보이는지 테스트 하고 효능을 평가하는 일을 합니다.”

제형 개발은 뭔가요.
“제형은 화장품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공통 성분, 즉 오일, 각종 추출물, 계면활성제 등과 같은 원료들을 통칭하는 건데요. 쉽게 말해, 이런 효능 원료들을 균형 있게 조합해 안정성 있게 유지되도록 제형을 개발하는 겁니다. 제형은 화장품의 기본요소인 만큼 사용감이 좋은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제형 개발이 기본이 되는 것이죠.”

립 제품만 해도 스틱형이나 틴트 등 종류가 다양하잖아요. 각 제품마다 개발하는 팀이 따로 있나요.
“저희 회사의 경우에는 스틱류, 리퀴드(liquid)류 등 분야마다 연구팀이 나눠져 있어요. 전 리퀴드 제형을 위주로 개발하는 파트에 있고요. 제품의 차이점이라고 하면 스틱은 아무래도 몰딩작업을 거쳐야 해 왁스를 주로 사용해 컬러를 표현하고 리퀴드 제형은 유화나 오일류를 사용해 컬러를 표현해주는 차이가 있어요.”





제품 개발 단계를 설명해 주세요.
“한국콜마의 경우 ODM으로 진행되다 보니 브랜드사와 제품 콘셉트 개발 단계부터 함께 논의하기도 하고, 의뢰가 들어왔을 때 제품개발이 시작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품 개발에 대한 콘셉트가 정해지면 그에 맞게 성분조사부터 원료 선정 등의 단계를 거칩니다. 소재 개발 부서를 비롯해 향료 연구센터, 패키지 스튜디오 등 내부 연구부서들을 거쳐 의뢰한 콘셉트에 맞는 제품을 연구하는 식입니다.”

브랜드사에서는 어떤 식으로 의뢰가 들어오나요.
“대게 어떤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간략한 콘셉트 정도로 들어올 때가 많아요. 기존의 제품 중에서 장점을 특화시켜 의뢰하는 경우도 있고요.”

생각보다 의뢰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군요.
“구체적으로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큰 콘셉트를 잡고 브랜드사와 저희가 끊임없이 소통을 해요.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점점 좁혀나가는 작업을 하게 되죠.”

소통은 어떤 식으로 하나요.
“브랜드사에서 요청하는 것도 있고, 반대로 저희가 브랜드사에 제안하기도 해요. 의뢰한 제품에 어떤 제형이 더 어울릴지 연구를 통해 나온 데이터를 공유, 제안하는 작업인거죠. 요즘 유행하는 컬러나 트렌드를 파악해 제안하고, 수정하는 방식이에요. 연구를 위해선 방향이 중요한데, 의뢰한 브랜드사와 끊임없이 소통을 해야 좋은 제품이 나오거든요.”
“화장품 개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에서 1년, 해외 브랜드의 경우 2~3년 걸리기도···트렌드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직업”

보통 개발기간은 어느 정도 걸리나요.
“최소 한 3개월 정도 걸려요. 길게는 6개월, 1년이 걸리기도 하고, 해외브랜드의 경우 2~3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도 있어요.”

일반적으로 소통하는 대상이 마케터나 영업파트일텐데, 연구원들이 쓰는 용어와 많이 다를 것 같아요.
“맞아요. 고객사의 요청상황이 정말 다양한데, 영업담당자가 중간에서 잘 컨트롤 해주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고객사의 요청에 최대한 맞춰 연구 개발하는 게 저희의 목적이기도 하니까요.(웃음)”





고객사에 선제안을 할 정도면 화장품 연구원은 트렌드를 꿰고 있어야겠네요.
“그렇죠. 특히 화장품의 경우엔 유행에 민감하고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다보니 어떤 유형이 인기 있는지 잘 알고 있어야 해요.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무조건 구입해 발라보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파악하곤 하죠.”

어떻게 보면 화장품을 출시하는 브랜드사와 연구파트가 트렌드를 이끈다고 볼 수도 있겠어요.
“트렌드를 이끈다기보다 조금 더 앞서간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뷰티(화장품)의 특성상 패션과 떼려야 뗄 수 없다보니 화장품 연구원이라면 뷰티와 패션을 같이 알아야 할 필요는 있어요.”

최근 뷰티 트렌드는 뭔가요.
“요즘엔 개인 성향이 강하고 퍼스널 컬러가 유행이어서 어떤 제품이 인기라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제품과 컬러를 선호하는 편이에요. 핑크컬러라 해도 자신에게 맞는 핑크가 있거든요. 그래서 좀 더 세밀하게 연구개발을 하는 편이에요. 특히 코로나19 이후부터 마스크를 착용하기 때문에 마스크에 묻어나지 않고 바른 듯 안 바른 듯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또 바르면 바를수록 진하게 발색되는 제품도 인기예요.”

