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모델로 이름 알린 명품 플랫폼, ‘허리띠 졸라매기’ 돌입

머스트잇·트렌비캐치패션 등, 주지훈 ·김희애 등 계약 종료…추가 기용 “아직 계획 없다”

“발란은 김혜수, 머스트잇은 주지훈, 트렌비는 김희애·김우빈, 캐치패션은 조인성…그런데, 이 모델들 다 어디 갔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전략을 구사해 온 명품 플랫폼에 변화가 생겼다. 최근 들어 TV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등에서 ‘배우 모델’이 사라졌다.

그간 머스트잇·발란·트렌비·캐치패션 등 대부분의 명품 플랫폼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증가,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업계는 최근 사업 전략을 바꾸고 있다. 유명인을 통한 플랫폼 경쟁력과 인지도 강화는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내년부터는 마케팅을 최소화하고 실적 개선에 집중할 방침이다. ‘모델 기용’으로 인지도 높이기 ‘성공’
초기 명품 플랫폼은 지명도를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이를 위해 고액의 모델료를 지급하고 유명인을 플랫폼 홍보 모델로 발탁했다. 명품 플랫폼 3사로 묶이는 머스트잇·발란·트렌비를 포함해 캐치패션 등이 같은 전략을 구사했다.

가장 먼저 모델 발탁에 나선 것은 머스트잇이다. 머스트잇은 지난해 8월 배우 주지훈 씨를 모델로 기용했다. 머스트잇은 주지훈 씨를 활용해 TV·온라인 광고 등을 제작하고 인지도 제고를 시도했다. 머스트잇은 올해 7월에도 배우 이엘 씨를 모델로 기용해 브랜드 캠페인 ‘머스트 케어 프로그램’을 알렸다.

트렌비는 지난해 9월 배우 김희애 씨와 김우빈 씨를 모델로 기용했다. 명품 쇼핑 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문제 상황과 불편함을 트렌비 쇼핑 솔루션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는 내용의 광고도 만들었다.

캐치패션과 발란도 같은 전략을 펼쳤다. 캐치패션은 배우 조인성 씨를 모델로 썼고 발란은 김혜수 씨를 모델로 기용했다.

이들 모델의 공통점은 모두 ‘배우’라는 점이다. 플랫폼 이미지를 고급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델의 이미지를 플랫폼에 입히려는 시도”라며 “명품의 희소성과 플랫폼의 편의성을 동시에 알리기 위해 모델이 중요한데 배우들은 대체로 어느 정도 신뢰도가 있고 고급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서 배우를 선호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명품 플랫폼 광고의 캐치프레이즈에도 이들의 전략이 잘 나타난다. 모델들은 백화점 오픈런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진품이라는 점을 재차 언급하며 플랫폼의 장점을 강조한다.

주지훈 씨는 머스트잇 광고에서 “그 많은 명품 플랫폼 중 머스트잇이 1등인 것엔 이유가 있다”, “명품, 1등으로 잘 사는 법이 있다” 등을 강조했고 김희애 씨는 “명품 때문에 줄 서고 뛰기까지, 기가 막혀”, “명품 사는데 가품, 기가 막혀” 등을 언급했다.

조인성 씨는 캐치패션 광고에서 “가품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보상 제도가 필요할까, 당신의 명품을 의심하라”, “100% 공식 럭셔리” 등을 외쳤고 김혜수 씨는 발란 광고에서 “명품을 왜 백화점에서 사”, “원산지라 그런지 가격이 잘 빠졌네”, “럭셔리 쇼핑은 발란” 등을 말했다.

이들의 전략은 소비자에게 통했다. 시장 조사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주요 명품 플랫폼 3사(발란·트렌비·머스트잇)의 결제액은 지난해 5월을 100으로 기준으로 같은 해 7월 86까지 떨어졌지만 유명인 모델 광고 송출 이후인 9월 136으로 급등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 11월 326으로 크게 올랐고 올해 5월에는 359를 기록했다. 와이즈앱은 플랫폼 3사의 결제액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대신 특정 일자를 기준으로 잡아 수치화해 공개하고 있다.

또 발란과 머스트잇은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도 늘었다. 발란의 MAU는 지난해 10월 32만7255명에서 올해 10월 38만3465명으로 늘었고 머스트잇은 같은 기간 18만4020명에서 20만7729명으로 증가했다. 다만 트렌비는 39만3446명에서 32만3636명으로 감소했다.
어느새 사라진 모델…내년부터는 ‘실적 개선’ 올인최근 이들의 전략에 변화가 생겼다. 캐치패션은 지난 10월 조인성 씨와의 계약을 마무리했고 머스트잇도 올 상반기에 주지훈 씨와의 모델 계약을 종료했다. 트렌비는 올 9월 김희애·김우빈 씨와의 계약을 끝냈다.

이들 모두 기존 모델과의 계약 연장도 없었고 새로운 모델을 발탁하지도 않았다.

트렌비 관계자는 “당분간 모델을 기용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마케팅 비용 효율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트잇·캐치패션 관계자 역시 “기존 계약 기간이 끝난 후 기간을 연장하지 않았고 새로운 모델을 뽑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명품 플랫폼 업계에서 유일하게 모델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발란이다. 발란은 김혜수 씨와의 계약 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발란 관계자는 “김혜수 씨와의 모델 계약은 내년 초까지”라며 “아직 내년도 계획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이후 일정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의 변화에는 실적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 머스트잇의 2021년 광고 선전비는 134억원으로 전년 대비 582.1%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99억원, 영업 적자는 100억원이다.

트렌비의 2021년 광고 선전비는 299억원으로, 전년 대비 228.3% 증가했다. 매출은 218억원, 영업 적자는 330억원 수준이다. 다만, 트렌비 측은 해외 직접 바잉으로 인한 실적이 매출에 연결되면 매출 규모는 더 크다는 입장이다. 전 세계에 6개의 글로벌 지사를 가지고 있고, 매출은 각 지사별로 나눠서 잡히는데 이 부분까지 포함할 경우 매출(연결 기준)은 963억원이다.

발란 역시 2021년 광고 선전에 전년 대비 450.6% 늘어난 191억원을 집행했다. 이 기간 매출은 522억원, 영업 적자는 186억원이다.

이들 3사의 작년 영업 적자는 모두 616억원에 달한다. 올해 실적도 흑자 전환은 힘들어 보인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재무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과도하게 발생하는 마케팅비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싼 모델을 사용하지 않아도 지난 1년간 진행한 마케팅을 통해 고객 접근성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판단이기도 하다.

또한 당장 투자를 확대해 소비자 편의 등 문제점을 개선해야 하는 점도 마케팅에 과도한 지출을 하기 힘든 이유로 꼽힌다. 앞서 최형록 발란 대표, 박경훈 트렌비 대표 등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 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소비자 청약 철회 거부 등의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소비자 편의를 높이는 데 지속 투자해야 하는 만큼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이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비용 줄이기”라며 “내년까지도 모델을 따로 발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내부 재정비를 완료하면 다시 모델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그 시점이 당장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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