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1심에서 ‘방송 6개월 정지 타당’…이유는? [오현아의 판례 읽기]

법원 “거짓·부정으로 종편 승인 받아 국민 신뢰 훼손”
사상 초유 ‘블랙아웃’ 위기

[법알못 판례 읽기]

MBN 서울 충무로 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2020년 매일방송(MBN)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서 6개월 업무 정지 처분을 받았다. 방송사 최초로 내려진 방송 정지 처분이었다. MBN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1심은 방통위의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MBN은 곧바로 항소했지만 상황에 따라 채널 정지가 실현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불법 자본금 충당 논란

사건은 MBN이 최초로 채널 승인 심사를 준비하고 있었던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MBN은 승인 대상 법인으로 선정될 당시 3950억원의 자본금을 납입하겠다는 계획을 방통위에 제출했다. 이에 2769억원의 유상 증자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실제 모집 계획은 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결국 MBN은 임직원 16명을 차명 주주로 내세우고 556억원을 회사 자금으로 납입했다. 이후 MBN은 자본금이 정상적으로 모집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재무제표·주식청약서 등 방통위에 제출할 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했다.

또한 임직원 4명이 부담해야 할 주식 인수 대금을 MBN의 최대 주주인 매일경제신문과 매경닷컴이 대납하기도 했다. ‘주요 주주 지분율’ 변경 금지 기준을 피하기 위해 임직원을 차명 주주로 활용한 것이다.

그 외에도 일부 주주와 일정 기간 내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바이백)를 보장하는 내용의 상법상 허용되지 않는 계약을 체결한 행위도 진행됐다. 거짓으로 작성된 재무제표 등의 서류는 2014년, 2017년 MBN의 1·2차 재승인 심사 때도 그대로 사용됐다. 결국 방통위는 2020년 위와 같은 문제 등을 이유로 MBN에 6개월 방송 정지 처분을 내렸다.

방통위는 채널 승인 취소 안까지 고민했지만 여러 제반 상황을 고려해 MBN의 업무를 6개월 동안 완전히 정지하는 안을 내놓았다. MBN은 이에 불복했다. 2021년 1월 방통위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본안 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처분의 효력을 멈춰 달라는 집행 정지도 함께 신청했다.

이에 법원은 “업무 정지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1심 판결 30일 이후까지 해당 처분의 효력을 정지했다.

“자본금 납입 못했으면 최초 승인 어려웠을 것”

하지만 MBN은 11월 3일 1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신명희)는 “MBN이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종편 승인을 받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핵심 쟁점은 MBN의 비위 행위가 ‘채널 최초 승인’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다.

MBN 측은 차명 납입한 금액을 제외하고도 최소 납입 금액 3000억원을 충족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 때문에 차명 납입금 없이도 MBN이 최초 승인 당시 점수를 맞출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차명 주식 없이는) 최초 승인 심사에서 최저 기준 점수를 밑도는 점수를 받았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자본 납입금 ‘규모’는 자기 자본 순이익률, 부채 비율 등 계량 지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히 중요한 심사 항목이었다는 것이다. 즉 최저 납입 금액을 맞추는 것보다 승인 당시 제출한 금액을 채우는 것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바이백 계약에 대해서도 “방통위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MBN에 대한 예비 승인을 유지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했을 가능성이 높고 승인을 취소하는 결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매일경제신문이 주식 인수 대금을 대납한 것에 대해서는 “매일경제신문 차명 주식을 포함하면 2011년 4월 기준 매일경제신문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은 35.5%”라며 “이는 주요 주주 구성의 변경을 금지한 취지를 형해화하며 신청 법인의 적정성 항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또한 “차명 주식을 매일경제신문의 지분율에 반영해 재계산하면 2014년 말 38.25%, 2017년 말 39.39%로 방송법상 특수 관계인의 주식 보유 제한 기준(30%)을 초과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밖에 자본금을 불법으로 충당한 행위를 숨기기 위해 2011~2018년 재무 제표를 허위로 작성·공시한 행위도 이 사건 처분 사유로서 적법하다고 인정했다.

MBN은 6개월 채널 정지 처분이 과하다며 방통위의 재량권 일탈 및 남용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출자 예정이었던 투자자들이 투자 약속을 철회한 사정이 그 동기가 됐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비위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며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원고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은 비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 요소로 삼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또한 “MBN은 사기업과 달리 공공성을 가지면서 그에 따라 높은 수준의 공적 책임·공공성·공익성이 요구되는데 비위 행위의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언론 기관으로서의 MBN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중대하게 훼손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곧바로 채널이 정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MBN은 11월 7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 재판부가 결정되는 대로 재차 효력 정지도 신청할 것으로 판단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N 지부는 판결 직후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직원들이 입을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부당한 판단”이라고 밝혔다.


[돋보기]

서울 영등포구 롯데홈쇼핑 사옥. 사진=롯데홈쇼핑 제공


‘임직원 범죄 누락’ 롯데홈쇼핑, 새벽 시간 방송 정지 처분

비슷한 사례로는 롯데홈쇼핑의 새벽 시간 방송 정지 처분이 있다. 2015년 롯데홈쇼핑은 재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임직원의 범죄 사실을 누락했다. 이에 당시 관계 부처이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롯데홈쇼핑이 이를 고의로 누락했다며 6개월간 황금 시간대(오전·오후 8~11시) 업무 정지 처분을 내렸다.

롯데홈쇼핑은 이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냈다. 당시 재판부는 “사업 계획서에 임직원의 범죄 사실을 고의로 빠뜨려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한 재승인은 인정되나 위반의 경위나 정도 등에 비해 처분이 가혹하다”며 롯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과기부는 처분 수위를 낮춰 6개월간 새벽 시간(오전 2~8시) 업무 정지를 명했다.

롯데홈쇼핑은 “여전히 매출액 기준 1211억원의 영업 손실을 감당해야 하고 협력 업체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준다”며 다시 한 번 불복 소송을 냈다. 하지만 당시 1심 재판부였던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당시 롯데홈쇼핑은 200점이 배점된 임직원 범죄 행위 항목에서 과락인 50%를 조금 넘는 102.78점을 취득했다”며 “관련 내용을 사실대로 기재했으면 재승인 거부 또는 조건부 재승인을 받을 위험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롯데홈쇼핑은 1차 사업 계획서 작성 당시부터 임직원의 범죄 행위에 대한 감점 기준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대표이사의 주관하에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며 “은폐 행위가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고 심사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을 정도로 철저히 감췄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승인 심사를 위한 가장 중요한 자료인 사업 계획서를 두 번에 걸쳐 작성하면서도 사실 관계를 은폐·왜곡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처음에 정했던 황금 시간대 영업 정지 처분에 비하면 비교적 영업 타격도 적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도 지난 1월 해당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롯데홈쇼핑 측은 “새벽 시간대 방송 업무 정지는 나머지 방송 시간 전체 매출액의 부정적·연쇄적 파급 효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오전 2~8시는 직접적인 영업 손실이나 파급 효과 역시 가장 적은 시간대”라며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롯데홈쇼핑은 상소장을 제출했고 이는 다시 한 번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방통위와 롯데홈쇼핑 간의 법정 다툼은 약 7년간 이어지고 있지만 법원이 효력 정지를 받아들이며 아직까지 롯데홈쇼핑의 채널 정지가 실질적으로 이뤄진 바는 없다.


오현아 한국경제 기자 5hyun@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