화장품 원료도 중요할 것 같아요. 보통 립 제품에는 몇 개의 원료가 들어가나요.
“색소 원료를 제외하면 기본 10개 이상 들어가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화장품이 갖춰야할 원료를 비롯해 기능성 원료 등을 합치면 그 정도는 되고, 제품의 특성에 따라 30~40개의 원료가 들어가기도 합니다.”


“연구원 입장에서도 새로운 제품이 나와 신기···고객 요청사항 까다로울수록 새로운 제품 나올 가능성 높아”



시중에 나오는 화장품 광고를 보고 과대광고라 지적하는 이들도 있어요. 연구원의 입장에서 실제 기능성 화장품의 효능·효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화장품 법이 있다 보니까 효과가 없는데 있다고 광고할 순 없어요. 주름 개선이나 미백효능을 내세운 제품의 경우, 실제 효능 연구 팀에서 모두 검증하고 제품을 출시하고 있어요. 브랜드사마다 어떻게 광고하는지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저희가 만드는 제품 중에선 없는 걸 있다고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웃음)”

화장품하면 ‘새로울 게 없다’, ‘나올 건 다 나왔다’는 말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연구를 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저도 화장품 연구를 하지만 세상에 나올 만한 제품은 다 나왔다고 느낄 때가 많은데, 또 새로운 제품이 나오는 게 놀랍기도 해요.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나올수록 고객의 요청사항은 더욱 까다로워지고 디테일해지고 있어요. ODM 기업은 고객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하는 게 숙명이고, 또 실제 되게끔 연구를 하고 있어요. 결국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연구개발을 하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고객사의 새로운 주문으로 새로운 제품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렇군요. 연구를 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뭔가요.
“우선 목적이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우선 립 제품은 케어와 입술의 생기를 돕는 컬러를 표현해주는 역할로 나눌 수 있어요. 컬러야 워낙 다양하게 출시되는데, 케어부분은 보습을 충분히 잘 전달시켜줄 수 있는 성분이 들어갔는지가 중요하거든요. 특히 겨울철이 되면 얼마나 케어를 지속적으로 해줄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화장품 연구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요.
“우선 화장품에 관심이 많아야 해요. 물론 전공도 중요한데, 화학계열이나 화장품 전공, 생물 관련 전공은 모두 가능해요. 석사학위가 필수조건은 아니지만 최근에 화장품 연구원 채용 시 석사 이상 요구하는 회사가 많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석사 이상이면 선택의 폭이 넓다고 볼 수 있죠. 그리고 영어도 중요합니다. 워낙 영어로 된 자료가 많고, 해외 고객사의 경우 메일로 소통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또 세미나나 박람회서 주로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영어를 잘 한다면 도움이 되겠죠. 그리고 화장품의 기초 이론과 법령에 대한 지식을 파악하기 위해선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도움이 되고요.”

이런 과정을 거치려면 연구원이 갖춰야 할 조건도 있을 것 같아요.
“우선 연구원은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는 감각이 필요해요. 트렌드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죠. 여기에 제형의 미묘한 차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구분할 수 있는 섬세한 감각도 필요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고객사나 타 부서와 소통을 자주하는데, 의사소통 능력과 장시간 연구할 수 있는 체력도 연구원에겐 필수 조건으로 꼽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뷰티에 대한 관심일 것 같아요. 저희 같은 경우는 ODM 기업이기 때문에 다양한 제품을 의뢰받아 개발하거든요. 때문에 트렌드 파악을 위한 시장조사부터 제품에 대한 고민을 늘 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관심이 없으면 하기 힘든 직업이죠.”

화장품 연구원의 장단점은 뭐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ODM 기업이다 보니 해외 고객사들을 만나는 업무가 많아요. 특정 고객사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제형과 제품을 연구·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화장품을 직접 개발하니까 언제든지 쓸 수 있는 장점이 있죠. 개인적으로 화장품 구입 비용은 거의 안 드는 것 같아요.(웃음) 반면에 대부분의 시간을 실험대에서 보내기 때문에 체력이 중요해요. 지속적으로 체력과 멘탈 관리를 해줘야 할 수 있어요.”

요즘 연봉만큼이나 기업의 복지혜택이 중요해졌어요. 한국콜마의 복지는 어떤가요.
“저희 회사만의 특별한 복지혜택이 많은 편이에요. 특히 여성친화적인 건 출산 후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점인데요. 첫째는 100만원, 둘째는 200만원, 셋째 출산 시 1000만원의 출산 장려금을 지급합니다. 또 미취학 아동이 있는 직원에게는 자녀 수 제한 없이 학자금을 지원하기도 하고요. 또 기혼자 중 본인과 배우자의 부모를 부양하고 있는 경우 효도수당이 있는 것도 저희 회사만 있는 복지제도로 알고 있어요.”

화장품 연구원의 비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에 향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그만큼 한국화장품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면서 화장품 연구원들의 역량도 함께 인정받고 있죠. 특히 저희 회사의 경우 북미, 중동 등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한 만큼 화장품 연구원이라는 직업 역시 앞으로 더 주목받지 않을까 싶어요.”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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