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들을 위한 도구 집합소, 문구점 ‘포인트 오브 뷰’[MZ공간트렌드]
입력 2022-12-12 14:18:10
수정 2023-01-02 09:33:25
전시된 문구류가 인상적…어린 시절 향수 떠올리게 해
과거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이 샘솟던 공간인 문구점. 용돈이 생기면 가장 먼저 달려가던 문구점에 대한 추억은 누구나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정문과 후문에 자리한 문구점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는 속담에 딱 맞는 상황을 연출해 왔다. 필요한 준비물이 있든 없든 하굣길이면 새로 나온 학용품이 없는지 두리번거리는 초등학생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당연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런 문구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1만6000개에 달하던 문구점이 전국 8000개 정도로 줄어든 것이다. 해마다 500개 문구점들이 문을 닫는 실정이다. 대형 마트들에서 문구류를 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커머스를 통해 문구류를 최저가에 구할 수 있다는 점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소비 형태가 변하면서 당연했던 풍경도 점차 변화하는 중인 것이다. 이제는 문구점이 없는 초등학교도 여럿 보일 정도다. 하지만 그럴수록 문구점에 대한 향수는 점차 진해지는 법. 이제는 성인이 된 이들이 학교 준비물이 아닌 창작자로서 문구점을 찾는다.
아날로그가 필요한 어른들에게
우리는 어떤 작업을 하든 PC·스마트폰·태블릿을 거치지 않을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연필을 어떻게 쥐었는지 잊어버렸을 정도로 키보드에 익숙해진 우리는 간혹 이름이라도 쓸라 치면 ‘내가 이렇게 악필이었나’라는 조금의 자괴감이 찾아오기도 한다. 물론 키보드 작업의 편리함을 따라올 수 없지만 가끔은 정성스러운 손글씨가 그립기도 하다.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아날로그적 감성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문구 편집숍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성수동에 있는 포인트 오브 뷰(point of view)는 ‘문구란 이야기를 가공하는 가장 원초적인 도구’라는 가치 아래 어른들을 위한 문구를 선보인다. 저렴한 값에 실용성만 생각한 문구류가 아니라 고급스러운 문구류로 자기 작업실과 작업물들이 특별해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한다. 종이와 필기구를 포함한 기능적인 문구부터 디자인 서적·포장지·엽서·편지 등 문구류를 폭넓게 제공한다.
소설가 존 스타인벡, 디즈니 애니메이터 샤머스 컬하인 등 저명한 예술가들이 즐겨 사용했다는 연필 ‘팔로미노 블랙윙’, 100여 년 동안 수작업을 고집하는 브랜드 ‘에밀리오 브라가’ 노트 등 세계 각지에서 바다 건너온 문구류들이 낯선 재미를 선사한다.
이곳은 1층부터 3층까지 모두 문구류와 디자인 상품을 판매한다. 1층 툴(Tool), 2층 신(Scene), 3층 아카이브(Archive) 등 세 가지 관점으로 분류돼 있고 층마다 달라지는 콘셉트와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여기에 낮은 조도와 잔잔한 음악까지 더해져 문구점이 아닌 전시장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경험적 문구 세상
‘포인트 오브 뷰’에서는 문구류를 구경하고 감상하는 것을 넘어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다섯 키워드에 대한 다섯 가지 질문 카드다. 카드마다 적힌 질문에 본인만의 답을 적은 다음 비치된 함에 꽂아 두면 된다. 자신의 작업 경험을 공유하는 동시에 타인의 작업 스타일도 훔쳐 볼 수 있어 뜻밖의 영감을 선사해 준다. 가장 인상적인 질문은 ‘책상보다 선호하는 작업 공간은 어디인가’였다. 소파·침대·바닥 혹은 일어선 채로, 아니면 공원 벤치나 집 앞 놀이터 그네 등. 상상의 영역을 확장해 볼 시간을 마련해 준다. 또한 각 제품군 앞에는 큐레이션 노트가 있는데 물건마다 갖고 있는 뒷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나아가 자신만의 큐레이션 카드를 적어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 자신의 도구가 지닌 특별함을 생각해 보게끔 해 준다.
지금부터 ‘다꾸’ 준비해 볼까요?
포인트 오브 뷰에는 평일 오후에도 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다. 잠시 머리를 식힐 겸 구경 나온 성수동 소재 직장인들부터 연하장을 구입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문구의 세계에 발을 내딛고 있었다. 희망 찬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다꾸’ 준비물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종종 보였다. ‘다꾸’는 ‘다이어리 꾸미기’의 준말로, 학용품·문구류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열중하는 취미 중 하나다. 요즘에는 ‘다꾸’ 유튜브도 생길 정도로 어른이고 아이고 간에 다꾸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이어리에 일정을 적거나 일기를 쓰고 마스킹 테이프나 스티커 등으로 꾸미는 것은 몰입하는 재미를 부여한다. 몰입은 새로운 취미가 되기도 하고 완성된 다이어리라는 창작물은 자신만의 작품으로 거듭나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문구점에 가나 보다. 과거를 기억하고 오늘을 기념하며 미래를 다짐하기 위해서. 좀 더 계획형 인간이 된 듯한 기분과 지나온 시간을 축하하기 위한 한 걸음, 문구점에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포인트 오브 뷰
주소 : 성동구 성수동1가 16의 39
운영 시간 : 오전 12시~오후 8시(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