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개소세, 그것은 무엇

개소세 인하 연장 막판 검토…완성차, 출고 속도내고 프로모션 총력

[비즈니스 포커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가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개소세 막차 타세요.” 12월 들어 자동차업계가 막판 판촉을 위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해 왔다. 자동차 개별소비세(개소세) 혜택 종료를 앞두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대대적인 판촉에 돌입한 것이다. 일몰(정해진 기간이 돌아오면 자동으로 소멸되는 규정)이 한 달도 남지 않은 만큼 2주 만에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이는 곳도 있었다.

큰맘 먹고 자동차 한 번 사려는데 개소세니 일몰이니 용어가 어렵다. 막차를 타야 한다는 말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개소세에 대한 궁금증을 정리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는 무엇인가요

개소세는 특정한 물품(자동차‧귀금속‧모피 등)이나 특정한 장소(경마장‧골프장‧카지노 등)에서 소비하는 비용에 부과하는 간접세다. 사치성이 높은 물품의 소비를 억제하고 세금의 부담을 공정하게 하기 위해 매기는 세금이다. 1977년 도입된 특별소비세가 2008년 개소세로 이름이 변경됐다.

-개소세 원래 3.5% 아닌가요

자동차 개소세율은 5%다. 정부는 경기 침체가 우려될 때마다 ‘자동차 개소세 인하’ 카드를 꺼내곤 한다. 한시적으로 소비자의 세금 부담을 줄여 차량 구매 계획이 있는 소비자들의 소비를 자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출고가 3000만원짜리 승용차를 산다면 개소세(5%)로 150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개소세가 3.5%로 인하되면 실제 내는 개소세는 105만원이 된다. 정상 세율과 비교할 때 45만원이 줄어드는 셈이다. 차량 가격이 높아질수록 개소세 인하의 효과는 더욱 크다. 3.5% 세율을 적용하면 5500만원의 GV70는 정상 세율보다 77만5000원 덜 낸다.

정부는 약 4년간 개소세 감면 혜택을 줬다. 2018년 7월부터 2019년 말까지 1년 6개월간 자동차 개소세를 5%에서 3.5%로 내렸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내수 진작 명목으로 2020년 3~6월 1.5%의 세율을 적용했다. 이후 개소세율 3.5%를 6개월 단위로 연장했고 12월 말까지 인하 조치를 계속하기로 한 상태다. 개소세율이 본래 5%임에도 3.5%를 적용하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된 배경이다.

정부가 별다른 연장 조치에 나서지 않으면 내년 1월 1일부터는 자동차 개소세 인하 혜택이 종료된다. 일단 내년 세입 예산에 자동차 개소세 인하와 관련 내용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내년부터 개소세를 정상 세율(5%)로 환원한다는 전제하에 세수를 전망했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 연장 여부는 자동차 판매 동향, 소비자 후생 등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음 주 초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대 143만원 아낀다고요

자동차를 살 때는 개소세·교육세·부가가치세·취득세를 내야 한다. 이 중 교육세와 부가가치세는 세금을 매기는 구조가 개소세와 연동돼 있다. 교육세는 개소세의 30%, 부가가치세는 개소세·교육세를 합친 가격의 10%다. 개소세를 인하하면 교육세와 부가세는 물론 차량 구매 금액과 연동된 취득세까지 줄어들어 전체 세 부담이 낮아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정부는 개소세 인하 한도를 최대 100만원으로 설정했다. 이를 계산하면 개소세 100만원과 교육세 30만원, 부가가치세 13만원 등을 모두 합쳐 최대 143만원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올해 계약하고 내년에 차를 받으면 개소세를 더 내야 하나요

자동차 개소세는 차를 인도받아 등록할 때 낸다. 개소세율도 계약일이 아닌 차량 출고일을 기준으로 매겨진다. 개소세 인하 혜택이 종료될 경우 올해 구매 계약을 하고도 내년에 차량을 받으면 최대 143만원의 세금을 더 낼 수밖에 없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으로 인기 차종은 6개월~1년 대기가 기본이다. 하반기 계약했다면 내년에 차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완성차 업체가 2주 안에 출고된다며 ‘개소세 막차 타자’는 판촉 행사를 벌인 배경이다.

-최근 논란은 무엇인가요

만성적인 인하 연장으로 개소세 인하가 세수만 줄이고 소비 촉진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반해 불경기에 할부 금융 금리까지 오른 상황에서 개소세 인하 조치마저 없애면 소비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선 자동차는 사치재가 아닌 필수재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어 개소세를 아예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과거 개소세가 도입된 시점과 달리 현재는 자동차를 사치재로 보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개소세의 존재 목적이 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6월 자동차 개소세 폐지를 골자로 한 ‘개별소비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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