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디자인은 창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김윤희의 지식재산권 산책]

관련 논의 활발히 진행 중…새로운 법적 분쟁에 대비할 시점

[지식재산권 산책]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동안 몇 가지 떠오른 키워드가 있다. 언택트(비대면)·메타버스·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인공지능(AI) 등이다. 이 가운데 특히 AI와 관련해서는 AI가 특허의 발명자가 될 수 있는지 여부가 여러 나라에서 문제가 된 바 있다. 미국의 AI 개발자인 스티븐 테일러 박사가 자신이 개발한 AI가 스스로 발명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며 세계 여러 나라에 특허를 신청한 바 있다. 또 호주 연방법원에서는 2021년 7월에 AI를 발명자로 인정하는 최초의 판결을 내리기도 했지만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자연인만이 발명자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특허 신청을 거절했다.

AI를 발명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가 간과해서 안 되는 것은 이미 AI가 우리 생활 속에서 많은 ‘창작 활동’에 관여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최근 미국 콜라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 대회의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생성된 그림인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eatre D’opera Spatial)’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디자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디자인 보호법은 디자인을 ‘물품(물품의 부분, 글자체와 화상(畵像)을 포함한다)의 형상·모양·색채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으로 시각을 통해 미감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디자인에 포섭될 수 있는 범위는 상당히 넓은데 동시에 디자인은 일반적으로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AI를 이용한 디자인의 산업적 활용도는 매우 높다.

예를 들어 휴렛팩커드(HP)가 2015년 개발한 모자이크(Mosaic)라는 프로그램은 씨앗(seed)이라고 불리는 기초적인 도안을 입력하면 AI가 알고리즘을 통해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디자인을 산출해 낼 수 있는데, 다국적 식품 회사인 누텔라는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해 순식간에 700만 개의 병 패키지 디자인을 창작해 냈다.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인 필립 스탁은 AI와의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의자를 디자인했다. 오토캐드로 유명한 오토데스크의 드림캐처라는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의자 디자인을 창작했는데 이때 필립 스탁이 AI에 내린 명령은 “인체에 편한 착좌 위치 제공하고 최소량의 소재와 에너지로 제작되는 의자”였다.

AI는 이에 대해 수백 개의 디자인을 쏟아냈고 인간 디자이너는 이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했다. 하지만 AI가 어떤 이유로 특정 디자인을 도출해 냈는지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아예 디자이너가 먼저 지시하지 않고 단지 기존의 유명 디자이너의 의자 디자인 562개를 트레이닝 데이터를 제공하고 AI 프로그램이 먼저 디자인하도록 한 ‘체어 프로젝트’도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 결과 인간이 상상하기 어려운 자유분방한 디자인도 여럿 창작됐는데 등받이가 서로 마주보고 있거나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구조물이 없는 디자인도 있었다. 역시 어떤 경로로 이런 디자인을 도출했는지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오히려 타성에서 벗어나 인간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새롭고 참신한 디자인도 많았다는 평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패션 디자인에도 AI 프로그램이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한국에서도 패션 브랜드 한섬이 2018년 AI가 디자인한 옷을 출시하기도 했다.

디자인의 개념 정의에는 반드시 사람이 디자인해야 한다는 제한 규정은 없다. AI를 발명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됐던 것처럼 디자인에서도 동일한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아직 AI를 디자인의 창작자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밖에 디자인 침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AI 프로그램을 개발, 판매한 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등 종래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새로운 법적 문제도 발생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를 상상하고 그 대응책을 선제적으로 고민해 봐야 할 때다.

김윤희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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