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무거운'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과제는 '해외사업'

실적 개선과 북미·일본 등 해외 시장 매출 비중 높여야

LG생활건강 최고경영자(CEO)가 18년 만에 바뀐다. 사진은 왼쪽부터 차석용 부회장, 이정애 사장. (사진=LG생활건강)
LG그룹의 첫 여성 사장이 탄생했다. 이정애 LG생활건강 음료사업부문장(부사장)이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되면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LG생활건강은 18년 만에 CEO를 교체하고, 변화에 나선다.

당장, 이 신임 사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지난해 4분기부터 악화한 실적을 다시 끌어올려야 하며, 해외 사업에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북미와 일본 등에서 매출 비중을 늘려야 한다. 18년 만에 바뀐 CEO…어깨 무거운 이정애24일 LG생활건강은 2023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이정애 부사장을 신임 CEO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이 대표이사를 변경한 것은 2004년 12월 이후 약 18년 만이다.

그간 LG생활건강은 차석용 부회장이 이끌어왔으나 지난해 4분기부터 실적이 급감하며, 최근까지도 회복을 못 하자 대표 교체론이 꾸준히 언급됐고, 이에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LG생활건강은 이 신임 사장을 CEO로 내정한 이유에 대해 "이 사장은 생활용품사업부장, 럭셔리화장품사업부장, 음료사업부장을 역임해 LG생활건강 전체 사업과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LG생활건강 신입사원 공채 출신 최초의 여성 임원이다. 1986년 입사해 생활용품 분야에서 마케팅 업무를 시작한 이후 헤어케어, 바디워시, 기저귀 등 다양한 제품군의 마케팅을 담당해 왔다.

LG생활건강 럭셔리 뷰티 브랜드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게 주요 성과다. 2015년 말부터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을 맡아 △후 △숨 △오휘 등 LG생활건강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했다.

특히 후 브랜드는 럭셔리 마케팅을 적극 펼쳐 2016년 단일 브랜드로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으며, 2018년에는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연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LG생활건강은 "디테일한 면까지 꼼꼼히 챙기는 것이 이 사장의 강점"이라며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로서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은 실적 개선에 나서야 한다. (사진=LG생활건강)
과제는 '해외 시장 개척'…실적 개선 언제쯤이 사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실적 개선 △해외 사업의 중국 의존도 낮추기 등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현재 LG생활건강의 분기 영업이익은 2017년 4분기(1852억원) 이후 약 5년 만에 2000억원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2% 감소한 1조6450억원, 영업이익은 52.6% 감소한 1756억원이다. 2분기에는 매출 1조8627억원(7.9% 감소), 영업이익 2166억원(35.5% 감소)을 기록했다. 3분기에는 매출 1조8703억원(7.0% 감소), 영업이익 1901억원(44.5%)에 그쳤다.

특히, 화장품 사업이 고전하고 있다. 화장품 사업부문은 LG생활건강의 대표 사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기준 연간 영업이익(1조1764억원) 가운데 76.3% 비중인 8977억원이 화장품 사업에서 발생했다. 매출 비중은 66%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 1~3분기 기준 화장품 사업의 영업이익(2299억원)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5%로 급감했다. 매출 비중은 44%로 줄었다.

해외 사업 가운데 중국 시장에서의 사업 운영이 어려워진 영향이다. LG생활건강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중국 소비둔화로 매출과 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라며 "올해 초 시작된 중국 봉쇄 정책이 지속되며 중국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졌고,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영향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2010년대 중반부터 해외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하며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고 그 결과, 해외 매출 비중은 2015년 당시 20% 수준에서 현재 40% 이상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동시에 중국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졌다.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뷰티사업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이상이며, 이 가운데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이에 LG생활건강은 북미와 일본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실제 2020년 이후 △리치 북미·유럽 사업권 인수(773억원) △미국 보인카 인수(1170억원) △존슨앤존슨 도미니카 치실공장(146억원) △미국 더크렘샵 인수(1525억원) 등 북미를 중심으로 M&A(인수합병)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중국을 제외한 해외 시장의 매출 비중은 미미하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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